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인베스트

[모태펀드 태동 20년]'30년 존속기한' 해결 시급, 새정부서 탄력 받나②벤처 혹한 겪으며 "종료는 시기상조" 한목소리…'딥테크 패권 경쟁'도 연장에 힘 실어

최윤신 기자공개 2025-06-19 08:06:01

[편집자주]

한국벤처투자가 운용하는 모태펀드가 이달 말 설립 20주년을 맞는다. 국내 벤처투자 시장을 키워 온 1등공신이자 수많은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탈(VC)의 성장을 견인해 온 모태펀드에게 약관(弱冠)이 의미하는 바는 크다. 존재가치를 입증하고 새로운 비전과 목표를 수립해야 하는 전환점이기 때문이다. 더벨이 모태펀드의 20년 성과를 되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조망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6월 18일 07시4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05년 출범한 모태펀드는 민간 모험자본 시장이 성숙하면 정부의 역할이 축소될 것이란 전제로 존속기간을 30년으로 설정했다. 모태펀드의 20주년이 중요한 건 이 때문이다. 모태펀드가 출자하는 자펀드의 운용기간이 최대 10년임을 감안할 때 올해 부턴 자펀드와의 만기역전이 일어날 수 있다. 모태펀드 사업을 계획대로 종료할 것인지 연장할 것인지를 결정해야하는 시점이다.

벤처캐피탈(VC)업계에선 모태펀드의 존속기간 연장이 필수적이라고 보고있다. 2022년 이후 벤처투자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며 민간의 출자가 모태펀드를 대체하기엔 시기상조라는 시각에서다.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국가간 딥테크 기술경쟁이 심화한다는 점도 존속기간 연장이 필요한 이유다.

정부 역시 모태펀드의 존속기간을 늘리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 최근 출범함 새정부가 선거 당시 공약으로 모태펀드의 만기 연장뿐 아니라 확대를 주창했기 때문에 존속기간 연장은 조만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 결성한 벤처펀드, 모태펀드 비중 12.8% 달해

2020년 팬데믹 이후 이어진 글로벌 양적 완화로 인해 VC업계에는 돈이 몰리기 시작했다. 저금리 기조 속에서 민간 출자자들은 적극적으로 벤처펀드에 출자했고, 벤처투자 시장에서 모태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빠르게 줄어드는 모습이 나타났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가 집계한 국내 벤처투자 펀드결성 세부현황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국내 벤처캐피탈 펀드 결성금액 중 모태펀드의 출자금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13.3%였다. 하지만 2021년에는 이 비중이 9.8%까지 낮아졌고, 2022년에는 8.5%로 감소했다. 이에 따라 모태펀드의 자금이 없어도 벤처투자 시장에 충분한 돈줄이 공급될 것이란 시각이 나타났다.

상황은 달라졌다. 2022년 말 글로벌 시장의 테이퍼링이 시작되며 시장의 유동성은 크게 줄어들었고, 벤처투자 시장에 공급되는 자금은 빠르게 마르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모태펀드 출자금액을 크게 줄였다. 이에 따라 모태펀드 출자비중은 7.5%까지 낮아졌다. 이로 인해 극심한 펀딩가뭄이 시작됐고 수많은 스타트업이 고사위기에 몰렸다.

고금리는 장기화했고 민간 출자자들의 벤처투자시장 참여는 더욱 위축되는 흐름이 나타났다. 모태펀드의 역할은 다시 '절대적'이 됐다. 정부는 지난해 모태펀드를 통해 전년 대비 37.8% 늘어난 1조3516억원을 출자하며 벤처펀드 결성 10조원을 사수했다. 지난해 결성된 벤처펀드의 금액에서 모태펀드 출자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12.8%까지 늘어났다.


거시경제의 흐름에 따라 쉽사리 무너져내린 민간 출자는 한국의 벤처 생태계에 여전히 모태펀드 역할이 절실함을 각인 시켰다. 정부가 일찌감치 모태펀드의 연장 혹은 영구화라는 방침을 정한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지난해 관계부처 합동으로 내놓은 선진 벤처투자 시장 도약 방안에는 모태펀드의 존속기한 연장 또는 영구화 등 검토 내용이 포함됐다.

글로벌 AI 혁신이 시작되며 국가간의 딥테크 기술 각축전이 심화하는 시대상 역시 모태펀드의 존속기간 연장에 대한 당위성을 더했다. 실제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AI반도체, 클라우드, 양자컴퓨팅, 바이오 등 전략기술을 둘러싼 투자 경쟁이 국가 단위로 전개되는 상황이다. 미국은 국가 AI 전략과 함께 칩스액트(CHIPS Act)등을 통해 수십조원대의 직접투자를 집행 중이며, 중국 역시 AI·신에너지·로봇 등 분야에서 정부 보조금과 국부펀드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 역시 글로벌 경쟁력 유지를 위한 공공의 기술투자 역할이 중요해졌다. 20년간 벤처 투자 시장의 마중물로 자리매김한 모태펀드가 이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감이 큰 상황이다. VC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펼쳐지는 국가간 기술패권 경쟁을 감안할 때 모태펀드의 역할은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정부 역시 이런 맥락에서 존속기간 연장뿐 아니라 영구화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내각 구성 이후 속도낼 전망, 규모 확대도 기대

지난해 10월 선진 벤처투자 시장 도약 방안 발표 이후 모태펀드의 존속기간 연장과 관련한 내용은 언급되지 않았다. 이후 발발한 계엄사태 등으로 국정에 혼선이 빚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최근 새로운 정권의 출범으로 모태펀드 존속기간 연장이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커진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모태펀드의 존속기간 연장뿐 아니라 규모 확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AI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와 연계된 공약이었다. 새정부 출범에 앞서 취임한 이대희 한국벤처투자 대표 역시 지난달 26일 기자간담회에서 모태펀드 존속기간 연장이나 영구화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VC업계에선 존속기간 연장이 시급한만큼 새정부가 속도를 낼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모태펀드의 존속기간 연장을 위해서는 존속기간을 정의하고 있는 벤처투자촉진법 시행령의 개정이 필요한데, 아직 존속기간 연장과 관련해 구체적인 움직임이 나오고 있지는 않다.

VC업계 관계자는 "아직 주무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의 장·차관 인사도 진행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추진이 이뤄지긴 힘든 상황"이라며 "새롭게 구성되는 내각에서 만기연장 혹은 영구화를 빠르게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4층,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김용관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황철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