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마리서치 지주사 전환]떠나는 외인·기관, 대주주 유리한 분할 '주주방어권'도 없다연일 매도세 시총 1조 증발, 반대매수권 없고 주총 표 대결도 가능성 '희박'
김성아 기자공개 2025-06-19 08:31:47
이 기사는 2025년 06월 18일 08시23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3일 인적분할 발표 이후 파마리서치 주가는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주가를 받치고 있던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이 순매도로 돌아서면서 주가 흐름에는 더 악영향을 미쳤다.이들이 떠나는 이유는 이른바 '주주 방어권' 때문이다. 이번 인적분할과 지주사 전환이 지배주주에 유리한 조건이라는 분석으로 시장의 반응이 부정적인 가운데 일반 주주들이 지배주주의 의사결정을 저지할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지주사 전환을 위한 신설법인 지분 확보 작업 등으로 불안정한 주가 흐름이 예견되고 있다. 이에 선제적으로 엑시트를 택하는 주주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52만원→42만원, 3영업일만에 시총 1조 증발, 외인·기관 영향
파마리서치는 코스닥 상장 기업 중 보기 드문 성장주로 최근 1년간 전례 없는 주가 흐름을 보여줬다. 지난해 6월 10만원대에 불과하던 주가는 리쥬란의 국내외 호조세로 인해 5배가량 뛴 50만원대로 훌쩍 올라섰다.
견조하던 성장세는 인적분할 소식에 크게 흔들렸다. 발표 전날인 12일 종가 52만3000원에서 발표 당일 종가는 43만3500원으로 뚝 떨어졌다. 이후 계속 하락세를 면치 못하면서 발표 이후 3영업일 만에 주가는 42만원으로 주저앉았다. 시가총액 기준 1조원가량이 증발한 셈이다.

주가 하락에는 외국인과 기관투자가의 매도가 영향을 미쳤다. 발표 당일에은 개인투자자와 외국인투자자가 순매도를 나타냈다. 특히 외국인투자자는 13일과 16일 양일간 총 10만주에 달하는 순매도량을 보였다. 발표 3일차인 17일은 기관마저 순매도세로 돌아섰다.
17일에는 외국인과 개인이 매수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지속적인 매수 흐름을 보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파마리서치는 코스닥 시장 외국인 순매수 상위권 종목으로 외국인 투자 비율이 높고 또 그만큼 영향을 많이 받는 종목"이라며 "이해하기 힘든 분할비율 등이 주주들의 매도세가 거세지게 만든 원인"이라고 말했다.
◇지배주주에 유리한 분할요건, 행동주의 움직임 '주목'
속절없이 떨어지는 주가에 일부 주주들 사이에서는 주주행동에 나서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지분 1%를 보유하고 있는 행동주의 펀드 '머스트 자산운용'은 주주서한을 통해 이번 분할과 지주사 전환 과정에 대한 소명을 요구했다.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주주행동 플랫폼 '액트' 등을 통한 결집 움직임이 포착됐다.
이들이 주주행동에 나서는 이유는 이번 인적분할과 지주사 전환이 사업 역량 제고보다는 지배주주의 지배력 확대와 승계작업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74.28대 25.72로 지주사인 존속법인에 압도적으로 높은 분할비율이 문제로 지목된다. 사업회사인 파마리서치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투자한 기존 투자자들의 주주 이익에 반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더욱이 지주사 전환을 위해 지주사 유상증자를 통한 신설법인 지분 확보 과정도 지배주주에 더 유리하다. 파마리서치는 13일 진행한 애널리스트 IR에서 공개매수 형태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지주사 요건인 30% 선으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는 공교롭게도 기존 지배주주인 정상수 파마리서치 의장의 현재 지분율과 비슷한 규모다. 만약 정 의장의 지분 전량을 넘기게 되면 파마리서치는 지주사 요건 확보는 물론 지배주주의 지주사 지배력 확대 효과도 가져갈 수 있게 된다.
한 행동주의 펀드 관계자는 "현물출자 유상증자 시기가 내년 상반기로 예정돼 있는데 그 기간 동안 아무리 실적이 잘 나온다고 해도 리스크에 대한 우려로 이전 만큼의 상승 효과는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며 "일반 주주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결정에 주주들의 실망감은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주주들이 행동에 나설 수 있는 기회 자체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분할 과정에서 대표적인 주주행동에는 '반대매수청구권'이 있다. 회사의 결정에 반대하는 주주가 자신의 주식을 회사에 매수해줄 것을 청구하는 권리를 말한다. 하지만 이번 분할의 경우 단순 인적분할로 주주들의 반대매수청구권이 없다.
최종 분할 여부를 결정하는 주주총회에서의 표 대결을 통한 저지 가능성 역시 낮다. 분할 결정은 특별결의 요건으로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1분기 말 기준 정 의장을 비롯한 최대주주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31.06%다. 여기에 CVC가 운영하는 SPC인 Polish Company Limited의 우선주 지분을 합하면 41.12%가 된다.
CVC는 유럽계 글로벌 사모펀드다. 지난해 2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 협력을 진행한 이후 전방위적 협력 관계를 유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기타비상무이사로 CVC 한국법인 이규철 대표와 CVC 싱가포르 법인 이원배 수석이 선임되기도 했다.
이들은 분할 신설법인 이사회에 새롭게 선임될 예정이다. 지배주주와 CVC간 협력 관계가 분할 이후에도 계속될 전망인 가운데 지배주주의 우호 지분이 40%를 넘기면서 개인투자자 50%가 모두 만장일치로 결집되지 않는 한 특별결의 요건 역시 지배주주 자체적으로 충족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파마리서치 측은 IR을 통해 "결과가 확정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많은 주주들의 동의를 구하려고 한다"며 "주주가치 희석 우려 등에 대해서는 밸류업 프로그램 시행을 통해 주주환원율을 30%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등 노력을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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