LG AI연구원, 그룹 전폭적 지원에 커지는 '존재감' 작년 매출 1580억 역대 최대...연구인력 200명 돌파
정명섭 기자공개 2025-06-09 08:15:27
이 기사는 2025년 06월 02일 09시0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그룹의 인공지능(AI) 싱크탱크 'LG AI연구원'이 구광모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나날이 외형이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데 이어 AI 전문인력은 출범 초기 40여명에서 현재 200명을 넘어섰다.◇작년 매출 1580억원, LG경영개발원 매출에서 58% 차지
LG AI연구원은 지난해 매출 158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29.5% 증가한 수치로 2020년 12월 AI연구원 출범 이후 최대 매출이다. LG AI연구원을 산하에 둔 LG경영개발원 전체 매출에서 AI연구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58%에 달한다. LG AI연구원이 그룹의 AI 싱크탱크로 입지를 키우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LG AI연구원은 출범한 첫해(2020년) 매출은 40억원에 불과했다. 2021년 530억원, 2022년 1000억원, 2023년 1220억원으로 매년 꾸준히 올랐다. 이는 대부분 AI연구용역 매출이다. 연구용역은 주로 LG 계열사간 협업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현재 LG전자 그램(GRAM) 노트북과 LG유플러스의 통화 에이전트 ‘익시오'에 LG AI연구원의 AI모델 엑사원이 탑재된 상태다. LG디스플레이 사내 문서검색 시스템과 LG화학 나프타 스케줄링 최적화, LG생활건강 AI 기반 화장품 신물질 개발 등에도 엑사원이 적용되며 LG AI연구원은 직간접적으로 그룹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LG AI연구원이 작년 12월 서비스를 시작한 기업용 AI 에이전트 ‘챗엑사원’은 LG의 국내 사무직 임직원 절반에 달하는 4만 명 이상이 가입해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LG그룹 관계자는 "LG AI 연구원은 그룹 주력사업 난제 해결과 최신 AI 선행연구, AI 윤리원칙 수립 및 이행 등을 통해 그룹 차원의 AI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G AI연구원의 AI 전문인력도 증가 추세다. 출범 당시 48명이던 AI 인력은 2021년 94명, 2022년 150명, 2023년 185명, 작년 말 201명을 기록했다. 일반 연구원까지 합치면 LG AI연구원 근무인력은 300여명이다. LG AI연구원은 AI 리터러시 교육부터 사내 AI 석·박사 과정 운영까지 전주기 교육 체계를 구축, 지난 4년간 1만5000명 이상의 임직원들을 교육하며 LG의 AI 인재 양성에도 나서고 있다.
AI 인재 영입은 연구 성과로 이어졌다. LG AI연구원은 출범 이후 AAAI, ACL, CVPR, EMNLP, ICLR, ICML, NAACL, NeurIPS 등 AI의 분야별 글로벌 최상위 학회에서 234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국내 120건, 국제(PCT) 108건 등 총 228건의 AI 관련 특허도 출원했다.

◇그룹 첫 AI 싱크탱크...구 회장, AI추진단→연구원 격상 '결단'
LG AI연구원의 전신은 2018년 말 설립된 LG사이언스파크 내 AI추진단이다. 이전에는 2017년 설립된 LG전자 인공지능연구소가 전부였다. 구 회장 주도로 그룹 내 처음으로 AI 별도 조직이 설립됐지만 당시만 해도 연구원 수준으로 조직이 커질지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AI추진단이 두각을 나타낸 건 2020년 6월이다. 컴퓨터 비전·딥러닝 분야의 세계 최고 수준의 학회 'CVPR'에서 열린 '연속 학습' 기술 경연에서 종합 1위를 기록했다. 아마존과 중국과학원, 도쿄대 등 79개 팀을 제친 쾌거다. LG가 글로벌 챌린지에 처음 참가해 이뤄낸 성과였다. 그해 7월에는 한국어 AI 기계독해 평가에서 1위를 달성했다. 당시 AI추진단이 개발한 AI는 언어 문제를 푼 사람(91.2점)보다 높은 95.39점을 받았다. LG그룹의 AI 기술력이 대외에 알려지기 시작한 건 이때부터다.
AI추진단은 AI 응용 사례까지 발굴했다. 가능성을 본 분야는 신약 개발이다. 신약 개발이 오래 걸리는 이유는 질병을 억제하는 리드 물질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물질 합성·평가를 수만번 반복하는 과정이 수반된다. 사람이 하면 3년 넘는 시간이 소요된다. AI추진단은 AI 기술을 통해 이를 8개월로 단축했다.
배터리 개발에서도 의미있는 성과를 냈다. 배터리 경우 제조 과정을 마치면 '활성화' 과정을 거친다. 이는 해당 배터리의 충전과 방전을 반복하면서 불량 등을 점검하고 전기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과정이다. AI추진단은 AI 예측을 통해 충·방전량을 통제, 전력 소모량을 크게 줄였다. 이는 제조 분야에서도 AI의 활용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다. 이외에도 AI추진단의 AI 기술은 LG전자 냉장고 외관의 흠집을 잡아냈다.
구 회장은 AI추진단이 출범 2년 만에 AI 원천 기술 확보뿐만 아니라 AI의 사업적 활용 가치까지 입증하는 성과를 보이자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기 시작한다. AI추진단을 LG AI연구원으로 격상한 것이 시작이었다. LG사이언스파크 내 조직에서 LG경영개발원 산하 지점으로 지위가 올라갔다.
구 회장은 LG AI연구원에 독자적인 인사 시스템과 평가, 보상체계를 마련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LG AI연구원은 그룹 연봉 시스템에서 벗어나 특허나 논문, AI활용 역량 등으로 보상하는 별도 체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 연구원과 계열사 자체 AI 조직간 자유롭게 협업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했다.
여기에 LG그룹에선 화학과 전자, 통신, 신약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 연구를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더해지면서 AI 연구자들로부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홍락 미국 미시간대 교수(현 LG AI연구원 CSAI) 같은 세계적인 AI 석학이 LG행을 택한 이유다. 핵심 인재 영입과 초거대 AI 개발 소식은 다른 인재를 부르는 선순환으로 이어졌다는 평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인더스트리
-
- [CFO & Credit]송기호 CFO, 효성화학 상장유지 급선무…'자산매각 러시'
- 티엘아이-원익디투아이 합병철회…상법 이슈 때문?
- [그룹 & 보드]넷마블 김병규·도기욱, 국내외 계열사 전반 '영향력 확장'
- [GS의 CFO]GS 이태형 부사장, 포트폴리오 재편 '조타수'
- [한화의 CFO]신용인 한화오션 실장, 재무·수익 함께 잡은 재무통
- '자사주 소각 의무화' 입법 둘러싼 쟁점은
- [이사회 분석/싸이닉솔루션]'특관인' 상무, 15년 감사 맡다 지난해 사내이사로
- [포스코의 CFO]정연수 포스코스틸리온 전무, 불황 맞서 재무체력 강화 과제
- 금양, 4050억 유증 참여사에 안전판 제공하는 까닭
- [사외이사 보수 리포트]최고 연봉은 삼성전자…기업집단으로는 SK그룹
정명섭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상법 개정안 통과]'PBR 0.3배' ㈜GS, 주주환원 요구 커지나
- GS칼텍스, 신사업 협의체 신설…저탄소 전환 '속도전'
-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장남, 하버드 MBA 간다
- [HS효성 독립 1년]선대회장 '민간 외교' 이어받은 조현상 부회장
- [HS효성 독립 1년]완전한 독립 '계열분리'까지 남은 과제는
- [상법 개정안 통과]'62년만에' 대수술…대기업 지배구조 '중대 기로'
- [HS효성 독립 1년]'제2의 이상운' 안성훈 대표, 조현상 체제 '키맨'
- 태광산업, EB 발행 중단…신사업 투자 차질빚나
- [HS효성 독립 1년]비즈니스 확장 최전선 HIS, 'AI 솔루션' 공략 본격화
- 3대 신사업 장착 SK가스, 세전이익 '5000억 이상' 목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