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DX 시프트]그룹 M&A 중심, 반도체 아닌 '전장·HVAC'⑤로봇·의료기기 분야도 관심, 전담조직 역할 분배 주목
김도현 기자공개 2025-06-11 09:56:22
[편집자주]
삼성전자 DS부문의 부진이 길어지면서 DX부문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DX부문 상황도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로 소비심리 위축이 이어지는 가운데 모바일, 가전 경쟁도 심화한 상태다. 대외환경 불확실성이 고조된 데다 불가피한 리더십 재편까지 이뤄지고 있다. 안팎으로 많은 변화를 겪고 있는 삼성전자 DX부문의 위기 극복 방안이 과연 무엇인지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6월 10일 07시5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는 어느 때보다 신성장동력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반도체 등 주력 사업이 초유의 위기를 맞이하면서 대안 모색이 시급해진 영향이다. 삼성전자를 넘어 그룹 전반의 명운을 좌우할 수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타깃은 전장과 냉난방공조(HVAC)다.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낙수효과가 기대되는 영역이다. 기존 품목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로도 여겨진다. 로봇과 의료기기 등도 삼성전자가 발을 들인 시장이다. 이들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전사적인 체질 개선을 이뤄낼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만 이후 8년 만에 조단위 인수
지난달 삼성전자는 독일 플랙트그룹을 15억유로(약 2조3000억원)에 인수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하만을 80억달러(약 9조3400억원)에 품은 이래 인수합병(M&A)에 조단위 자금을 투입한 건 처음이다.
플랙트는 HVAC 산업군에서 100년 넘는 업력을 갖춘 글로벌 기업이다. 매년 7억유로에 달하는 매출을 내기도 한다. 삼성전자는 물밑작업을 통해 당초 플랙트 이해관계자들의 반대를 뚫어내고 거래를 성사시켰다는 후문이다.

이는 삼성전자가 HVAC 진심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난해 HVAC 시장 규모는 200조원을 넘어서고 수년 내 3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관측된다. AI를 필두로 로봇, 자율주행, 확장현실(XR) 등 성장세에 힘입어 데이터센터가 늘어나고 열 관리에 필요한 HVAC이 각광받게 된 것이다.
삼성전자는 에어컨 등 가전 기술력에 플랙트 노하우를 더해 HVAC 부문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겠다는 계산이다. 앞서 미국 공조기업 레녹스와 합작법인(JV)을 설립하면서 판매채널을 강화한 바 있다. 이번 딜로 북미에 이어 유럽 공략에도 힘을 낼 수 있게 됐다.
앞으로도 삼성전자는 HVAC 관련 투자를 지속할 방침이다. 지난해 존슨콘트롤즈 HVAC 사업부 인수전에 참전하기도 했다. 추가적인 시설투자는 물론 또 다른 M&A가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중장기적으로 데이터센터 고객에 HVAC과 반도체 등을 함께 공급하는 방안을 논의할 수도 있다. 다양한 품목을 다루는 삼성전자만이 내세울 수 있는 방식이다.
플랙스에 앞서 삼성전자 자회사 하만은 미국 마시모 오디오 사업부를 3억5000만달러(약 500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한 달 새 2건의 대형 M&A가 이뤄진 것이다. 마시모는 럭셔리 오디오 브랜드 다수를 보유한 곳이다.
하만은 기존 브랜드와 마시모 포트폴리오를 합쳐 소비자와 기업 간 거래(B2C)는 물론 전장 등 기업 간 거래(B2B) 부문 진출에도 속도를 낼 예정이다. 카오디오가 교집합이다.
같은 맥락에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조직개편에서 전장사업팀 명칭을 하만협력팀으로 변경했다. 전장 파트의 중심을 하만으로 설정한 셈이다. 하만이 전장 사업을 총괄하는 한편 관련 M&A를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하만발 소규모 인수가 몇 차례 단행된 바 있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삼성전자의 M&A 무게중심이 반도체에서 HVAC, 전장 등으로 이동했음을 알 수 있다. 반도체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은 데다 각국의 견제로 좋은 매물을 인수하기 어려워진 탓이다. 코로나19 국면 전후로 몸값이 급격히 높아진 부분도 한몫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네덜란드 NXP, 독일 인피니언 등 인수를 검토했으나 해당 사안들로 인해 결국 무산된 것으로 전해진다.

◇미래사업기획단·미래로봇추진단 등 '정중동'
로봇, 의료기기 등도 삼성전자가 눈여겨보는 대상이다. 지난해 말 레인보우로보틱스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하면서 미래로봇추진단을 설립한 건이 대표적이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국내 최초로 2족 보행 로봇 '휴보'를 개발한 기업이다. 미래로봇추진단은 인간의 신체와 유사한 모습을 갖춘 휴머노이드 등 상용화에 앞장설 조직이다. 초대 단장으로 레인보우로보틱스 창립 멤버인 오준호 카이스트(KAIST) 명예교수가 발탁됐다. 디바이스익스피리언스(DX)부문장 직속으로 활동 중이다.
의료기기 측면에서는 삼성메디슨이 작년 프랑스 소니오를 인수한 것이 한 사례다. 소니오는 클라우드 기반 의료 IT 솔루션과 AI 진단 보조 기능에 특화된 스타트업이다. 삼성메디슨 제품 고도화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큰 틀에서는 바이오 육성에 박차를 가하는 절차로 읽힌다. 삼성메디슨과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시너지 발굴은 예견된 수순이라는 분석이다.
2023년 11월 신설된 미래사업기획단의 행보가 주목받는 배경이다. 한동안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미래사업기획단은 삼성 바이오 주역인 고한승 사장을 단장으로 앉혔다. 이전 단장인 전영현 부회장과 경계현 사장이 반도체 전문가라는 점에서 비교된다. 마찬가지로 신사업은 반도체보다는 바이오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아직 미래사업기획단과 미래로봇추진단 등이 뚜렷한 역할을 하진 못했다. 앞으로 이들이 어떤 식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뉴삼성'의 행방이 명확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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