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위협받는 한진칼]새정부 출범에 변수 '급부상' 산업은행 보유 지분⑦한진칼 지분 10.58% 매각시 경영권 분쟁 한층 가열
고설봉 기자공개 2025-06-11 13:05:27
[편집자주]
한진그룹 지배구조가 또다시 흔들리고 있다. 건설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호반그룹이 한진칼 지분율을 늘리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을 위협하는 모습이다. 양측간 지분율 격차는 단 1.5%다. 호반그룹은 ‘단순 투자’라며 경영권 분쟁 의도를 드러내지는 않고 있다. 재계에선 특정 이슈를 분수령으로 적대적 M&A 시도가 있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더벨은 한진칼 지배구조를 들여다보고 양측간 분쟁 가능성을 점검한다.
이 기사는 2025년 06월 05일 10시5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한진그룹 지배구조에도 변수가 생겼다. 현재 우호지분으로 분류되는 KDB산업은행이 보유한 지분이 매각될 가능성이 커지면서다. 새 정부는 HMM 민영화를 필두로 산업은행이 보유한 주요기업 지분 매각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문제는 산업은행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을 매각할 경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등 최대주주 측에서 이를 사들일 여력이 충분치 않다는 점이다. 우호관계를 맺고 있는 LS그룹 등과 연합한다고 해도 인수 규모가 너무 커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반면 호반그룹은 상대적으로 자금력 등에서 여유로운 상황이다. 호반그룹의 자체 보유현금은 최대 7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신용도 등도 우수한 편으로 인수금융 등 외부 차입에서도 여유롭다는 평가다.
◇산업은행, 보유 지분 민영화 의지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KDB산업은행의 산업계에 대한 전략도 변경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과거 구조조정 과정에서 확보한 주요 기업들의 지분을 시장에 내놓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에 따라 재계는 새 정부에서 부상할 현안들에 대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산업은행의 가장 큰 현안 중 하나는 보유 지분의 민영화다. 최우선순위는 HHM으로 알려졌다. 새 정부는 HMM의 본사 부산이전부터 완전 민영화 까지를 염두에 두고 절차를 밟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대선 부산 유세 당시 “해양수산부와 HMM 본사를 부산으로 옮기겠다”고 약속했다.
HHM의 매각 가능성도 높아진다. 특히 산업은행의 BIS비율 관리를 위해 HMM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다. HMM 주가가 올라 산업은행의 자기자본의 15%를 넘어서면, 초과분에 대해 위험가중치 1250%가 적용돼 BIS비율이 떨어지는 구조다. 이에 안정적인 은행 운영을 위해 HMM의 조속한 매각이 필요하다는 게 산업은행의 분석이다.
이와 맞물려 산업은행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 매각도 이슈로 등장했다. 과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위기에 맞서 산업은행은 한진칼에 대규모 자금을 지원하며 지분 10.58%를 확보했다. 양대 국적항공사 통합이 이뤄진 만큼 한진칼 보유 지분을 매각해 공적자금을 회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산업은행의 한진칼 보유 지분 매각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한진칼 경영권 구도가 또다시 흔들리고 있다. 특히 호반그룹이 공격적으로 한진칼 보유 지분을 늘리는 가운데 대규모 지분이 시장에 풀린다면 본격적으로 경영권 확보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력 없는 조원태 회장…동맹 LS그룹도 인수 부담
한진칼 지분은 최근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호반그룹과의 경영권 분쟁과 이재명 정부 지주사 밸류업 정책이 맞물린 결과다. 지난 4일 종가는 15만2500원으로 시가총액은 10조1812억원으로 뛰었다. 이를 통해 산출한 산업은행 보유 지분의 가치는 최소 약 1조770억원 가량이다.
막대한 지분이 시장에 풀리면 주로 블록딜 형태로 거래될 수 밖에 없다. 산업은행의 특성상 공객입찰 등 방식으로 매각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최고가를 써낸 원매자가 지분을 인수하게 된다.
이에 따라 지분의 가치는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 특히 경영권을 좌우할 수 있는 규모의 지분인 만큼 프리미엄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은행이 지분을 내놓는다면 현재로선 한진칼 지분을 제3자가 매입하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다. 최대주주인 조 회장 등 오너일가와 2대 주주인 호반그룹간 지분 매입 경쟁이 펼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자금력 면에선 호반그룹이 앞서 있다. 호반그룹의 보유현금은 7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호반그룹이 보유한 지분율은 18.46%로 산업은행 보유 지분을 인수할 경우 단숨에 29.04%로 높아진다.

반면 최대주주인 조 회장 측은 자금력에서 밀린다는 평가다. 계열사를 동원해 한진칼 지분을 매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순전히 조 회장 일가 등 자체 자금을 동원하거나 우호관계를 맺고 있는 제3자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만약 산업은행 지분이 호반그룹에 넘어 간다면 조 회장 측 우호지분은 기존 45.44%에서 34.86%로 급감한다. 호반그룹이 산업은행 지분을 인수할 경우 양측간 지분율 격차는 5.82% 포인트로 좁혀진다. 이 경우 경영권 분쟁이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변수는 한진그룹과 동맹관계를 맺은 LS그룹이다. LS그룹이 나서 산업은행의 보유 지분을 인수한다면 경영권 분쟁을 종식시킬 수 있다는 평가다. 특히 산업은행과 다르게 LS그룹은 한진그룹과 동맹 관계를 맺은 만큼 경영권 분쟁이 종식될 때가지 한진칼 지분을 보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안정적이다.
다만 LS그룹의 현금 동원력은 1조원 넘는 빅딜을 추진하기에는 부족한 상황이다. LS그룹의 핵심 자회사인 LS전선과 LS일렉트릭, E1 등이 보유한 현금의 단순 합계는 올 3월 말 기준 총 2조6930억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자체사업 영위와 재무건전성 관리 등을 위해 이 자금을 직접 활용하는데는 제약이 따른다.
이에 따라 재계에선 한진그룹과 LS그룹이 다른 방식으로 경영권 공동 방어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다. 산업은행이 한진칼 지분 민영화에 나설 경우 사모펀드 등을 조성해 출자하는 방식으로 인수 주체를 분산해 자금을 여러 경로로 끌어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미 한진그룹과 LS그룹은 이러한 구조를 이용해 기존 경영권 분쟁에 대응 해왔다.
재계 관계자는 “조원태 회장 일가는 직접 자금을 활용해 한진칼 지분을 인수해야 하지만 호반그룹은 계열사 자금을 동원해 인수에 나설 수 있어 자금 동원력에서 한수 위에 있다”며 “동맹 관계에 있는 LS그룹과 협력을 통해 지분을 확보하는 길 외엔 방법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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