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화재는 지금]보험업계 게임 체인저를 보는 상반된 시각①IFRS17 도입 후 제도 변경 주도…장기보험 손해율 지적에 업계 대립 국면도
김영은 기자공개 2025-06-12 12:20:53
[편집자주]
창립 100년이 넘은 메리츠화재가 업계를 주도하는 플레이어로 자리잡은 건 최근 10년간 만들어진 변화다. IFRS17 도입 후 보험사들이 고전하는 사이 메리츠화재는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보수적 가정을 기반으로 재무 체력을 키우고 회계적 정합성을 강조하며 제도 개선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는 메리츠화재의 방식에 대해서는 평가가 갈린다. 하지만 그들의 행보에 업계 모두가 주목할 수밖에 없는 건 분명하다. 올해 메리츠화재는 그간 염원했던 1위 손보사 달성이 가시권에 있다고 보고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메리츠화재의 경영 현황과 과제를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5년 06월 10일 10시26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메리츠화재가 김용범 메리츠금융 부회장의 주도로 또다시 보험 회계의 추가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내고 있다.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 이후 메리츠화재가 적극적으로 업계의 자의적인 가정 행태를 지적하자 금융당국이 일부 보험 상품 가정에 가이드라인을 수립하는 등 행동에 나서면서 메리츠화재의 행보에 보험업계 모두가 주목하고 있다.업계에서는 메리츠화재가 보수적 가정을 추구하면서 회계적 정합성을 강조하는 행보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특히 최근 메리츠가 지적한 장기보험 손해율 가정에 대한 문제는 회사별로 포트폴리오 구성 등이 제각각인 만큼 모든 보험사가 일률적인 가정을 띨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메리츠화재가 예상 해지율 및 손해율 가정을 보수적으로 잡는 점 또한 IFRS17이 전제하는 최선추정원칙과 어긋난다는 평가다.
◇실손·무저해지 가정 지적한 메리츠…장기보험 화두 던지자 업계·당국 예의주시

"(장기 보험의) 실적손해율과 예상손해율 간의 차이가 너무 크면 재무제표의 신뢰성은 훼손될 수밖에 없다. 최근 제도 변화의 피로감에도 불구하고 보험 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장기손해율 가정에 대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김 부회장이 지난 5월 열린 메리츠금융 2025년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또 한번 보험 회계 제도 변경의 필요성을 알리자 보험업계 모두의 이목이 쏠렸다. 금융감독원 또한 김용범 메리츠금융 부회장의 지적에 대해 업계와 필요한 보완 조치가 있을지 논의 중이라는 뜻을 밝히며 업계의 가정 행태를 주시하고 있다는 의중을 밝혔다.
메리츠화재가 던진 화두에 업계가 긴장할 수밖에 없는 건 실제 김 부회장이 했던 지적이 제도적 변화로 이어지면서다. 메리츠화재는 2023년 IFRS17 도입 이후 본격적으로 시장에 목소리를 냈다. 김 부회장은 당시 보험사들이 예실차, 실손 손해율 가정, 무해지 상품의 해지율 수준 등 세 가지 부문에서 자의적인 회계 처리 행태를 통해 이익 부풀리기 시도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메리츠화재가 이러한 작심 발언을 할 수 있었던 건 누구보다 IFRS17을 철저하게 대비했던 자신감에서 비롯됐다. 메리츠화재는 김용범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한 2015년부터 선제적으로 IFRS17 도입을 대비해왔다. 2015년 말 구성된 IFRS17 도입추진팀은 현재까지도 가정 수립 및 수익성 분석 업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IFRS17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던 만큼 해당 제도의 자율성에 기반해 가정을 왜곡할 수 있다는 점도 잘 알고 있었다.
이후 보험업계의 실적 부풀리기 논란이 불거지자 당국은 일부 보험 상품의 계리적 가정에 대한 가이드라인 수립에 나섰다. 2023년에는 실손보험 손해율 가이드라인이, 지난해에는 무저해지보험의 해지율 가정에 대해 원칙모형을 제시하며 계리적 가정 산출 방식을 사실상 일원화했다. 메리츠가 화두를 던지자 실제 제도 변경으로 이어진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표준 약관이 존재하는 실손보험과 데이터가 제한적인 무저해지보험은 상품의 특수성이 있는 만큼 당국에서 일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판단을 내렸던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적 가정으로 제도 변경 충격 없었지만…"최선추정원칙 어긋나"
메리츠화재가 보험업계의 가정 행태를 지적하며 내세우는 논리는 자율성 보다 회계적 정합성이 우위에 있는 개념이라는 전제에서다. 보험 상품이 대동소이하고 배수의 법칙이 적용되는 상황에서 예상 손해율의 흐름이 일관되지 않은 것은 비합리적 추정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메리츠화재의 독자적인 의견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특히 최근 지적한 장기보험의 경우 고객의 연령 등 상품마다 계약의 성질이 다르고 보험사별로 보유한 포트폴리오도 제각각인 만큼 손해율 흐름도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삼성생명이 메리츠화재의 장기보험 손해율 가정에 대한 지적 이후 대립각을 세운 것 또한 이런 이유다.
보험사에 통일된 회계적 정합성을 요구하는 것은 IFRS17 도입시 회사별로 자율적으로 설정했던 것과는 정반대 흐름이기도 하다. 앞서 당국의 갑작스러운 제도 변화로 보수적 가정을 설정하지 않았던 보험업계 전반은 수익성 및 자본적정성 지표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2024년말 보험사 전체의 경과조치 후 지급여력비율 206.7%로 전년말(232.2%) 대비 25.5%포인트 하락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제도 변화로 당기순이익이 줄어든 영향도 크지만 CSM(보험계약마진)이 줄어들고 최선추정부채는 늘어나면서 지급여력비율이 유탄을 받고 있다"며 "처음부터 예상 손해율을 높게 잡아 보수적으로 가정을 한 메리츠화재는 제도 변경의 충격이 덜했지만 IFRS17에 기본 취지이자 공동의 약속인 최선추정원칙에는 어긋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파이낸스
-
- '집값 vs 관세' 상충되는 위기 엄습…고민 깊은 한국은행
- [은행권 가계대출 규제 파장]우리은행, '기업금융 강화' 대안 삼기 어려운 까닭은
- [은행권 가계대출 규제 파장]신한은행, '신의 한수' 된 가계대출 선제 관리
- [저축은행 매물 분석]‘충청권 2위’ 상상인플러스, 우선 과제는 '자본 확충'
- [중소 보험사 펀더멘털 점검]자본적정성 하락, 이익변동성 확대 본격화
- [한국투자캐피탈은 지금]한투저축은행과 판박이 이사회, 경영진 견제 기능 미비
- [카드론 규제 후폭풍]카드론, 제2의 본업화…의존도 높은 카드사 '비상'
- [생명보험사는 지금]농협생명은 왜 '찻잔 속 태풍'에 그쳤을까
- [은행권 가계대출 규제 파장]'CET1 최강자' KB금융, 은행 기업대출 성장 여력 남았다
- [캐피탈사 재무 구조 점검]미래에셋캐피탈, 높아진 계열사 투자 지분…재무 건전성 영향은
김영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집값 vs 관세' 상충되는 위기 엄습…고민 깊은 한국은행
- [이사회 분석/농협은행]비상임이사 공석, 조합장 출신이 채웠다
- [농협은행을 움직이는 사람들]지주·은행 RWA 관리 중추 양재영 CRO
- [Peer Match Up/DB손보 vs 메리츠화재]같은 전문경영인 체제, 다른 CEO 존재감
- [Peer Match Up/DB손보 vs 메리츠화재]글로벌 뻗어가는 DB, 국내 집중하는 메리츠
- [금통위 POLL]7월 일시적 동결 유력…또다시 복병된 집값·가계대출
- 조현민 토스뱅크 성장총괄책임자 첫 과제는 '시니어'
- [농협은행을 움직이는 사람들]차별화된 자산관리 성장 이끌 이영우 부행장
- 성대규 동양생명 대표, 첫출근길에 "좋은 회사 만들겠다"
- [농협은행을 움직이는 사람들]내부통제 재정비 책임지는 이재홍 준법감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