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6월 04일 08시0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극장 산업 2·3위 사업자 롯데컬처웍스와 메가박스중앙의 합병 소식이 전해진 후 업계 관계자들은 씁쓸한 반응을 감추지 못했다. 성장을 위한 공격 확장이 아닌 생존을 목적으로 한 발버둥임이 분명한 탓이다.결국 '제살 깎아먹기' 식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이란 회의적 시각도 나온다. 과점시장에서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해선 중복 지점 정리, 비용 감축 등 효율화 작업이 주요 전략이 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10명 중 9명이 OTT를 보는 시대다. 1년에 영화관을 찾는 국내 관객 수는 2억명에서 1억명으로 줄어들었다. 넷플릭스가 영화관의 완벽한 대체재가 되면서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체인을 운영하는 극장 사업자들은 벼랑 끝에 몰렸다.
이들은 재도약을 위해 영화를 극장에서 일정 기간 상영한 후에 OTT에서 공개하는 홀드백 제도 도입 등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들이 무섭게 몸집을 키우고 있는 상황에서 영화관의 존재 의미에 대한 본질적 해결책은 아직 찾지 못한 모습이다.
얼마 전 넷플릭스 CEO 테드 서랜도스는 '넷플릭스가 할리우드를 파괴했나?'라는 질문에 "사실상 우리가 할리우드를 구했다"고 답했다. 관객 스스로 영화를 보고 싶어 하는 방식 대신 영화계가 원하는 방식으로 관람을 강요하면 더 이상 영화 산업이 존재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넷플릭스가 전에는 상상도 못한 거액의 투자금을 콘텐츠 제작에 쏟아부으면서 국내 영화 제작사들은 전례 없는 호황을 누렸다. 관객 수에 따라 손익이 결정되던 과거와 달리 넷플릭스는 제작 원가에다 일정 수익까지 보장해 주기 때문이다.
물론 어두운 뒷면도 존재한다. OTT에 밀려 기존 방송사, 영화 투자사 등이 설 자리를 잃은 가운데 글로벌 OTT의 거대자본 투입으로 제작비는 폭증했다. 결국 소수의 OTT 투자에 의존하게 돼 제작사가 주도권을 잃게 됐다는 진단이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에는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라는 유명한 대사가 나온다. 영화계를 구원하면서 영화 산업을 망치는 자. 이 역설적인 표현은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에 꼭 들어맞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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