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숨은 강자들]'저성장' 고민하는 계면활성제 강자…성장동력 찾기 '과제'[그린케미칼]①EOA 21% 점유율 기반 안정적 이익…산업성숙기에 DMC·AM 등 소재 다각화
정명섭 기자공개 2025-06-12 08:02:23
[편집자주]
석유화학은 반도체, 자동차 등과 한국의 수출을 떠받친 핵심 산업이었다. 그러나 중국·중동발 공급과잉, 글로벌 수요 둔화 등으로 전례없는 위기에 봉착했다. SK와 롯데, LG 등 주요그룹 화학사마저 수천억원대 손실을 기록할 정도다. 그럼에도 꿋꿋한 기업들이 있다. 업황 둔화가 무색할 정도로 탄탄한 실적을 기록 중이다. 특정 분야에서 확고한 강점을 보유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더벨은 석유화학업계의 숨은 강자들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6월 10일 16시1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8년 KPX그룹에서 독립한 그린케미칼은 국내 계면활성제 시장에서 과점적 지위를 보유한 화학사다. 오랜 업력으로 쌓은 기술력과 거래 관계 등으로 업황 불황에도 꾸준히 이익을 거둬왔다.그러나 계면활성제 시장의 성숙기 진입, 중국산 저가 제품 공세로 미래 성장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면서 사업 다각화, 탄소 포집·활용(CCUS) 등 신기술 개발로 활로를 찾고 있다.
◇국내 최초 EOA 개발 화학사...2018년 KPX그룹서 독립
그린케미칼은 2003년 1월 KPX케미칼의 전신인 한국포리올에서 물적분할해 출범한 정밀화학사다. 출범 당시 사명은 그린소프트켐이었으나 2008년 KPX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KPX그린케미칼'로 간판을 바꿨다.
그린케미칼로 사명을 바꾼 시기는 2018년이다. KPX그룹의 창업주인 양규모 의장의 장남 양준영 회장이 KPX홀딩스와 KPX케미칼의 지분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차남 양준화 사장은 KPX그린케미칼을 중심으로 독립에 나섰고, 그 과정에서 'KPX'를 뗐다.
같은 시기 그린케미칼의 최대주주는 KPX홀딩스에서 건덕상사(지분율 25.47%)로 바뀌었다. 건덕상사는 양 사장이 지분 76.95%를 보유한 비상장사다. 양 사장이 직접 보유한 그린케미칼 지분은 19.72%다. 양 사장은 현재까지 그린케미칼의 대표이사 사장을 맡고 있다. 그린케미칼은 특수관계자간 지분관계를 해소하지 못해 공정거래법상 계열분리는 아직 이루지 못했다.

그린케미칼의 주력 제품은 비이온성 계면활성제인 에톡시레이트(EOA)와 폴리에틸렌글리콜(ETA)의 생산·판매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5%에 달한다. EOA와 ETA는 여러 전방산업에서 세정제와 침투제, 습윤제, 유화분산제, 소포제 등으로 다양하게 사용된다. 생산공장은 충남 대산산업단지에 있다. 연산 25만4000톤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췄다.
그린케미칼은 1978년에 국내 최초로 EOA를 개발했고 1992년에는 ETA를 처음 국산화했다. 덕분에 국내 시장 지위가 높은 편이다. 작년 기준 그린케미칼의 EOA 국내 시장점유율은 약 21%, ETA 점유율은 54%다. 최근 5~6년새 점유율이 그대로다.
EOA 사업의 경우 동남합성과 미원상사, 한농화성 등 경쟁사가 많지만 ETA 부문에선 국내에 설비를 보유한 곳은 그린케미칼뿐이다. 이 정도 위치면 원료가격 하락에도 판가 방어가 가능하다는 게 투자업계의 설명이다.
원재료의 가격 변동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건 안정적으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그린케미칼은 양준영 회장의 KPX케미칼보다 외형은 작지만 꾸준히 이익을 내고 있다. KPX그룹에서 독립한 해인 2018년부터 작년까지 7년간 매출과 영업이익 평균은 각각 2789억원, 113억원이었고, 영업이익률은 4%였다. 석유화학산업 위축이 본격화한 2022~2023년에 실적이 다소 떨어지긴 했지만 적자를 낸 적은 단 한분기도 없었다.
회사 측은 범용 제품보다 다품종 소량 생산 방식의 특수제품 생산 비중을 높이고 원료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해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린케미칼은 EOA와 ETA의 주원료인 에틸렌옥사이드(EO)를 한화토탈에너지스로부터 파이프라인을 통해 공급받고 있다. 이는 탱크로리로 EO를 공급받는 방식 대비 물류비용이 낮다. EO는 그린케미칼 재료비의 약 66%를 차지하는 핵심 원료다.
계면활성제 분야는 대규모 설비투자와 원천기술이 필요한 기술 집약적 산업이라 신규 사업자의 진입이 어려운 점도 그린케미칼이 안정적으로 수익을 거둘 수 있었던 요인으로 언급된다.
재무체력도 적정한 수준에서 관리되고 있다. KPX그룹에서 독립한 이후 차입금의존도와 부채비율이 가장 높았던 시기는 2018년으로 각각 24.8%, 76.3%였다.

◇계면활성제 시장 산업 성숙기...포트폴리오 확대로 활로 모색
사업 안정성이 높은 그린케미칼에게도 고민은 있다. 계면활성제 시장의 성장 정체다. 그간 국내 EOA 시장성장률은 경제성장률보다 1~3%포인트 높은 수준에서 정해졌다. 성숙기에 접어든 산업에서 볼 수 있는 성장률이다. 신규 산업 분야에서 계면활성제 수요가 창출되더라도 이전만큼 큰 폭으로 시장이 성장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중국과 인도 등에서 저가 계면활성제가 국내에 유입되고 있는 점도 위기 요인이다. 일례로 롯데케미칼은 2023년에 EOA와 ETA를 생산하는 중국 법인 롯데케미칼자싱을 파트너사에 매각했는데, 중국 기업들이 계면활성제 생산설비를 증설해 수익성이 악화한 데 따른 움직임이었다.
그린케미칼의 활로는 신사업이었다. 2008년에 디메틸카보네이트(DMC), 2015년에 아크릴레이트모노머(AM) 생산공장을 준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
DMC는 기능성 플라스틱의 중간원료, 배터리 전해액 용매 등으로 사용된다. 그린케미칼은 DMC 생산물량의 90% 이상을 롯데케미칼에 공급하고 있는데, 이는 모두 기능성 플라스틱 원료용이다. 향후 배터리 전해액 용매용으로도 사업을 확장할 여지가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그린케미칼은 현재 보유한 설비와 기술로는 배터리 전해액 용매용으로는 DMC를 생산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전해액용 DMC는 상대적으로 더 높은 순도를 요구한다.
AM은 주로 플라스틱과 목재 등의 자외선 경화형 코팅제, 광학필름, 렌즈, 잉크, 도료, 접착제 등에 사용되는 소재다. 다만 DMC와 AM 모두 계면활성제 제품과 견줄 정도로 사업 규모가 크진 않다는 평이다.
2017년부터 기술 개발을 본격화한 CCU 사업 또한 성과가 나기까지 시간이 필요해보인다. 그린케미칼은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데 사용되는 흡수제와 흡착제 등의 소재를 제조하는 기술을 개발해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회사는 흡수제의 물성을 분석하고 이산화탄소 흡수 용액의 성분을 분석하는 등 제품 성능 개선을 위한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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