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 전선업체 리포트]'미국 겨냥' 제룡전기, 외형 성장에 재무도 '탄탄'④다품종 소량 생산 체제 구축, 무차입 경영 실현…증설 부담 없다
유나겸 기자공개 2025-06-23 07:38:56
[편집자주]
미국과 유럽의 노후 전력망 교체와 AI 확산에 따른 설비 투자 증가로 AI 데이터센터(AIDC)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주요 전선·전력 기업들에 대한 시장 관심도 커지고 있다. 특히 '빅4' 전선사와 주요 전력 설비 기업 외에도 기술력과 성장성을 갖춘 강소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과 함께 자동차 부품 등 신사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국내 주요 강소 전선 기업들의 현 상황과 미래 전망 등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6월 20일 08시0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변압기 사이클의 중심에 선 제룡전기가 호황의 수혜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수요가 급증하자 2년간 외형을 4배 이상 키우며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냈다. 장기간 쌓아온 '레퍼런스'가 주효했다.최근 소품종 대량생산 체제로 전환하며 생산 효율성도 한층 끌어올렸다. 이 같은 변화에 힘입어 성장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적 개선과 함께 사실상 무차입 경영에 가까운 재무 구조를 갖추고 있어 향후 대규모 증설도 무리가 없다.
◇IIJA·IRA 영향, 미국 내 전력 교체 수요 '급증'
배전 변압기 전문 제조업체 제룡전기는 변압기 산업 확장 사이클의 중심에 서 있다. 과거 변압기 산업의 확장 국면은 2003년부터 2008년까지 6년간 이어졌다. 당시 사이클은 미국과 중동에서 시작됐다. 중동은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프라 투자 확대 영향이 컸고 미국은 대정전 사태 이후 에너지정책법 발표가 교체 수요를 촉진했다.
확장 국면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막을 내렸지만 14년 뒤인 2022년 다시 한 번 찾아왔다. 이번에도 미국 정부의 정책 변화가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인프라투자법(IIJA)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영향으로 미국 내 전력기기 교체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며 미국의 변압기 수입 금액은 약 2배 가까이 증가한 상황이다.
이러한 환경은 제룡전기에게 큰 기회가 됐다. 변압기 산업은 노동집약적 성격이 강해 숙련된 인력이 필수다. 제조 공정상 정밀한 품질 관리가 요구돼 인력 양성에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제룡전기는 매출 전부를 변압기에서 올리는 전문 업체로 이런 구조가 강점으로 작용했다.
장기간 축적한 레퍼런스도 제룡전기의 경쟁력을 뒷받침하고 있다. 변압기는 한 번 설치하면 10~30년 이상 사용하는 장기 자산인 만큼 초기 납품 단계부터 성능과 안정성이 철저히 검증돼야 한다. 특히 배전용 변압기는 주택가나 상업시설 등 생활 인프라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고장 발생 시 정전이나 화재 등 사회적 피해로 직결될 수 있다.
이처럼 품질과 신뢰성이 핵심인 산업 특성상 전력공사나 유틸리티 기업 등 주요 수요처는 가격보다 납품 이력과 제품 신뢰도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이 때문에 과거 레퍼런스를 확보하지 못한 기업은 입찰 자체가 어려운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 변압기 산업은 수년간의 안정적인 운용 이력을 바탕으로 시장 신뢰를 쌓아야만 진입이 가능한 구조다.
제룡전기는 이미 2017년 이전부터 미국 내에서 레퍼런스를 꾸준히 쌓아온 점이 강점으로 작용했다. 신규 업체의 시장 진입 장벽이 높은 상황에서 제룡전기는 미국 수출 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있으며실제 올해 1분기 기준 수출 비중은 90%에 달한다.

준비된 상태에서 사이클에 진입한 제룡전기는 단기간에 가파른 성장을 이뤄냈다. 미국 수출 물량이 본격 반영된 2022년 3분기 별도 기준 매출은 2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0.5% 급증했다. 이후 수출 비중도 70~80% 수준까지 확대됐다.
연간 기준으로는 2021년 488억원에 불과하던 매출이 2023년 1839억원으로 약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해 매출은 2627억원, 영업이익은 978억원으로 전년 동기 매출 1839억원, 영업이익 702억원 대비 각각 42.8%, 39.3% 늘어났다.

올해 1분기 매출은 502억원, 영업이익은 16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8%, 37.6% 감소했다. 다만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게 회사 측 판단이다. 2022년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04억원, 8억원에 불과했으며 여전히 세 자릿수 매출과 이익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룡전기는 2, 3분기부터 매출과 영업이익이 다시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변압기 산업은 공공기관의 예산 집행 및 발주 일정에 따라 계절성이 강하며 통상 1분기는 비수기로 분류된다. 실제 수주는 2분기 이후 본격화되며 생산과 매출은 하반기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제룡전기 관계자는 "하자보수비가 일시적으로 증가한 영향이 있었다"며 "3분기가 변압기 피크 시즌이라 1분기에는 주춤하다가 2, 3분기에 다시 커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100여 종 집중하던 제룡전기, 20종으로 집중…수익성 대폭 개선
업계는 제룡전기의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품종 소량생산에서 소품종 대량생산 체제로 전환하며 생산 효율을 높였고 미국 내 다양한 고객사와의 수주를 통해 안정적인 레퍼런스를 확보한 덕분이다.
실제 제룡전기는 2022년까지만 해도 100여 종 이상의 변압기를 생산했으나 이후 약 10~20여 종으로 제품군을 단순화해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수주잔고도 2000억원에서 3000억원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제룡전기는 앞으로도 대규모 증설보다는 인력 충원과 숙련도 개선을 통해 비용을 줄이고 수익성을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수주가 증가함에 따라 숙련된 인력을 지속적으로 채용 중이며 실제 올 1분기 인건비는 전년 동기 대비 약 4억원 증가했다.
향후 증설이 필요한 경우에도 크게 무리가 없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제룡전기가 단기간에 실적을 급성장시키면서도 주요 재무 지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제룡전기의 현금성 자산은 234억원으로 2022년 146억원에서 60.3% 증가했다.
무차입 경영 기조도 눈에 띈다. 단기 및 장기 차입금은 물론 사채도 없으며 올 1분기 기준 리스부채는 7억원에 불과하다. 부채비율은 약 29% 수준으로 차입금 의존도는 0.28%에 그쳐 재무 안정성이 매우 뛰어나다.
전선, 변압기 등 전력 기자재 업종은 대규모 설비투자와 운전자본 소요로 인해 평균 부채비율이 100%를 넘어서는 경우가 많은 점을 감안하면 제룡전기의 재무 구조는 업계 내에서도 매우 우수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제품 전략, 생산 효율, 재무 안정성 측면에서 기반을 갖춘 만큼 당분간 성장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제룡전기 관계자는 “사채나 차입금이 전혀 없는 상태며 리스부채만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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