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조달 전략 점검]SBI저축, '신뢰·플랫폼'이 이끈 독보적 조달 경쟁력①예수금 이자율 4.0%, 대형사 중 가장 낮아…2달 만에 정기예금 금리 3.0%→2.75%로 조정
유정화 기자공개 2025-06-13 12:56:53
[편집자주]
시중은행과 달리 저축은행의 자금 조달 수단은 단순하다. 채권 발행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정기예금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그러나 최근 저축은행업계 수신 잔액이 100조원 아래로 떨어지며 조달 기반이 흔들렸다. 수신이 줄면 여신 확대에도 제약이 불가피한 탓에 이는 곧 수익성과 자산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대출 영업을 확대할 여력이 있는 저축은행들은 저마다의 방법을 활용해 수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더벨은 주요 저축은행들의 조달 전략을 집중 조명해 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6월 11일 07시55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BI저축은행은 79개 저축은행 중 독보적인 조달 경쟁력을 보유했다고 평가받는다. 10여년간 업계 1위를 공고하게 지켜온 만큼 인지도나 신뢰도가 높다 보니 다른 저축은행보다 낮은 금리로 예금을 유치할 수 있었다. 선제적으로 플랫폼 '사이다뱅크'를 구축해 파킹통장 시장을 선점한 점도 조달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SBI저축은행은 올해 수신 금리 경쟁에서 한발 물러난 모양새다. 지난 4월 정기예금 금리를 3%로 끌어올렸으나,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2.75%로 하향 조정했다. 과거 고금리 특판 상품을 취급한 탓에 수익성이 악화한 선례가 있는 만큼 무리하게 수신을 늘리는 것보단 상황을 지켜보는 분위기다.
◇20%대로 늘어난 요구불예금 비중, 조달비용 절감
SBI저축은행이 최근 게시한 통일경영공시에 따르면 1분기 예수금 평균잔액은 11조4683억원, 이자금액은 1132억원으로 집계됐다. SBI저축은행이 정기 예·적금 등을 통해 예수금을 유치하고 해당 금액만큼 이자 비용을 지출했다는 의미다.

예수금 이자율은 4.00%로 전년 동기(4.44%) 보다 0.44%p 하락했다. 시장금리 하락에 맞춰 수신 금리를 낮춘 영향이다. 특히 SBI저축은행의 예수금 조달 금리는 주요 대형 저축은행 중 가장 낮았다. 같은 기간 예수금 이자율을 보면 OK저축은행 4.5%, 한국투자저축은행 4.4%, 웰컴저축은행 4.5%, 애큐온저축은행 4.7% 등으로 나타났다.
저축은행 주요 수익원이 예금과 대출에서 발생하는 이자손익이라는 점에서 조달금리가 낮은 건 이자손익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SBI저축은행이 업계에서 중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중금리대출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한 배경엔 낮은 조달 금리가 자리잡고 있다.
업계는 SBI저축은행의 낮은 조달 금리는 브랜드 신뢰도 때문에 가능했다고 보고 있다. 10년 넘게 업계 1위 자리를 유지해 온 만큼 예금자들의 신뢰가 두텁다는 평가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최근엔 비대면을 통해 예·적금을 유치하는 게 일반적인데, 고객 입장에서 금리 차이가 크지 않다면 대형 저축은행을 선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이다뱅크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 플랫폼 전략도 한몫했다. 비대면 채널을 통한 고객 유입이 확대되면서 전국 단위로 수신 기반을 확보할 수 있었다. 파킹통장과 같은 모바일 상품은 금리에 민감한 고객을 끌어들이는 동시에 수신 유치 효율을 높여 조달 비용을 낮췄다.

특히 파킹통장은 낮은 원가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대표적인 수단이다. 예금주의 요구가 있을 때 언제든지 지급할 수 있어 요구불예금으로 분류된다. SBI저축은행의 요구불예금 평균 잔액은 2022년 1분기만 하더라도 전체 예수금에서 9.9% 수준을 차지했으나. 지난해를 기점으로 20%대로 확대된 상태다.
◇올 들어 정기예금 금리 4차례 조정…수신 확보 '신중 모드'
SBI저축은행의 올 1분기 총수신은 11조36억원이다. 11조5734억원을 기록한 OK저축은행에 총수신 1위 자리를 내줬다. 두 저축은행의 총수신 규모는 작년 말만 하더라도 각각 11조6297억원, 11조6119억원으로 SBI저축은행이 OK저축은행에 근소하게 앞섰으나 올 들어 수신이 감소하면서 순위가 뒤바꼈다.

정기예금 금리 경쟁에서 밀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1년 만기 고정금리 정기예금 상품 기준 OK저축은행은 올 1~3월 2.91~3.11% 금리를 제공하며 SBI저축은행 보다 0.11%p 높은 금리를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SBI저축은행은 수신 확보를 목적으로 지난 4월 정기예금 금리를 0.2%p 상향했다. 그러나 두 달이 채 안돼 0.25%p 하향한 2.65%로 조정했다. 무리하게 금리를 조정하며 수신 확보에 나서지 않겠단 의도로 풀이된다. 앞서 유동성 확보를 위해 고금리 특판 상품을 판매한 탓에 한동안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바 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2022년 레고랜드 사태 이후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저축은행 간 금리 경쟁이 펼쳐지며 5~6%대 고금리 특판을 통해 수신을 끌어 왔다"며 "이후 1~2년간 저축은행은 조달 비용이 높아져 이자손익이 악화한 바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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