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길 위 신한 WM 시나리오, 고액자산가 '정조준' [WM 풍향계]신한은행 프리미어패스파인더, 가상 고객 설정해 맞춤 솔루션 공개
고은서 기자공개 2025-06-23 16:25:07
[편집자주]
국내 WM(Wealth Management) 시장은 은행과 증권사, 운용사 등을 큰 축으로 움직이고 있다. 개인 고객과 접점을 이루는 PB(Private Banker)부터 콘트롤타워인 본사 리테일 파트, 여기에 자산을 굴리는 펀드매니저가 얽히고설켜 있는 생태계다. 더벨은 이 시장의 화두와 동향, 그리고 고민 등 생생한 얘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5년 06월 18일 08시4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초여름 바람이 부드럽게 흘렀던 서울 정동1928 아트센터. 고풍스러운 붉은 벽돌 건물 앞에 시니어 고객들이 조용히 모여들었다. 서울광장 너머로 부는 초여름 바람에 돌담길은 더없이 평화로웠다. 행사장 입구는 추억을 꺼내는 듯한 정적인 분위기로 채워졌다.이날 이곳에서는 시니어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금융 콘서트 '정동길 첫사랑'이 열렸다. 이렇게 전문가 집단이 고객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금융 콘서트는 이번이 국내 최초다. 신한은행 신한프리미어가 기획한 이 행사는 하나의 가상 고객을 중심으로 5명의 전문가가 자산관리 솔루션을 풀어가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신한은행, 신한투자증권, 신한라이프 등 신한 계열사 고객들이 함께 자리했다.
웰컴 리셉션이 시작되자 고객들 사이에서 명함이 오가며 인사가 이어졌다. 와인잔을 손에 들고 서로의 얼굴을 확인한 뒤 가볍게 허리를 숙이며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군데군데 이어졌다. 은은한 현악기 소리 위로 웃음과 인사가 조용히 섞였다. 금융 콘서트가 시작되기 전 이른 저녁의 정동길은 마치 작은 사교클럽처럼 움직였다.

신한은행이 설정한 이날의 가상 고객은 은퇴를 5년 앞둔 50대 법인 대표였다. 자녀는 둘. 첫째는 경영 승계를 준비 중이고, 둘째는 해외에 거주한다. 회사 매각과 가업승계 사이에서 고민하는 인물이다. 무대 위에 오른 신한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 5인은 이 설정을 바탕으로 다섯 개 분야의 자산관리 솔루션을 순차적으로 제시했다. 마치 한 사람의 재정 설계 과정을 무대에서 재연하듯 각자의 전문 분야 해법을 풀어냈다.
첫 번째로 나온 건 세무 전략이었다. 김소연 신한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세무전문위원은 가업상속공제를 활용할 수 있는 조건이 있는지부터 점검했다. 단순히 '600억원 공제'라는 구호보다 중요한 건 현실적 적용 여부였다. 경영 기간, 상속인 종사 여부, 대표이사 취임 시점, 고용 유지 조건 같은 요건이 빠짐없이 나열됐다.
공제를 선택하더라도 사후관리 요건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해외 거주 자녀와 관련한 세무 리스크도 뒤따랐다. 송금 한도나 국세청 통보 기준 같은 외환 규제뿐 아니라 미국과 한국의 증여세 과세 체계 차이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짚었다. 자녀의 국적보다 중요한 건 '거주성'이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두 번째는 자산배분 관점의 글로벌 전략. 해외 이주 가능성을 열어둔 고객 설정에 따라 달러와 금을 중심으로 분산 방안을 짰다. 오건영 신한프리미어 패스파인더 단장은 단기적인 환율 주기가 아니라 추세가 중요하다고 했다. 금은 실질금리 흐름, 지정학 리스크 등을 반영한 긴 호흡의 대응 수단으로 제시됐다. 안전자산이자 현금 대체 수단이라는 위치다. 포인트는 자산의 개별 전망보다 전체 배분의 완성도였다.

박근배 신한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상무와 박영서 전문위원이 이끈 연금 세션도 이목을 끌었다. IRP, 연금저축, ISA를 조합해 세액공제와 과세이연 효과를 동시에 끌어내는 구조가 펼쳐졌다. ISA를 3년마다 해지하고 연금저축으로 옮기면 세액공제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 아울러 종신형 연금보험을 통해 매월 정해진 소득을 확보하면서도 유족 수령이 가능한 구조로 설계하면 상속 목적까지 염두에 둘 수 있다는 제안도 이어졌다. 연금이란 결국 지속 가능한 구조가 핵심이라는 흐름이었다.
부동산 파트에서는 전체 포트폴리오 내 실물자산의 역할이 쟁점이었다. 과거 수익형 부동산의 수익률은 매력적이었지만 지금은 레버리지 활용이 어려워졌다. 우병탁 신한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성수동 빌딩 사례를 들며 입지보다 중요한 것은 운용 안정성과 상속 이후 분할 가능성이라고 했다. 특히 상속세 재원 확보를 위해 일부 부동산을 매각해야 하는 경우 유동성 확보 전략이 미리 짜여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자산가의 부동산 투자에서 수익률보다 중요한 건 '남겨질 때의 그림'이라는 메시지가 묵직하게 남았다.
마지막으로 포트폴리오 전략이 제시됐다. 10년 간 코스피와 S&P500 수익률을 비교하는 차트로 시작해 수익률 곡선의 비대칭성이 분석됐다. -30% 하락 뒤 +43% 수익률이 있어야 원금 회복이 가능하다는 계산. 박근배 상무는 단기 성과보다 낙폭 방어 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채권과 대체자산을 활용한 하방 안정 전략이 그 대안으로 제시됐다. 특히 고령 고객의 경우 매 분기 자산 리밸런싱보다 감내 가능한 손실 폭을 먼저 설정하는 것이 순서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신한은행은 이날 행사를 통해 시니어 고액자산가의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짜야 하는지에 대한 하나의 예시를 제시했다. 상품의 우열이 아닌 조합의 타이밍이 강조되며 고액자산가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순간이었다. 가상의 고객이 설정됐지만 제안은 실전과 다를 바 없었다. 자산관리의 현실이 무대 위에서 재현된 셈이다.
신한은행은 앞으로도 시니어 고객을 위한 프리미어 서비스 강화에 나설 계획이다. 실전 기반의 컨설팅을 무대에 올려 고객 접점을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이날 무대에 오른 신한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역시 그 연장선상이다. 은퇴 이후의 삶이 길어진 만큼, 자산관리의 무게중심도 바뀌고 있다는 현실 인식이 기획의 출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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