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대체운용 공모 도전기]'아실 삿포로'를 품다…첫 일본 부동산 공모 상품①갑작스레 불거진 반일정서, 위기 속 부각된 유진투자증권의 역할
이명관 기자공개 2025-06-13 15:06:35
[편집자주]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는 여전히 국내 자산운용사들에게 기회이자 도전이다. 환율, 규제, 구조적 리스크 등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가운데, 자산의 선정과 펀딩, 운용, 회수 전 과정에서 각 운용사별 전략과 해법이 뚜렷하게 갈린다.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이 설정한 '하나대체투자일본부동산투자신탁1호'는 2019년 설정 당시부터 시장의 주목을 받은 공모 대체상품이다. 국내 최초로 퇴직연금 자금이 유입된 실물 공모펀드이자, 코로나19 팬데믹과 금리 환경 변화 속에서도 무사히 청산에 이른 몇 안 되는 해외 호텔 딜 중 하나로 기록된다. 이번 프로젝트의 투자, 운용, 회수 전 과정을 단계별로 짚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5년 06월 10일 13시4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9년 8월.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은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 도심에 위치한 복합호텔 ‘아실 삿포로(ASIL SAPPORO)’를 인수하며 사상 첫 공모형 해외 부동산펀드를 론칭했다. '하나대체투자일본부동산투자신탁1호'란 이름이 붙은 이 펀드는 단순한 투자 프로젝트에 그치지 않는다. 리테일 자금을 바탕으로 한 공모 대체펀드의 실험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하나대체투자운용으로서도 일본을 타깃으로 한 부동산 공모펀드로선 첫 번째 시도였다.기초자산인 '아실 삿포로'는 지하 1층~지상 15층 규모의 복합용도 부동산이다. 상층부는 루트인호텔 체인이 장기 임차해 운영 중이었다. 저층부는 음식점, 캡슐호텔, 소매시설 등 리테일 구성으로 이뤄졌다.

특히 삿포로시 스스키노역 인근이라는 도심 핵심 입지에 위치해 있다는 점도 주요 투자 요소로 봤다. 스스키노역은 일본의 3대 번화가다. 포로에서 한국의 명동지역과 같은 위상을 가지고 있다. 삿포로 관광객의 대부분은 본건 호텔이 위치한 스스키노역 주변에서 숙박을 하며 관광 및 음식들을 즐기곤 한다.
이 같은 자산 특성을 바탕으로 하나대체운용은 총 515억원 규모의 에쿼티를 조달하고, 선순위 대출 약 775억원과 후순위 약 150억원을 더해 총 1419억원 규모의 투자 구조를 짰다. 국내에서는 공모 형식으로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자금을 모집했다. 신한은행, IBK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등 주요 금융기관이 판매사로 나섰다.
그러나 펀드 설정 당시 의외의 암초가 등장했다. 바로 2019년 한일 간 수출 규제 갈등으로 인한 '반일(反日)' 정서 확산이었다. 7월 일본 정부가 반도체 핵심소재 3개 품목에 대한 한국 수출 규제에 돌입하면서 한국 사회 전반에 반일 여론이 급속히 확산됐고, 사회 분위기는 곧 일본 제품 불매운동과 여행 자제 캠페인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정치·사회적 분위기는 대체투자 시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 일본 부동산에 투자하는 상품에 대해 투자자들의 정서적 거부감이 커졌고, 실제 공모에 악영향을 미쳤다. 시점에 대한 우려 섞인 반응까지 나왔다. 실제 공모 성과는 기대치를 밑돌았다. 개인투자자들이 가입하는 '클래스A'의 설정액은 7억원에 그쳤다.
일본 부동산펀드의 경우 국내 자본으로 일본 부동산을 인수해 배당 임대수익을 챙기는 만큼 일본의 부를 우리가 가져오는 구조여서 이득이 되지만, 반일 정서가 극에 달한 투자자들의 시각을 돌리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대로라면 펀드 설정이 무산될 수도 있는 상황. 이때 유진투자증권이 나섰다. 절반 가량을 책임졌다. 유진투자증권 당시 하나대체운용과의 협의를 통해 총액인수(Underwriting) 구조로 절반을 인수하고, 셀다운을 했다. 전체 설정액의 250억원 가량을 유진투자증권이 우선 부담함으로써, 부족했던 리테일 청약분을 채우고 펀드 설정 기준선을 넘길 수 있었다.
유진투자증권의 이 같은 결정은 내부적으로도 적지 않은 논의와 리스크 검토 끝에 이루어졌다. 반일 정서에 따른 심리적 투심 위축이 단기적인 이슈에 불과하다는 판단, 그리고 루트인호텔 기반의 고정 수익구조와 장기 보유 시 가격 회복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 영향을 미쳤다. 결과적으로 유진투자증권은 자산운용사와 리테일 사이에서 버퍼 역할을 수행하며 펀드 설정을 무사히 마무리 짓는 데 기여했다.
결과적으로 총 펀드 설정액 515억원 중 433억원이 기관에 의해서 채워졌고, 나머지는 연금펀드나 랩어카운트로 구성하면서 펀드 설정을 무사히 마쳤다. 리테일 자금을 바탕으로 복잡한 해외 부동산 거래를 성사시켰다는 점에서 하나대체투자운용으로서도 의미있는 발자취였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인베스트
-
- 한화증권, 강형호 팀장 영입…프랍트레이딩 맡긴다
- 마스턴운용, M&A 다시 속도 붙을까
- 맨하탄서밋, 출범 3년만에 감자 단행
- [3분기 추천상품]'판매고 껑충' 우리은행, 지배구조펀드 추가 '차별화'
- [PB인사이드]한화증권 노동현 부장, 토지보상 1등에 오르기까지
- [3분기 추천상품]판매고 1조 불린 IBK기업은행, 국내펀드 라인업 대폭 확대
- [thebell PB Survey]자산가 투자 심리 반등…리스크 테이킹 '공격적'
- [thebell PB Survey]자산 리밸런싱 트렌드, '국내주식 ETF 늘린다' 뚜렷
- [thebell PB Survey]기술주 향한 강한 확신…주식시장엔 '낙관 속 신중'
- VIP 한국형 가치투자 펀드, 새 정부 출범 속 '기대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