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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 사외이사의 역할 thebell note

김형락 기자공개 2025-06-20 08:14:46

이 기사는 2025년 06월 19일 07시00분 THE BOARD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쉽게 답하기 어렵네요." 국내외 기업 지배구조를 연구하는 전문가에게 기업인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게 적절한지 묻자 돌아온 답변이다. 그는 특정 직업군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과 다양성을 언급했다. 속 시원한 대답은 아니었다.

올해 재계 트렌드는 전·현직 기업인 사외이사 확대다. 한화갤러리아는 사외이사(3명)를 모두 현직 대표급 임원으로 재편했다. 이태호 삼천리 대표, 이존우 알스퀘어 대표이사, 송지혜 마녀공장 대표이가 사외이사진이다. 교차 이사 선임이 이사회 운영 전략으로 자리 잡은 미국이라면 모를까 국내에선 흔치 않은 일이다.

그동안 국내 기업들은 학계, 법조인, 전직 관료를 중심으로 사외이사를 선임했다. 독립성과 네트워크 확보에 초점을 뒀다. 실무·현장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에게 듣는 실용적 조언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성이다.

최근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이를 사외이사로 영입한 기업의 기존 사외이사를 만나 속 얘기를 들어봤다. 가장 큰 변화는 사외이사 단톡방에서 나타났다. CEO 출신 사외이사의 추가 자료 요청 문의로 카톡방이 활기를 띤다고 했다.

CEO 마인드를 지닌 신참 사외이사는 존재 자체로 자극제 역할을 했다. 큰 그림을 먼저 그리는 시각도 이사회에 보탬이 됐다. 단기 성과 압박에서 자유롭지 못한 대표이사와 달리 CEO 출신 사외이사는 보다 장기적 안목에서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이사회 벤치마킹 효과도 나타나고 있었다. 쟁점 의안을 논의할 때 기존 사외이사들이 CEO 출신 신임 사외이사에게 과거 CEO 시절 이사회에서는 어떻게 했는지를 물었다. 여러 곳에서 법률 검토를 받은 의안이라도 결정이 쉽지 않을 때 다른 그룹 사례까지 참고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졌다.

올해 정기 주주총회 때 사외이사로 합류한 기업가들이 상견례와 첫 이사회 일정을 마쳤을 시기다. 달라진 이사회 풍경들도 속속 목격된다. 지배구조 전문가도 섣불리 예측하지 못했던 이들의 진가가 경영 성과로 발현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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