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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F&I, 대규모 조달…NPL 매입 속도낼까상반기 '숨고르기' 뒤 올해 첫 회사채 3000억 발행…내년까지 700억 매입 계획

김보겸 기자공개 2025-09-22 13:02:04

이 기사는 2025년 09월 18일 13시3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금융그룹의 부실채권(NPL) 전업투자사인 우리금융F&I가 올 들어 처음으로 대규모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 이번에 발행한 규모는 3000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발행액의 70%에 달한다. 수요예측 흥행에 성공하며 당초 계획한 1500억원의 두 배로 증액해 발행했다.

이번 조달이 우리금융F&I 매입 전략에도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차입이나 회사채 발행 없이 기존 자금을 활용한 NPL 매입에 집중하며 신중한 행보를 이어왔다. 특히 우리금융그룹이 4대 금융그룹 중 유일하게 RWA(위험가중자산) 지표가 하락하며 자본적정성이 개선된 점도 눈길을 끈다. 그룹 차원의 흐름이 우리금융F&I의 NPL 매입 전략에 속도를 더하는 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상반기까지 숨고르기…조달·매입 전략 변화 신호탄 될까

우리금융F&I는 지난 17일 당초 목표였던 1500억원을 두 배로 늘린 3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결정했다. 지난 9일 진행한 수요예측에서는 총 1조3360억 원의 주문이 몰리며 전 만기 구간에서 흥행에 성공했다.


만기별 세부 내용은 △1.5년 300억 모집에 2820억 청약 △2년 700억 모집에 5140억 △3년 500억 모집에 5400억이 몰렸다. 이에 힘입어 발행 금리도 개별 민평금리 대비 1.5년 만기 20bp, 2년 33bp, 3년 50bp 낮아졌다. 올해 발행된 A0 등급 회사채 가운데 2%대 금리를 기록한 유일한 사례다.

우리금융F&I는 올 들어 처음으로 회사채를 발행했다. 상반기까지는 회사채 발행 없이 NPL 매입을 이어갔다. 이 같은 전략에 대해 시장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먼저 지주 차원의 유상증자 효과로 자금여력이 충분했다는 분석이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해 5월 우리금융F&I에 대해 12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투자 여력 확충과 영업 기반 강화를 위한 조치였다. 내부적으로도 비용 부담이 큰 고금리 조달을 지양하고 내부 유동성을 활용해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기조를 유지했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차입이나 사채발행 없이 상반기 NPL 시장에 대응할 수 있었다는 해석이 나왔다.

지주 차원의 RWA(위험가중자산) 관리와 관련해 신중하게 매입 전략을 펼친 것이란 시각도 있었다. 우리금융F&I가 주로 취급하는 자산은 부동산 담보채권과 후순위 채권 등 위험가중치가 높은 자산인 만큼 매입 확대가 그룹 전체의 RWA 부담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상반기 동안의 매입 속도조절이 단순히 자금 여력 문제만이 아니라 지주 차원의 자산 건전성 관리 기조와 금융당국의 건전성 규제 대응 전략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분석이다. NPL 매입을 위한 자금조달 확대보다는 리스크 최소화에 방점을 둔 신중한 기조를 올해에도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실제 올 상반기 NPL 전업투자사 투자자별 매입 물량을 보면 우리금융F&I는 2252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시장의 5.8%를 차지하며 5대 전업사 중 5위에 머물렀다. 같은 은행계 NPL 전업투자사인 하나F&I는 6775억원으로 시장 점유율 3위(17.6%)를 기록한 것과도 비교된다. 증권계 NPL 전업사 키움F&I는 3025억원 규모 NPL을 매입하며 업계 4위 점유율인 7.8%를 기록했다.

이번 대규모 회사채 발행으로 인해 하반기부터 우리금융F&I가 NPL 투자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연간 발행액(4192억원)의 70%를 9월 한 달 동안 발행하면서다.

우리금융그룹 상반기 RWA가 개선된 점도 이 같은 해석에 힘을 싣는다. 2분기 기준 우리금융그룹의 RWA는 186조7870억원으로 전년 동기(187조9570억원) 대비 0.6% 줄었다. 같은 기간 KB금융은 6% 증가한 354조2304억원, 신한금융은 2.2% 증가한 340조5950억원, 하나금융도 0.6% 늘어난 281조7900억원을 기록했다.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우리금융만 RWA가 개선된 것이다.

이에 따라 지주 차원의 RWA 관리 기조 속에서 지난해부터 올 상반기까지 NPL 매입 속도 조절을 이어온 우리금융F&I가 이번 3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계기로 다시 매입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우리금융F&I "대환 목적, CD금리 하락 효과…NPL 시장 수요 여전히 견조"

다만 우리금융F&I 측은 이번 9월 대규모 발행 배경에 대해 대환 목적이 크다는 입장이다. 우리금융F&I 관계자는 "NPL 자산에 대한 투자를 급격히 늘리고 확대하기보다는 기존 회사채와 CP 중 만기가 도래하는 채무 상환 목적이 크다"고 설명했다.

우리금융F&I는 이번 회사채 발행 자금의 상당 부분을 채무 상환에 사용할 계획이다. 상반기 발행한 CP 중 9월 만기가 도래하는 1400억원에 대해서는 2%대 금리로 조달한 회사채로 상환한다. 올해와 내년 NPL자산 매입자금으로는 700억원을 활용할 예정이다.

우리금융F&I 관계자는 "최근 CD 금리가 많이 내려가면서 기존 고금리 조달을 대체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라며 "3분기 일부 NPL 투자에도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증액 발행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A0 등급 회사채 발행에서 유일하게 2%대 금리가 형성된 데 대해선 "NPL 시장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견조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NPL 전업투자사들의 실적이 꾸준히 개선되고 있으며 향후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시장의 컨센서스가 금리 혜택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신용등급 상향 수혜도 바로 누릴 수 있었다. 작년 말 우리금융F&I는 설립 3년 만에 신용등급이 A-에서 A0로 한 단계 상향됐다. 자체 이익이 늘면서 우수한 자본적정성을 유지했고 NPL 시장에서 사업기반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을 등에 업은 결과다. 2022년 설립 이후 빠르게 신용등급 상향에도 성공하면서 이번 발행에 유리한 환경을 갖췄다는 평가다.

이번 발행에서 우리투자증권이 그룹사 회사채 인수에 처음 참여하며 계열사 간 시너지도 실현했다. 우리금융F&I 관계자는 "우리투자증권이 그룹 내 편입되면서 시너지 환경이 마련됐고 첫 스타트를 우리금융F&I가 끊었다"며 "앞으로도 회사채 인수 등에서 계열사 간 협력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반기 추가 회사채 발행 계획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된 것은 없지만, 조심스럽게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발행이 NPL 매입 속도를 높이는 신호탄이 될 지 시장도 주목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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