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해약환급금준비금 나비효과]금융당국 부서간 칸막이…근본적 제도 개선 '난항'⑨IFRS17·킥스 담당국 분리 개편…기본자본 규제 앞두고도 제도 검토 움직임 미진
김영은 기자공개 2025-10-02 09:44:59
[편집자주]
해약환급금준비금은 IFRS17 체제에서 과도한 전환 이익의 사외 유출 방지와 보험 계약자 보호를 위해 새롭게 도입된 제도다. 그러나 영업을 하면 할수록 가파르게 쌓이는 이 준비금 때문에 제도의 역효과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 여파로 보험사의 배당과 자본 비율 관리 등이 난항을 겪으며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금융당국에서 최근 제도를 부분적으로 완화했지만 문제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다.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가 불러올 나비효과를 다각도로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5년 09월 30일 14시23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은 새회계제도(IFRS17) 도입 직전에야 논의가 이루어졌다. 준비금의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충분한 영향도 분석이 덜 된 채로 도입되며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가장 먼저 법인세에서 대규모 결손이 나타나며 한 차례 제도 개선에 나섰지만 이는 신지급여력(K-ICS, 킥스)제도에 미칠 영향은 간과한 미봉책이었다.기본자본 규제 도입을 앞두고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부서간 칸막이 현상으로 제도 관련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조직개편을 통해 IFRS17과 킥스 담당 조직을 이원화하면서 제도 개선 움직임은 더뎌지고 있다.
◇IFRS17 도입 전후 급하게 신설…제도 개선 나섰지만 '미봉책' 그쳤다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는 IFRS17 도입 전인 2022년 하반기부터 논의가 이루어지기 시작해 그 다음해부터 적용됐다. 보험업 감독 업무 시행 세칙 등 관련 규정이 구체화된 건 2023년 초다. IFRS17 도입 전후로 제도가 빠르게 도입되면서 제도에 대한 충분한 영향도 분석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가장 먼저 문제가 나타난 건 법인세에서였다. IFRS17 도입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신계약 영업에 따라 준비금 규모가 커졌으나 전액 손금산입 처리되며 대규모 세수결손이 발생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보험사 전체의 법인세 납부액은 2022년 3조4000억원에서 2023년 8000억원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급하게 제도 개선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2024년 10월 기재부의 압박에 금융위원회는 제3차 보험개혁회의를 열고 제도 개선에 나섰다. 2024년말 기준 경과조치 전 킥스비율이 200%를 상회하는 보험사에 우선적으로 준비금 적립 비율을 80% 수준으로 낮추고 매년 기준을 10%포인트씩 낮춰 확대 적용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올 4월 킥스비율 권고치 수준이 150%에서 130%로 하향되며 준비금 적립 하향 기준도 170%로 낮아졌다.
그러나 제도 개선이 보험사 자본 관리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다.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 비율 완화는 기본자본 체력을 저하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해약환급금준비금 상당액이 줄어든 만큼 해약환급금준비금 상당액 초과분이 늘어나 보험사의 기본자본비율은 하락하기 때문이다. 준비금 제도 개선에 따른 킥스 여파는 고려하지 않은 채 법인세 문제 해결만을 위해 만들어진 개선 방안이라는 분석이다.
◇제도 정비는 보험계리상품감독국 소관, 타격은 보험감독국이 받는다…협업 난항
보험사의 기본자본 규제 도입을 앞두고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 필요성은 커지고 있다. 기본자본 규제는 이 준비금 제도와 양립하기 어렵다. 준비금이 빠르게 적립되며 이익잉여금 한도까지 오르면 그 초과분은 보완자본으로 쌓여 자본의 질을 저하시킨다. 중소형사에서는 이미 이익잉여금 잠식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기본자본 규제 도입 전 준비금 제도에 대한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혼란은 더욱 커질 수 있다.
그러나 금감원 내부에서 제도에 대한 소통이 이루어지기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이다. 현재 IFRS17 관련 업무는 보험계리상품감독국의 보험계리팀이, 킥스 제도는 보험감독국 보험리스크감독팀에서 담당하고 있다. 제도로 인해 타격을 입는 건 킥스 담당 조직인 보험리스크감독팀이지만 실질적 제도에 대한 정비는 보험계리팀 소관인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의 문제에 대해서는 당국도 인식하고 있지만 실제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하는 계리 담당 조직과 준비금으로 인해 영향을 받는 킥스 담당 조직이 다르다"며 "서로에게 문제를 미루며 제도에 대한 검토는 늦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해당 준비금이 킥스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한 만큼 근본적 제도 개선을 위해서는 두 조직 간의 협업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조직이 둘로 나뉘어지면서 불협화음이 발생하고 있다. 기존에 IFRS17과 킥스 등은 모두 금감원 보험리스크관리국 산하에서 총괄해왔으나 지난해 11월부터 이 조직을 해체하고 두 업무를 다른 조직으로 이원화했다.
금감원 보험계리팀 담당자는 "해약환급금준비금의 증가 추세가 가파르다는 부분은 공감하고 있으나 배당과 법인세 측면도 그렇고 회사간 영향도 다르다보니 제도 변경에 대한 당장의 방향성은 뚜렷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또한 "킥스와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가 서로 연결되어 있긴 하지만 킥스비율의 경우 산식에 따라 다르게 반영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며 "담당 팀이 아니라 정확하게 말씀드리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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