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유동화 조달전략]유증 2.9조 한화에어로, 카드대금 유동화도 '병행'결제 미룬 카드값 4500억 육박…호실적에도 현금 유출 고삐
이정완 기자공개 2025-06-11 08:10:26
[편집자주]
부채자본시장(DCM)에는 자금 마련이 필요한 기업에게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장기로 조달하거나 기업어음(CP)이나 전자단기사채를 활용해 단기로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직접적인 발행 외에도 회사가 가지고 있는 자산을 유동화하는 방안도 있다. 매출채권이나 소매채권을 특수목적법인(SPC)에 매각해 이를 바탕으로 자금이 유입되게 하는 구조다. 자체 신용도로 조달이 어려워진 기업이 신용보강을 받아 조달 대안으로 삼는 사례도 늘고 있다. 더벨이 기업들의 유동화를 통한 조달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6월 09일 15시5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3조원에 육박하는 유상증자를 앞두고 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카드대금채권 유동화에 활발히 나서고 있다. 최근 930억원 규모는 카드값 결제를 미뤘는데 이렇게 쌓인 유동화 잔액만 4500억원에 육박한다.방산 호실적에 조 단위 자금 유입이 예정돼 있지만 카드대금 유동화로 현금 유출을 최대한 미루는 모습이다. 가능한 수단을 모두 활용해 자금 사정을 여유 있게 가져가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넉넉한 곳간 사정 불구 조달 수단 총동원
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특수목적법인(SPC)인 에스디비제오차는 지난달 말 현대카드와 맺은 카드대금채권 관련 참가계약에 따라 현대카드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대해 보유한 구매전용카드대금채권을 기초자산으로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를 발행했다. 각 451억원, 479억원씩 유동화했다. 만기는 오는 11월까지다.
에스디비제오차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카드대금채권을 바탕으로 유동화증권을 발행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부터 같은 구조로 발행이 시작됐다. 당시 790억원을 유동화했고 지난 1월 상환됐다.
올해 1월을 제외하고 매달 발행을 지속한 만큼 카드대금 유동화 잔액이 4500억원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지난 2월 발행한 431억원 규모 유동화증권을 시작으로 지난달 말까지 4461억원의 잔액이 쌓였다. 이들 유동화증권 만기는 다음달 말부터 도래한다.
카드대금채권 유동화를 활용한다고 해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직접 조달하는 효과를 거두는 건 아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현대카드 구매전용카드를 사용하면 카드사는 이에 대한 채권을 갖는다. SPC가 투자자를 모아 대납하는 방식이다.
그럼에도 장점은 분명하다. 유동화를 통해 결제일을 연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발행한 930억원 규모 유동화 만기만 해도 11월에 다가오는 만큼 5개월 동안 이 돈을 결제하지 않아도 된다. 사실상 이 기간 동안 930억원을 조달한 셈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유동화 만기에 카드값과 수수료를 납부하면 된다.
눈에 띄는 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처한 재무 환경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방산 호황에 힘입어 30조원 넘는 수주잔고를 확보한 덕에 수년간 고수익이 기대된다. 조 단위 유상증자 역시 금융감독원의 정밀 심사를 통과하면서 2조9000억원 규모 현금 유입이 예정돼있다. 지난 1분기 별도 기준 매출은 1조4747억원, 영업이익은 30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매출 8652억원, 영업이익 21억원 대비 매출은 70% 늘고 영업이익은 140배 넘게 증가했다. 1분기 말 별도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만 9016억원에 달한다.
통상 카드대금채권 유동화는 적자에 처하거나 불황 사이클에 접어들어 현금 유출이 아쉬운 기업이 활용한다. 하지만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사정이 다르다. 활용할 수 있는 우회 조달 수단을 모두 사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유증·공모채와 달리 DB증권 파트너 선택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유상증자와 공모채를 꾸준히 택하며 시장성 조달에 익숙한 모습을 보였다. IB업계와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카드대금채권 유동화는 전과 다른 파트너십을 드러냈다. DB증권이 작년 말부터 지속 주관을 맡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유상증자에서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을 대표 주관사로 선정했다. 올해 초 공모채 발행 때는 KB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을 대표 주관사단으로 꾸렸다.
카드대금채권 유동화는 수수료율이 높은 비즈니스가 아니라 대형 증권사보다는 중소형 증권사의 먹거리로 알려져 있다. 중소형사 입장에선 대기업 커버리지를 확대하기 위해 유동화를 제안하는 게 일반적이다. DB증권도 성과를 거뒀다. 지난 1월 공모채 발행 때 인수회사로 참여해 150억원 규모 물량을 책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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