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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태펀드 태동 20년]정책자금 통로 다변화, 씽크탱크 역할 필요④성장금융 약진에 민간자산운용사도 FoF 운용 강화, 연구기능 부활하나

최윤신 기자공개 2025-06-23 08:07:12

[편집자주]

한국벤처투자가 운용하는 모태펀드가 이달 말 설립 20주년을 맞는다. 국내 벤처투자 시장을 키워 온 1등공신이자 수많은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탈(VC)의 성장을 견인해 온 모태펀드에게 약관(弱冠)이 의미하는 바는 크다. 존재가치를 입증하고 새로운 비전과 목표를 수립해야 하는 전환점이기 때문이다. 더벨이 모태펀드의 20년 성과를 되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조망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6월 20일 16시3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모태펀드는 2005년 출범 이후 20년간 벤처투자 시장의 핵심 정책자금 창구 역할을 맡아왔다.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시작해 다양한 부처가 모태펀드에 예산을 태웠다.

그렇지만 벤처투자 시장의 정책자금 독점은 오래가지 않았다. 특히 2016년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이 등장하며 정책자금의 통로는 빠르게 다변화됐다. 최근에는 자산운용사를 중심으로 민간 모펀드 운용사들이 벤처투자 시장에서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정부부처들이 민간 운용사들에 정책자금을 경쟁형태로 내는 사례는 더 잦아지는 추세다.

정책펀드 출자 통로가 다변화하는 상황에서 이를 전략적으로 조율할 필요성이 대두됐다. 업계에선 한국벤처투자가 대폭 축소된 연구기능을 강화해 정책자금의 씽크탱크로서 기능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낸다.

◇문체부·과기부 출자한 K-콘텐츠 펀드, 성장금융이 맡아

모태펀드는 출범당시 정책자금을 벤처시장에 공급하는 기관으로서 거의 독점적인 역할을 했다. 중소벤처기업부(당시 중소기업청)의 자금을 시작으로 2006년 문화체육관광부(당시 문화관광부)와 특허청이 참여했다. 문체부는 별도의 문화투자 펀드 결성을 검토했지만 중기부가 추진한 모태펀드에 별도계정으로 신설했다.

이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교육부, 환경부, 해양수산부, 국토교통부 등이 차례로 모태펀드에 계정을 만들었다. 이에 따라 모태펀드는 정부부처의 벤처투자 자금을 대표하는 성격을 띄게 됐다.

물론 모든 정부부처가 모태펀드를 주요 벤처투자의 비히클로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2010년 별도의 농식품투자모태조합을 만들었고, 이후 이 조합의 운용을 농업정책보험금융원(농금원)에 맡겼다.

금융당국은 별도의 벤처투자를 위한 성장사다리펀드를 만들었고, 2016년엔 성장사다리펀드 사무국을 법인화해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을 설립했다. 성장금융은 이후 국내 정책금융기관들이 출자하는 펀드를 적극 운용하며 몸집을 키웠다. 현재 운용자산 10조원을 바라볼 정도로 성장했고 모태펀드와 함께 한국 벤처투자 시장에 공적자금을 공급하는 양대 축으로 성장했다.

이후 정부의 벤처투자를 위한 자금의 통로는 더욱 다양해지는 추세다. 이에 따라 모태펀드가 담당하던 역할도 나눠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올해 초 결성된 'K-콘텐츠 미디어전략펀드'다.

지난해 10월 2일 서울 중구 CLK스테이지에서 열린 ‘K-콘텐츠 미디어 전략펀드 조성 및 협력사업 협약식’에서 참여 기관관계자들이 협약서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문화체육관광부 제공)

문화체육관광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출자하는 이 펀드의 운용사로는 성장금융이 선정됐다. 성장금융이 문화체육관광부의 출자 펀드를 운용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문화분야의 정책자금 배분은 모태펀드의 역할이라고 인지해왔기 때문에 VC업계에선 주목할만한 일로 바라본다.

이뿐아니라 모펀드 운용사업을 전개하는 민간자산운용사들도 정책자금 운용에서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신한자산운용이 올해 과학기술혁신펀드 운용사로 선정된 게 대표적이다. 은행권의 자금으로 결성되는 과학기술혁신펀드에는 정부 부처가 직접 출자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의 정책자금으로 인식된다. 신한자산운용뿐 아니라 우리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등이 모펀드 운용능력을 빠르게 키우며 정책펀드 운용을 노리고 있다.

◇대표이사 직속이던 연구조직, 명맥만 유지 중

이런 흐름 아래서 모태펀드의 역할에 대한 고민은 점차 더 커질 전망이다. 정책자금이 VC로 향하는 통로가 다양화하는 걸 부정적으로만 볼 순 없지만 정책자금 집행의 중복으로 발생하는 비효율에 대한 문제들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VC업계 관계자는 "비슷한 주목적의 출자사업이 모태펀드와 성장금융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두 기관의 목적 차이가 출자사업에서 뚜렷이 드러나지 않는 게 사실"이라고 봤다.

업계 일각에선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정책자금의 효율적인 집행을 위해 모태펀드가 씽크탱크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는 "무분별한 정책자금의 투입을 위한 비효율을 막기 위해선 관련 기관이 데이터에 기반한 연구를 통해 지속적으로 고찰하고 제언할 필요성이 있다"며 "정책자금의 대표적인 통로역할을 맡는 한국벤처투자가 이런 역할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봤다.

한국벤처투자 조직도

실제 모태펀드 운용사인 한국벤처투자는 벤처투자시장에 대한 연구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당초 팀 단위로 존재했던 조직은 2022년 대표이사 직속의 벤처금융연구센터로 기능이 확대됐다. 이후 2023년에는 벤처금융연구소로 이름을 바꿨고 활발하게 리포트를 발간해왔다.

다만 지난 2024년 조직개편을 통해 연구소는 다시 팀으로 축소됐다. 현재 펀드운용1본부 산하의 조사분석팀으로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지난 2023년 10월 유웅환 전 대표이사가 사임한 이후 대표이사가 공석인 상태에서 이런 변화가 이뤄졌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대표이사가 부재한 상황에서 비용 절감에 집중하는 차원에서 연구기능을 축소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새로운 대표이사가 취임했고, 벤처투자 씽크탱크로서의 역할이 필요한 만큼 이같은 기능이 다시 중요해 질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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