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벨로퍼 프로젝트 리포트]'국내 최대 PF' 서리풀 개발, 문주현 회장 베팅 통했다'비싸다' 우려에 6년 유찰된 부지 2019년 1조 매입, 개발원가 3.3㎡당 3000만원 비결
이재빈 기자공개 2025-06-19 07:28:50
[편집자주]
부동산 시장은 움직인다. 같은 땅이라도 계획과 전략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 가장 앞단에서 각종 변수에 대응해 밑그림을 그린 부동산 디벨로퍼(Developer)의 성공 사례가 주목을 받는 이유다. 훗날 지역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마스터피스가 등장하고 프로젝트도 계획되고 있다. 디벨로퍼들의 주요 개발 사업을 선별해 히스토리와 의미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6월 18일 07시1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엠디엠그룹이 국내 역사상 최대 규모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딜(Deal) 클로징을 눈앞에 두고 있다. 건설부동산 경기 침체가 여전한 가운데 초대형 PF 조달을 완료하게 된다는 점에서 다시 한번 저력을 입증하는 셈이다. 엠디엠그룹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토지를 매입해 개발원가를 낮춘 점이 역대급 PF를 일으킬 수 있는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다.18일 업계에 따르면 엠디엠그룹은 이달 말 국내 부동산 개발사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PF대출약정을 체결한다. 서리풀 복합시설 개발 프로젝트 관련 딜로 신한은행이 5조3500억원 규모 PF대출의 주관을 맡았다. 대주단 모집은 이미 마무리됐고 현재 각 기관별 내부 투자심의 작업이 진행되는 중이다.
기존 최대 규모 딜은 2021년 6월 약정이 체결된 마곡MICE 복합단지 개발사업이다. 메리츠증권 주관으로 2조5000억원 규모 약정이 체결됐다. 마곡MICE복합단지 개발사업 이전에는 여의도 파크원(2조1000억원)과 해운대 엘씨티(1조7000억원) 등이 역대 최대 딜이었다.
엠디엠그룹이 5조원이 넘는 PF대출을 조달하는 까닭은 개발사업의 규모 자체가 거대하기 때문이다. 서리풀 복합개발의 사업지는 대지면적만 16만5511.4㎡에 달한다. 여기에 연면적 59만8405.5㎡, 지하 7층~지상 19층 규모로 업무시설과 판매시설, 문화시설 등이 조성되는 만큼 대규모 자금조달이 불가피했다. 기존 최대규모 개발사업인 마곡MICE 복합단지 개발사업의 대지면적은 8만2721㎡ 수준이다.

조단위 부동산 개발사업은 2021년을 마지막으로 한동안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2022년 하반기 시작된 건설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해 다수의 금융기관들이 부동산 PF 투자를 지양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대규모 부동산 개발사업은 한동안 브릿지론 상태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분위기가 반전되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해다. 2024년 6월 성수동 크래프톤 사옥 개발사업이 2조원 규모 본PF 조달에 성공하면서 서울 핵심지 개발사업 PF대출에 대한 수요가 회복됐음이 입증됐다. 같은해 10월에는 한화그룹의 서울역북부역세권 개발사업이 2조1050억원 규모 본PF를 조달했다.
낮은 개발원가도 서리풀 복합개발 본PF 모집 흥행에 일조했다. 본PF 대출약정액과 연면적 기준 서리풀 복합개발의 개발원가는 3.3㎡당 3000만원 수준이다. 반면 현재 본PF 전환을 준비하고 있는 서울지역 주요 오피스 개발사업의 원가는 3.3㎡당 5000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여타 개발사업 대비 40% 이상 원가가 낮은 셈이다.
낮은 개발원가는 매각과 임차인 확보 가능성을 높여 PF대출 대주단의 엑시트 성공을 돕는다. 신축 오피스를 경쟁력 있는 가격에 매각하거나 임차할 수 있기 때문에 미매각이나 공실 우려를 덜어낼 수 있다. 실제로 이미 10대 그룹 중 한곳이 서리풀 복합시설의 인수 및 임대를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주현 회장의 과감한 베팅이 개발원가 제고로 이어졌다. 앞서 엠디엠그룹은 2019년 6월 1조956억원에 사업부지를 낙찰받았다. 2013년부터 공개경쟁입찰에 부쳐졌지만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았던 국군 정보사령부 부지다.
대부분의 디벨로퍼는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고 판단했지만 엠디엠의 시선은 달랐다. 문 회장은 1988년 서울지 지구단위계획이 수립된 이래 강남 테헤란로 업무용단지가 전혀 확장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확장이 제한돼 있는 지역에 신규 오피스를 공급하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고 확신했던 셈이다.
IT기업들의 오피스 수요가 녹지공간 주변이라는 점도 과감한 베팅의 근거가 됐다. 미국의 애플은 전체 부지의 80%가 녹지 공간으로 조성된 애플파크에 입주해 있다. 구글의 신사옥 인근에는 6만㎡ 규모의 공원과 녹지가 조성됐다.
국내 IT기업들도 빌딩숲인 테헤란로를 벗어나 녹지 인근인 성수동에 사옥을 두고 있다. 서리풀 복합개발에는 서초대로 사거리와 서리풀공원을 연결하는 녹지공원 조성계획도 포함돼 있어 이들 IT기업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엠디엠그룹은 또 개발사업 초기부터 IT기업을 잠재 임차인으로 보고 이를 반영한 설계도를 작성했다. 층별 면적을 상대적으로 넓게 설계해 한 층에 최대한 많은 인원이 근무할 수 있는 구조를 짰다.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는 IT기업들은 각 층의 면적이 넓은 오피스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개발사업 관계자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토지를 매입하면서 개발원가를 낮춘 덕분에 5조원이 넘는 본PF 대주단 모집이 성사될 수 있었다"며 "금융시장의 변화와 IT기업들의 성장, GBD 오피스에 대한 견조한 수요 등도 국내 최대 부동산 PF 딜 성공에 일조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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