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문화재단의 진화]엔씨, 윤송이 떠나고 13년 만에 첫 체제 전환③윤 이사장, 공학도에서 브랜드 전략가로 변모…오너일가 체제 막 내려
황선중 기자공개 2025-09-29 09:15:33
[편집자주]
문화재단은 기업의 문화예술에 대한 가치관과 방향성을 엿볼 수 있는 비영리 공익법인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실천한다는 공통점을 지니지만 각사 오너의 의지에 따라 공익사업 성격, 실행력, 재단 구조 등이 매우 다양한 스팩트럼으로 나타난다. 특히 과거 한때 부정적인 이미지로 비춰졌던 곳이 다수였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여러 변화를 시도하며 인식 개선을 꾀하는 모양새를 보이는 곳이 많다. 연간 공시를 토대로 주요 대기업 문화재단들의 현재 위상과 과거부터 지금까지 변화 양상 등을 다방면에서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9월 26일 16시4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엔씨문화재단은 굵직한 변화를 맞았다. 13년 동안 재단을 이끌었던 윤송이 초대 이사장(사진)이 물러난 것이다. 지난해부터 유망한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을 발굴하겠다며 벤처캐피털(VC) 업계로 활동 무대를 옮겼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재단 운영과 거리를 두게 됐다는 설명이다.하지만 변화의 출발점은 더 앞에 있다. 최초 불씨는 지난해 불거진 엔씨소프트 가족경영 논란이다. 오너일가인 윤 전 이사장이 엔씨소프트 경영일선에서 한 발 물러선 게 그 여파였다. 다시 말해 올해 이사장 교체는 단순한 인사가 아니라 모회사 거버넌스 문제가 재단에 영향을 미친 상징적인 장면인 셈이다.
◇13년 만에 막내린 윤송이 체제
엔씨문화재단은 2012년 설립 이래 줄곧 윤송이 체제였다. 윤 전 이사장은 서울과학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공학과, 미국 매사추세스공대(MIT) 대학원에서 수학한 재원이다. 엔씨문화재단이 문화예술 지원에 힘쓰는 다른 대기업 문화재단과 달리 공학적인 색채를 보이는 것도 '공학도' 윤 전 이사장의 영향이다.
하지만 윤 전 이사장은 올해 3월 임기 만료를 끝으로 이사장 자리에서 내려왔다. 성장 잠재력이 있는 AI 스타트업 발굴하기 위한 미국 실리콘밸리 현지에 프린시플벤처파트너스(PVP)를 창업하면서다. 해외에 체류하면서 재단까지 함께 이끄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2012년 6월부터 시작된 윤송이 체제가 12년 9개월 만에 끝난 것이다.
윤 전 이사장은 VC 업계에 뛰어들기 전까지 엔씨소프트 경영일선에서 활약했다. 2008년 합류 이후 최고전략책임자(CSO) 등을 역임하며 회사의 미래 방향성을 제시했다. AI 시대가 열릴 것을 일찌감치 예견하고 2011년부터 AI 연구에 착수한 것이 대표적인 성과다. 엔씨소프트가 최근 정부 주도의 '국가대표 AI 기업'으로 선정된 배경이기도 하다.
하지만 엔씨소프트 경영 환경이 불안해진 이후 비판 여론의 한가운데에 놓였다. 경영 부진의 원인으로 가족경영이 지목되면서 입지는 점점 좁아졌다. 결국 윤 전 이사장은 지난해 1월 엔씨소프트 CSO직에서, 8월에는 엔씨웨스트 대표직에서도 물러났다. 올해에는 엔씨문화재단 이사장직까지 내려놓으면서 사실상 엔씨소프트와 작별했다.
◇새로운 이사장은 '브랜드 전략가' 출신
새로운 이사장 자리는 박명진 부이사장(사진)이 승계했다. 1976년생인 박 이사장은 고려대 경제학 학사, 같은 대학 경영학 박사 출신으로 현대차 계열 광고대행사 이노션월드와이드에 몸담았던 인물이다. 2019년부터 합류한 엔씨소프트에서 브랜드전략센터장을 맡으면서 ESG 경영 활성화 힘쏟았다. 2021년부터 엔씨문화재단 이사까지 맡았다.
신임 이사장을 외부에서 영입하지 않고 내부 인물을 앉힌 만큼 엔씨문화재단 사업 방향성은 크게는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박 이사장은 공학도 출신인 윤 전 이사장과는 달리 브랜드 전략가라는 점에서 향후 재단의 사업적 방향성을 엔씨소프트의 신뢰도 제고에 맞출 가능성은 있다.
엔씨문화재단 이사진은 현재 박 이사장을 포함해 9인 체제다. 구체적으로 박계현 현대해상화재보험 윤리경영실장, 김윤전 엔씨소프트 상무, 김현주 엔씨소프트 상무, 김해마중 엔씨소프트 전무, 이연수 NC AI 대표, 이현세 세종대 애니메이션학과 교수, 장동선 궁금한뇌연구소 대표, 김홍석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등이 있다.
엔씨문화재단 관계자는 "이사장이 바뀐 이후에도 내부적으로 큰 변동은 없고 기존 사업을 계속해서 키워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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