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6월 12일 07시2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벤처캐피탈(VC) 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는 단연 KB인베스트먼트의 심사역 ‘전문계약직 전환’이다. 국내 VC 중 최상위권의 운용자산(AUM)을 보유한 하우스에서 전해진 소식인 만큼 업계 전반에 적잖은 충격을 안겼다. 특히 은행지주 계열 VC에 근무하는 심사역들 사이에서 파장이 크다.자연스레 관심은 지난 4월 취임한 윤법렬 KB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에게로 모인다.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지시받은 ‘저승사자’라는 소문도 들려온다.
아무 근거 없이 이런 이야기가 퍼진 것은 아니다. 윤 대표는 전임 대표이사가 임기를 1년여 남겨둔 상태에서 예고 없이 발탁됐다. 이처럼 깜짝 등판한 대표가 취임 한 달여 만에 임직원의 계약 구조를 손보려 하니 ‘특명’을 받고 내려온 인물이라는 시선이 자연스레 따라왔다.
VC업계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그의 이력도 이러한 해석에 힘을 보탰다. 그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을 통과해 변호사 생활을 한 법조인 출신이다. 업계의 주요 네트워킹 수단으로 꼽히는 골프도 즐기지 않는다. ‘저승사자’ 이미지에 제법 어울린다.
그러나 인터뷰를 위해 실제로 만난 그는 배경이 설명하는 이미지와는 사뭇 달랐다. 칼같이 정제된 답을 내놓기보다는 머릿속에 흩어진 생각들을 하나씩 꺼내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물론 이야기의 핵심은 분명했다. 시종일관 겸손한 말투를 유지했지만 내용은 도전적이었다. 업계 관행이 납득되지 않으면 주저 없이 질문을 던졌다. 전문계약직 도입 배경을 묻자 그는 “출자자의 자금을 운용해 인센티브를 추구하는 VC 심사역이 꼭 정규직이어야만 하느냐”고 반문했다.
그의 모습은 구조조정의 칼을 든 저승사자보다는 ‘성과주의’를 중시하는 증권맨에 가까워 보였다. 2008년부터 KB증권에서 일해온 그는 실제 법조인보다 증권맨으로서 지낸 기간이 더 길다.
그는 VC업을 증권업에 매칭해 이해하고 있었다. VC 심사역의 역할은 ‘IB이자 트레이더’라는 게 그의 결론이다. 딜 소싱을 위한 ‘영업력’과 딜을 선별해 수익을 낼 수 있는 ‘선구안’이 모두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 어떤 VC 대표에게서도 들어보지 못한 신선한 정의였다.
전문계약직 전환이 모든 이슈를 흡수하고 있지만 그가 추진한 변화는 이뿐만이 아니다. VC 업을 새롭게 바라보는 시각만큼이나 업계에서 보기 어려운 새로운 시도들을 과감히 실행하고 있었다.
딜을 직접 소싱하지 않고 심사에만 집중하는 ‘전문심사역’ 제도를 도입해 IB 기능과 트레이딩 기능을 분리했고, 투자심의 방식도 바꿨다. 그 어떤 하우스보다도 심사역이 딜 소싱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모든 변화가 향하는 지점은 단 하나다. KB인베스트먼트를 ‘시스템적으로’ 투자를 잘하는 하우스로 만드는 것이다. 대형 하우스로서 출자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선 무엇보다 차별화된 프로세스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고 있다.
윤 대표가 VC업계의 관행에 도전장을 내민 시도들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아직 단언하기 어렵다. 다만 그가 전문계약직 제도를 도입한 목적이 구조조정을 위한 것이 아니라, ‘성과주의의 이식’이라는 점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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