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제휴 전쟁]네이버-넷플릭스 맞손, 떠났던 가입자도 돌아왔다①성숙기 접어든 OTT 시장서 번들링 실험 '성공적'…경영진 협업 논의도 본격화
서지민 기자공개 2025-06-19 08:12:07
[편집자주]
OTT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며 가입자 정체와 수익성 둔화가 과제로 떠올랐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말 네이버와 손잡고 플랫폼 멤버십에 광고형 요금제를 결합한 이른바 '네넷 제휴'를 단행했다, 예상 밖 흥행몰이 반응을 끌어낸 첫 제휴 사례가 됐다. 산업 전반에 적잖은 영향을 주는 모양새다. 더벨은 넷플릭스와 네이버의 파트너십 전략의 배경과 의미를 짚어보고 다른 OTT 사업자들의 전략 변화 흐름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6월 17일 15시2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OTT 산업은 단기간에 급격한 성장기를 거쳐 이제 성숙기에 진입했다. 성장률이 정체된 주요 사업자들은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고 또 한 번의 도약을 해내야 한다. 비즈니스와 콘텐츠 전략 전면 수정이 불가피한 셈이다.글로벌 최대 OTT 기업 넷플릭스가 내놓은 해법은 '로컬 플랫폼과 결합'이다. 지난해 말 국내 최대 플랫폼 기업 네이버와 협업 관계를 맺었다. 양사는 단순 제휴를 넘어 광고형 요금제 확대와 사용층 저변 확장을 시도 중이다. OTT 산업 내 새로운 성장 공식이 제시된 셈이다.
◇광고형 요금제 도입에도 성장세 주춤 '번들링 승부수'
넷플릭스가 광고형 요금제를 처음 선보인 건 2022년 말이다. 글로벌 이용자 성장세가 둔화되고 콘텐츠 투자 대비 저조한 수익성이 문제로 떠오르던 때다. 가입자 수도 정체는 고사하고 감소세가 시작됐다. 2022년 1분기 넷플릭스의 전체 유료가입자 수는 11년 만에 처음으로 줄어들었다. 단일 구독 기반을 벗어난 수익 구조를 다변화할 필요성이 컸다.
국내 OTT 시장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21년까지는 팬데믹 수혜에 힘입어 전체 시장 규모가 급성장했지만 2022년부터 가입자 정체와 이용시간 감소 등 한계가 드러났다. 주요 OTT 서비스간 경쟁이 격화되면서 단순한 요금 인하나 단발성 콘텐츠 마케팅으로는 신규 수요를 이끌어내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광고형 요금제가 부상했다. 구독료에 대한 소비자의 가격 저항심리를 넘어설 수 있고 동시에 광고 매출을 통해 가입자당 평균 수익을 보완할 수 있는 수단이었다.

하지만 국내에서 광고형 요금제는 기대보다 더딘 확산 속도를 보였다. 이에 맞춰 OTT 시장은 본격적인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모바일인덱스 통계 자료에 따르면 주요 유료 구독형 OTT 서비스 월간 사용자 수는 2022년부터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다가 2023년 하반기 정점을 찍은 후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특히 1위 사업자 넷플릭스의 역성장 추세가 두드려졌다. 2023년까지는 등락을 거듭하며 일정 규모의 가입자 수를 유지했으나 2024년 들어 사용자 수가 꾸준한 하락세를 보였다. 2024년 6월 말 기준 넷플릭스의 월간 사용자 수는 1096만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4% 감소했다.

◇협업 6개월만 가시적 성과…경영진 회동, 추가 협업 가능성
이 같은 흐름 속에 넷플릭스가 도입한 승부수가 바로 '번들링 전략'이다. 번들링이란 여러 서비스를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는 전략적 결합을 뜻한다. 타사 이용자를 끌어들이고 다양한 혜택을 통해 이탈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이다. 해외에서부터 다양한 형태의 OTT 서비스 번들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넷플릭스가 국내에서 선택한 제휴 대상은 네이버였다. 양사는 2024년 11월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회원들에게 넷플릭스 광고형 스탠다드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구독료는 월 4900원으로 넷플릭스 광고형 스탠다드 요금제보다 저렴하다.

사실 네넷(네이버+넷플릭스) 제휴를 위해 먼저 손을 내민 건 네이버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혜택 강화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를 찾고 있던 네이버가 넷플릭스 측에 사업 협력을 제안했다. 선두에 선 건 정한나 리더다. 그는 네이버에서는 2021년 1월부터 네이버 멤버십 리더로서 서비스 설계 및 운영 등을 담당하고 있다.
넷플릭스 본사는 넷플릭스코리아와 네이버의 제휴를 두고 애초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한국 시장에서 티빙 등 경쟁사들과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시장 지배력이 높고 이용자층이 다양한 네이버와의 협업이 필요하다는 내부 의견에 무게가 실렸다. 그 결과는 그야말로 '잭팟'이 됐다.
넷플릭스는 네넷 제휴를 통한 회원 수 증가율 등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하고 있진 않다. 다만 광고형 요금제 확산에 힘을 쏟던 상황에서 네이버를 통한 광고형 요금제 사용자 유입이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신규 가입자의 55%가 광고형 요금제를 선택하고 있다.
넷플릭스코리아와 로컬 플랫폼 간 협업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던 넷플릭스 본사의 반응도 달라졌다. 이달 네이버와 넷플릭스의 주요 경영진이 넷플릭스 미국 로스앤젤레스 오피스에서 회동을 가졌을 정도다. 넷플릭스 경영진은 네넷 제휴의 성과를 축하하는 차원에서 최수연 네이버 대표를 직접 초대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 대표와 김준구 CEO, 김용수 최고전략책임자 등은 넷플릭스의 그렉 피터스 공동 CEO, 마리아 페레라스 글로벌 파트너십 총책임 등이 만났다. 그 자리에서 네넷 제휴와 이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사업 협업 방향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제휴는 넷플릭스뿐 아니라 네이버에도 분명한 시너지 효과를 가져왔다. 네이버에 따르면 넷플릭스와의 제휴 이후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의 하루 평균 신규 가입자 수는 기존 대비 약 1.5배 증가했다. 특히 디지털 활용도와 구매력이 높은 30대와 40대가 신규 가입자 중 6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양사는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협력 범위를 더욱 확대할 전망이다. 이달 13일 방한한 유니스 김 넷플릭스 최고제품책임자(CPO)는 1주일 가량 한국에 머물면서 네이버 본사를 방문하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멤버십 제휴를 넘어 콘텐츠 기획 등 다양한 영역에서 협업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OTT 업계 관계자는 "'네넷 결합'은 OTT 시장의 콘텐츠 중심 경쟁 구도가 한계에 봉착한 상황에서 외부 플랫폼과의 전략적 연계를 통해 고객 확보와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한 사례"라며 "이와 같은 번들링 모델이 국내 시장에서 더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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