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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먹거리 찾는 희림건축]신사업 모듈러 낙점, '고급 리조트·호텔' 강자 목표③특화 브랜드 '미노(MINO)' 적용…내부 조직도 확대

박새롬 기자공개 2025-06-20 07:52:17

[편집자주]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가 신사업을 확장하며 수익구조 다변화에 나섰다. 한강변 정비사업을 중심으로 고급주거 설계를 주도하는 한편, 해외 진출 국가를 늘리며 외형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모듈러 건축 등 신기술 개발에 나서며 미래 먹거리도 적극적으로 발굴하는 중이다. 더벨은 희림의 사업 지형도 변화와 그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6월 19일 07시1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희림건축이 낙점한 신사업은 고급주택 영역만이 아니다. 모듈러 건축설계 분야에도 건축사사무소들 가운데 선제적으로 뛰어들었다. 일반적으로 모듈러 사업을 시작하는 업체들이 공공주택, 기숙사 등을 중심으로 한다. 하지만 희림건축은 리조트, 호텔 쪽으로 눈을 돌렸다.

조직 차원에서도 모듈러 건축설계를 위해 올 들어 조직 확대, 인력 보강을 진행했다. 희림건축의 '미래'를 담당하는 건축연구소에서 모듈러 사업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정영균 회장이 고급주거 부문에 힘을 실어줬듯이 모듈러 사업에서도 단순 설계사 역할을 넘어 디벨로퍼로 참여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자체 브랜드 출시, 디자인 차별화 강점…양양·하와이 적용

희림건축은 자체 모듈러 건축 브랜드 '미노(MINO)'를 선제적으로 출시하고 설계역량을 키워가고 있다. 지난해 7월 미노를 출시하고 올해 초 강원도 양양에 이 브랜드를 적용한 리조트가 준공됐다. 미노는 모듈러 이노베이션(Modular Innovation)의 합성어다. 국내 모듈러 건축업계 1위 기업으로 꼽히는 유창E&C(유창이앤씨)와 공동개발한 모듈러 건축브랜드다.

희림건축 외 대형 건축사사무소 중에서는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와 간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등이 모듈러 사업에 뛰어들었다. 희림건축의 차별점은 고급 리조트와 콘도, 호텔 등을 중심으로 모듈러 건축을 적용하겠다는 점이다. 국내에서는 저층 공공주택과 기숙사 위주로 모듈러 건축이 제한적으로 활용되고 있고 고급 숙박시설에서 모듈러를 적용한 사례는 많지 않다는 점에 주목했다.

모듈러가 공장 생산을 기반으로 하다보니 획일화된 디자인·설계가 적용되는 부분에서 포인트를 잡았다. 설계부터 건설사업관리까지 총괄하는 DCM(Design+CM) 기업인 만큼 모듈러 시설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고 규모를 키우려는 취지다. 특히 '미노 1호'가 적용된 양양 리조트에서는 국내 단일 모듈러 공간에서 최대 규모의 내부 공간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희림건축은 기존 고급주거 개발사업에서 디벨로퍼 역할을 한 바 있다. 워너청담에 희림건축과 정 회장이 직접 지분 출자로 참여한 만큼 앞으로 모듈러 사업에서도 시행 역할을 하겠다는 포부다. 워너청담, 강동구 그란츠 리버파크 등 고급 주택에서 손 잡았던 DH플러스가 주요 파트너다. 양양 리조트도 DH플러스가 보유한 부지를 활용해, 해당 회사가 설립한 오퍼레이터(더앤리조트)가 운영을 맡고 있다.

희림건축은 미노 리조트 빌라의 여러 시설 가운데 독채 빌라 2개동을 2층 규모로 설립했다. 빌라에 최적화된 침실, 커넥션 등 공간모듈시스템을 개발해 모듈의 조합에 따라 다양한 실내외 구성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기존 모듈의 한계를 극복하고 더 넓은 공간감을 위해 초박형 외피시스템을 개발하고 커튼월 창호, 서로 다른 층고의 모듈 결합 등을 적용했다.

마찬가지로 유창이앤씨와 함께 진행 중인 하와이 모듈러 단독주택 단지 공급도 진행 중이다. 현지 시공사·개발회사인 '난(Nan Inc)'은 600여 가구 규모의 하와이 원주민을 위한 주택단지 공급을 위해 두 곳을 택했다. 희림건축은 최근 설계변경 작업을 최근 마무리한 상태다. 샘플하우스를 만들기 위해 공장 제작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모듈러 사업은 아직까지는 생산성, 상업성이 낮은 단계로 평가된다. 희림건축도 양양과 하와이 두 건을 제하면 아직까지 가시화된 실적은 없다. 그럼에도 미노 1호를 시작으로 다양한 콘셉트의 모듈러 숙박시설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미노 1호 준공이 끝난 후 여러 업체들이 협업을 제안해오는 상황이다. 희림건축은 초기 기획단계부터 참여하고 지분을 투자해 개발사업으로 추진하거나, 기존 진행 중인 건축 프로젝트의 일부를 모듈러 유닛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희림건축 모듈러사업 관계자는 "국내에서 모듈러는 공공발주 시범사업, 연구 프로젝트 실증 등 위주로 아직까지 접근성이 낮고 이용자 인식도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우리는 소규모 리조트에 그치지 않고 콘도형 숙박시설, 호텔, 주거시설까지 확장할 수 있도록 내부적으로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고 말했다.

이어 "모듈러 건축에 필요한 기본적 기술력은 이미 축적한데다 건축디자인 회사인 만큼 디자인을 변경하거나 사이트 용도, 여건에 맞게 설계를 유연하게 변경할 수 있는 게 우리의 강점"이라며 "기본적으로 모듈러사업 자체의 시장성이 높아진다면 향후 회사의 메인 섹터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강원도 양양군에 위치한 미노 더앤리조트 외관. (출처=희림건축)

◇회장 직속 건축연구소가 모듈러 주도…BIM기술 고도화 병행

희림건축에서 모듈러 사업을 주도하는 조직은 정 회장 직속으로 있는 연구지원·신사업부문 산하 건축연구소다. 서울대 건축학과와 동 대학원 건축학 석·박사를 졸업한 이아영 본부장이 연구소를 이끈다. 연구소에는 지난해 모듈러사업본부가 신설됐다. 모듈러 디자인부터 설계, 품질관리, 자재 등 전반을 관리하는 조직이다.

관련 부서 몸집을 키우고 인력을 확충하는 등 회사 차원에서 모듈러 사업에 무게를 실어주는 분위기다. 올 들어 조직개편을 통해 모듈러 시공파트, 모듈러BIM파트가 추가됐다. 지난해 모듈러사업본부가 신설되기 전 모듈러 사업을 담당하는 인력이 10명 정도였다면 지금은 총 인원이 24명으로 늘었다.

희림건축이 모듈러 사업에 관심을 가진 것은 건설업황이 침체에 빠지면서부터다. 건설현장 인력이 부족해지고 인건비, 자재비가 계속 오르며 품질관리도 어려워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결단을 내린 건 정 회장이다. 정 회장은 2023년 말 직원들에게 파일럿 프로젝트부터 시작하더라도 모듈러 사업에 진출해야야 한다고 전달했다. 빠르게 기술력을 축적해 시장에서 지위를 선점하고, 실적을 만들어야 한다는 구상이었다.

그때부터 내부 TF팀을 만들고 유창이앤씨, 더앤리조트(DH플러스)와 함께 'MINO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 학교, 군 시설, 공공발주 공동주택 등 실적은 많지만 고급 숙박시설 레코드를 쌓지 못했던 유창 측에서도 뜻이 맞았다는 후문이다. 미노 2개동 공사 기간은 총 6개월이 걸렸다. 지난해 6월 인허가를 마치고 8월 착공신고, 10월부터 현장 설치를 시작해 지난 1월 준공했다.

건축연구소에서는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빌딩 정보 모델링) 기술도 연구·개발하고 있다. BIM은 모듈러 건축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판단했다. 2D 도면이 아닌 3D 기반의 디지털 건축정보 모델로 건축물의 구조, 재료, 설비, 공정, 유지보수 등 전체 생애주기 정보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기술이다.

모듈러의 사전제작(프리패브) 특성상 오차 없는 설계가 필수적이다. BIM을 활용하면 모듈러 건축물의 설계, 제작, 조립 전 과정을 사전 시뮬레이션할 수 있고 모든 설계 정보를 통합할 수 있어 오차 및 충돌을 사전에 없앨 수 있다.

희림건축은 모듈러 사업 확대와 함께 BIM 기술 고도화에도 집중하고 있다. BIM 설계의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인 '상세설계 수준(LOD)' 기준 350~400에 도달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국내 실시설계에서 적용되는 것은 LOD 300 정도다. LOD 400은 모듈러 건축물 제작 및 시공에 바로 사용이 가능한 수준이다.

해외에 가장 많이 진출한 건축사사무소라는 점도 모듈러 사업에서 경쟁력으로 꼽는다. 희림은 모듈러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1년도 안 된 시점에 하와이에 진출하며 해외시장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현재 12개 국, 16개 해외지사를 두고 있으며 약 50개 국에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고도화된 기술력과 다수 외 진출 국가를 바탕으로 모듈러 건축의 강자로 발돋움한다는 목표다.
양양군에 위치한 미노 더앤리조트 내부 일부 모습. (출처=희림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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