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지배구조 모범관행 2.0]갑작스런 CEO 승계 절차, 국내외 사례 살펴보니⑥해외, 사임 발표 맞물려 차기 지명 또는 후보자 선정…국내는 컨틴전시 플랜 미흡
최필우 기자공개 2025-06-10 12:56:10
[편집자주]
금융감독원이 이복현 원장 체제에서 추진한 지배구조 모범관행 정립 성과를 공유하고 후속 계획까지 내놓았다. 금감원이 이 원장 취임 전부터 은행권 지배구조 개선을 독려해 온 것을 고려하면 그의 퇴임 후에도 후속 계획에 힘을 실을 것으로 관측된다. 포괄적 경영승계 프로그램, 디지털 거버넌스 등 해외 사례와 기술 발전을 감안한 추가적인 모범관행 항목이 제시됐다. 후속 계획과 관련된 은행지주 이사회 현황과 개선점을 분석했다.
이 기사는 2025년 06월 05일 07시34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감독원이 국내 은행권이 참고해야 할 해외의 CEO 승계 사례를 제시했다. CEO가 갑작스럽게 사임을 발표했을 때 이사회 차원에서 대응할 수 있는 컨틴전시 플랜을 마련해 놓아야 한다는 취지다. 씨티그룹과 JP모건채이스의 경우 CEO 사임 발표와 맞물려 차기 CEO 지명 또는 승계 후보자 선정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국내 금융지주의 경우 CEO 중도 사임과 승계 프로세스가 연동돼 있지 않다. 임시로 직무 대행을 선정하고 후임자 선정 작업에 착수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 경우 후보군 발굴, 육성, 평가, 선정 절차가 미흡할 수 있어 체계적이고 중장기적인 CEO 승계 절차 마련이 필요하다는 게 금감원의 지적이다.
◇씨티그룹, 금융사고에도 원활한 승계…JP모간, CEO 퇴임 시사 후 후보군 공지
금감원은 국내 은행권이 참고해야 할 CEO 승계 사례로 씨티그룹의 마이클 코뱃 CEO 사임과 제인 프레이저 CEO 취임을 제시했다.
마이클 코뱃은 2012년 10월 씨티그룹 CEO에 취임했다. 그는 장기간 CEO로 재직했으나 2020년 8월 발목을 잡혔다. 화장품 기업 레블론(Revlon) 채권단에 정기 이자 지급을 대행하는 과정에서 9억달러(약 1조2000억원)를 오송금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다. 이 사건으로 감독 당국(OCC, FRB)이 벌금 400만달러를 부과했다. 마이클 코뱃은 사고 발생 1달 만인 9월에 2021년 2월 중 사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마이클 코뱃이 즉각 사임 의사를 밝히고 대규모 금융사고에 책임을 질 수 있었던 건 이미 승계 절차가 진행 중에 있었기 때문이다. 씨티그룹 이사회는 2019년 10월 일찌감치 제인 프레이저를 유력한 CEO 후보자로 선정해뒀다. 사고 직전인 2020년 5월에는 제인프레이저를 비롯한 고위경영진 인사 내역을 주주에게 공지하며 승계 프로세스를 알렸다. 이같은 검증 절차를 미리 진행한 덕에 2021년 3월 원활하게 CEO를 교체할 수 있었다.
JP모간채이스의 사례도 제시됐다. 2005년 12월부터 임기를 이어온 제이미 다이먼 JP모간채이스 CEO는 지난해 5월 사임 의사를 밝혔다. 그는 5년 내에 퇴임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퇴임 시기에 대해서는 이사회가 결정할 사안이라고 언급했다.
제이미 다이먼이 일찌감치 퇴임을 예고할 수 있었던 건 이미 승계 절차가 마련돼 있어 가능했다. JP모간채이스 이사회는 제이미 다이먼이 퇴임 의사를 표명함에 따라 지난해 5월 CEO 업무를 즉시 수행할 수 있는 핵심임원(직무대행)으로 다니엘 핀토 COO를 지목했다. 또 다니엘 핀토를 포함해 5명의 임원을 CEO 후보군으로 주총에서 공지했다.
올해 1월에는 주요 후보군의 경력 개발을 위한 인사 이동을 발표했다. 다니엘 핀도가 COO를 사임하고 2026년 말까지 부회장직을 수행한다고 밝힌 게 대표적이다. 이같이 구체적인 절차와 프로그램을 마련해 20년간 CEO로 재직한 제이미 다이먼의 퇴임에 대비하고 있다.
◇국내 은행권 CEO 직무대행, 역할 제한적
국내 은행권에서는 2022년 김지완 전 BNK금융 회장 사퇴가 가장 최근에 발생한 갑작스러운 CEO 교체 사례로 꼽힌다. 김 전 회장이 금융 당국의 조사와 지배구조 문제 지적으로 임기 중 사퇴하기로 하면서 정성재 전 전무가 직무대행을 맡았다. 당시 정성재 직무대행은 전무 직급으로 차기 CEO를 노릴 만한 위치에 있지 않았다. 정 직무대행은 김 전 회장 퇴임 후 개시된 CEO 승계 프로그램을 주관하고 퇴임하는 수순을 밟았다.
iM금융에서도 직무대행의 역할과 권한은 제한적이었다. 2018년 박인규 전 회장 구속 사태로 김경룡 전 지주 부사장이 직무대행을 맡은 적이 있다. 김경룡 직무대행은 이후 iM뱅크(당시 대구은행) 행장 후보로 내정됐으나 취임하지 못하고 자진 사퇴해야 했다. 외부 출신인 김태오 전 iM금융 회장 주도로 지배구조를 재편하기 위한 조치였다. 직무대행 체제와 컨틴전시 플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금감원은 CEO 중도 퇴임 가능성까지 고려한 후보군 관리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CEO 후보군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컨틴전시 플랜을 가동했을 때 면밀한 검증과 승계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현행 제도는 발굴, 육성, 평가 프로그램이 미흡하고 최종적인 선정 절차와도 연계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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