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6월 04일 08시0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회 초년생 시절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다녔다. 그럴 때마다 엄격하거나 짓궂은 선배들은 '열심히 하지 말고 잘해라'고 답했다.최근 삼성 경영진은 기자들을 마주할 때마다 '열심히 하겠다'는 말을 되풀이한다. 이런 내용의 기사가 나오면 매번 '열심히 한다고 하지 말고 잘 좀 해라'는 댓글이 달린다.
이같은 반응은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는 분위기에서 비롯된다. 실제로 그렇다. 사회는 학교가 아니고 기업은 자선단체가 아니다. 성과를 내야 존재 가치가 있고 영속성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삼성은 다르다. 어느 때보다 과정이 중요한 시점이다. 그동안 삼성은 '1등주의'를 표방해왔다. 이를 위해 인정사정없이 달렸다. 이는 메모리, 스마트폰, TV, 디스플레이 등에서 장기간 왕좌를 지킨 원동력이었다.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행보를 이어온 삼성이 위기를 맞이한 건 아이러니하게도 1등주의라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에서 20년 넘게 근무한 협력사 임원은 "자리보전을 위해 도전보다는 안정을 추구하면서 혁신을 위한 결단이 사라져갔다"며 "시대 흐름에 맞게 변화하는 데 걸림돌이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도체 사업이 대표적이다. 인공지능(AI)의 빠른 확산세를, 무게중심이 공급자에서 수요자로 이동했음을 읽지 못했다. 이는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주도권을 내주는 계기가 작용했다.
이제 삼성은 선두주자가 아닌 후발주자로 추격에 집중해야 할 처지다. 그대로 있지 말고 움직여야 하는 입장인 셈이다. 잘해야만 했던 삼성이 열심히 해서 1위를 탈환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룹 위기를 자초했다는 지적을 받아온 정현호 삼성전지 사업지원TF장(부회장)은 지난주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다. 숱한 비판에도 말을 아껴온 그이기에 큰 메시지로 다가온다. 자신을 향한 평판과 별개로 전력투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기도 하다.
결과에는 과정이 필요하고 잘하려면 열심히 해야 하는 게 이치다. 현재 삼성은 반등을 위해 준비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변화의 바람이 피부에 와 닿는다. 열심히 하겠다는 그들의 외침이 평소와는 다르게 들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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