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 전선업체 리포트]박종태 제룡전기 대표, 실적 반등·후계자 양성 '성공적'②흑자 전환 성공, 박인준 사장 영입…미국 등 해외 공략 '속도'
유나겸 기자공개 2025-06-19 09:13:30
[편집자주]
미국과 유럽의 노후 전력망 교체와 AI 확산에 따른 설비 투자 증가로 AI 데이터센터(AIDC)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주요 전선·전력 기업들에 대한 시장 관심도 커지고 있다. 특히 '빅4' 전선사와 주요 전력 설비 기업 외에도 기술력과 성장성을 갖춘 강소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과 함께 자동차 부품 등 신사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국내 주요 강소 전선 기업들의 현 상황과 미래 전망 등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6월 17일 16시0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박종태 대표(사진)는 제룡전기의 '변압기 올인' 전략을 이끈 핵심 인물이다. 내진형 변압기 등 고효율 신제품 확대에 사활을 걸며 회사의 체질 개선을 주도했다. 이 같은 변화 끝에 제룡전기는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사업 안정화 이후에는 후계자인 박인준 사장에게 경영 수업을 맡기며 승계 작업에도 속도를 냈다. 동시에 내수 중심 사업 구조의 한계를 넘어 해외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했다. 박 대표 체제에서 제룡전기 매출은 불과 수년 만에 5배 이상 성장하는 성과를 거뒀다.
◇내진형 변압기 개발, 변압기 올인 전략 '적중'
1957년생인 박 대표는 경상북도 문경 출신으로 박인원 전 문경시장의 아들이다. 박 대표는 용문고등학교와 서일대학 공예학과를 졸업한 뒤 1983년 한전유화에서 근무했고 이듬해인 1985년부터 세일통상 대표를 맡으며 경영에 발을 들였다.
박 대표가 제룡전기에 합류한 시점은 1988년이다. 제룡전기의 전신인 경인전선개발은 박 대표의 부친인 박 전 시장이 1986년 설립한 회사다. 박 대표는 1988년 대표로 합류해 경영 전면에 나섰다. 부친이 지방선거 출마 등 정치 활동에 집중하는 동안 박 대표는 유상증자를 통해 약 7만 주를 확보하며 지분을 꾸준히 늘려갔다.

2011년 건설경기 둔화로 실적 부진이 이어지자 박 대표는 인적분할이라는 승부수를 꺼내들었다. 존속법인은 사명을 제룡전기로 변경하고 중전기 사업을 맡았으며 신설법인 제룡산업은 금속·합성수지 사업을 담당하는 구조로 재편됐다. 사업구조 단순화, 전문화를 통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었다.
박 대표는 이듬해 제룡전기 대표직을 내려놓고 박광식 전 한국전력 광주전력관리처장을 전문경영인으로 영입해 경영을 맡겼다. 이후 박 대표는 제룡산업에 집중하다 2016년 제룡전기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전문경영인 체제 속에서도 박 대표는 사내이사이자 이사회 의장직을 유지해왔다.
제룡전기 대표이사로 복귀한 후부터 현재까지 박 대표는 제룡전기와 제룡산업 대표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박 대표의 제룡전기 지분율은 현재 17.93%다.
복귀 이후 박 대표는 '변압기 올인 전략'을 전면에 내세웠다. 당시 전력기기 업황이 장기 침체에 빠지며 제룡전기 매출이 하락세를 보이던 상황에서 신제품 확대를 통해 승부수를 띄웠다. 수요가 꾸준하고 이익률이 높은 변압기 시장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돌파구를 찾은 셈이다.
2016년 경주 지진 발생 직후인 2017년 내진 기능을 갖춘 내진형 변압기 개발에 성공한 것이 대표적이다. 내진형 변압기는 2018년부터 본격 양산에 들어가며 제룡전기의 실적 반등을 견인했다.
실제 2016년과 2017년 제룡전기의 별도 기준 영업손실은 각각 43억원, 12억원이었지만 2018년에는 2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제룡전기의 외형을 키운 주역으로 박 대표가 꼽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북미 변압기 부족 현상 내다본 혜안 '빛났다'
제룡전기의 사업이 안정기에 접어들자 박 대표는 후계자 양성에도 본격적으로 나섰다. 2018년부터 그의 아들 박 사장이 경영 수업을 시작했다. 박 사장은 미국 퍼듀대학교와 서울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제룡전기와 제룡산업 양사에서 경영 경험을 쌓아왔다.
2018년 상무로 경영에 참여한 박 사장은 2022년 부사장을 거쳐 지난해부터 사장직을 맡고 있다. 박 사장이 올 1분기 기준 보유한 지분은 제룡전기 3%, 제룡산업 9.89% 수준이다. 2018년 당시 2.09%였던 제룡전기 지분은 2020년 장내 매수를 통해 3%까지 늘렸다. 제룡산업의 경우 박 전 시장이 보유한 75만주를 증여받아 지분율을 높일 수 있었다.
당시 박 사장은 누나 박진수 씨와 지분율 차이가 크지 않았지만 증여를 받으면서 격차를 크게 벌릴 수 있었다. 2018년 기준 박 사장과 박 씨의 지분율은 각각 2.85%, 2.75%로 큰 차이가 없었으나 2019년에는 증여를 통해 각각 10.35%, 3.37%로 격차가 커졌다.
시장에서는 증여건을 두고 박 대표에 이어 박 사장이 제룡전기와 제룡산업 양축을 이끌 후계자라는 시그널로 해석했다.

안정적인 후계 구도를 구축함과 동시에 사업도 안착했지만 박 대표는 여전히 내수 중심의 시장 구조를 해외 수출로 전환하는 과제를 안고 있었다. 국내는 이미 전력 인프라가 촘촘히 구축된 데 반해 북미를 포함한 해외 시장은 송배전망 확충 수요가 지속되고 고부가가치 프로젝트도 활발하다.
특히 해외 수주는 고정비 부담이 적고 환율 효과가 더해져 수익성이 높은 데다 글로벌 인증과 레퍼런스 확보 측면에서도 유리한 구조다. 이러한 가운데 박 대표는 전기차 보급 확대와 미국 내 전력 인프라 투자 증가에 따라 변압기 수급난이 심화될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내수보다는 수출 확대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전략이 지중매설형 고체절연변압기(SIDT) 마케팅 강화였다. SIDT는 지하나 수중에서도 운전이 가능해 혁신적 변압기로 평가받았다.
제룡전기는 이를 앞세워 LA 수도전력국과 연간단가계약을 체결하는 데 성공했다. 이 외에도 주상변압기, 지상형 변압기(PAD 변압기) 등을 미국 시장에 적극 수출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2018년 기준 제룡전기의 전체 매출은 425억원으로 이 중 수출액은 18억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난해 기준 전체 매출은 2627억원으로 증가했고 이 가운데 수출은 2345억 원에 달하며 전체의 약 89%를 차지했다. 수출 중심 구조로의 전환에 성공한 셈이다.
미국 아메리칸 일렉트릭 파워(AEP)에 169억원 규모의 배전변압기 공급 계약을 따내는 등 해외 공략이 실질적인 매출 증대로 이어졌다. 해외 매출 확대에 따라 제룡전기의 전체 매출은 400억 원대에서 2000억 원대로 약 5배 이상 성장했다. 박 대표의 해외 집중 전략이 성공한 셈이다.
제룡전기 관계자는 "주상변압기, 지상변압기 등을 미국에 대거 수출하면서 자연스럽게 해외 매출 비중도 커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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