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사는 신작 하나로 판도를 뒤집을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작은 게임사라도 신작이 흥행하면 단숨에 대형 게임사로 도약할 수 있다. 그러나 신작을 완성하기까지는 끝없는 자금난의 연속이다. 이 때문에 수많은 게임사가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며 자본 시장의 문을 두드린다. 더벨은 희망을 품고 도전하는 비상장 게임사들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6월 09일 16시0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이디어가 자본을 이긴다."
게임업계에서 자주 회자되는 격언이다. 독창성만 갖추고 있다면 자본의 장벽을 넘고 성공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모바일게임 '마피아42'로 유명한 게임사 '팀사이(팀42)'가 그 말이 틀리지 않음을 정확히 보여주는 회사다.
◇마피아42 하나로 10년 넘게 승승장구
팀42는 1992년생의 젊은 최고경영자(CEO) 나성수 대표가 운영하는 게임사다. 회사의 시작은 나 대표의 손끝에서 비롯됐다. 2014년 한양대 컴퓨터공학과에 재학 중이던 나 대표는 평소 빠져있던 보드게임 '마피아'를 모바일로 즐기고 싶었다. 하지만 마땅한 게임이 없는 탓에 직접 팔을 걷어붙였다. 그렇게 탄생한 결과물이 바로 '마피아42'다.
이 게임은 출시 첫해부터 누적 다운로드 100만회를 넘기는 기록적인 성과를 냈다. 2년 뒤인 2016년에는 누적 다운로드 500만회를 돌파했다. 나 대표는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회사를 차렸다. 장난처럼 시작한 코드 몇 줄이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나 대표를 게임사 대표로 만든 것이다.
작은 아이디어였던 '마피아42'는 어느덧 10년 넘게 인기를 유지하는 우량 지식재산권(IP)이 됐다. 이 회사의 최근 5년 실적을 살펴보면 지난해 매출은 무려 203억원이었다. 5년 전인 2020년(114억원)에 비해 외형이 2배 가까이 커졌다. 영업이익도 5년 연속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설립 당시 손에 꼽히던 직원수도 이제는 80명이 넘는다.
◇나성수 대표 지배력 95% '눈길'
이 회사가 특별한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최대주주 지배력이다. 통상 대다수 게임사는 지배구조가 복잡한 편이다. 첫 흥행작을 발굴하기까지 적자 경영이 불가피한 탓에 외부에 손을 벌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외부 투자자가 유입되면 창업주 지분은 조각조각 나뉜다. 심지어 경영권이 위태로워지는 사례도 적잖다.
하지만 팀42는 다르다. 작은 아이디어로 시작한 첫 작품부터 성공한 만큼 굳이 투자를 받을 필요가 없었다. 11년간 단 한 차례의 유상증자도 없었다는 사실이 방증한다. 발행주식수도, 자본금도 그대로다. 결과적으로 나 대표는 창업 초기부터 최근까지 100%에 가까운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다.
나 대표 지배력이 굳건하다는 것은 단순한 경영권 안정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무엇보다 팀42는 자본을 통제할 힘을 갖고 있다. 당장은 자력 성장을 고집하고 있지만 추후 대형 신작을 준비할 상황을 마주하면 언제든지 필요에 따라 투자를 유치해 대규모 외부 자본을 기반으로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
자본에 휘둘리지 않으니 협상 테이블에서도 힘을 갖는다. 외부 투자를 받을 때 굳이 유상증자 형태가 아니라 지분 희석 없는 부채 조달이나 일부 지분만을 활용한 전략적 제휴도 선택할 수 있다. 만약 지배력이 안정적이지 않았다면 이처럼 다양한 자금조달 전략을 설계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팀42는 '마피아42'를 이을 차세대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내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인 수집형 MMORPG 장르 모바일게임 '프로젝트S'가 주인공이다. 만약 차기작까지 성공한다면 나 대표의 지배력은 계속해서 굳건하게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좋은 아이디어 앞에서 자본은 필수조건이 아니라는 사실도 다시금 증명할 수 있을 전망이다.
마피아42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