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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운용, 'KCC EB'에 삼성물산 거론 배경은1.4% 배당률 저수익 자산 방치…기초자산 선택 시장과 괴리

이명관 기자공개 2025-09-25 17:31:54

이 기사는 2025년 09월 25일 17시1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라이프자산운용이 KCC에 주주서한을 발송해 보유 중인 삼성물산 지분 활용을 촉구하고 나섰다. KCC의 교환사채(EB) 발행 결정 자체는 존중하면서도, 기초자산으로 자사주를 택한 점에 문제를 제기했다. 삼성물산 지분이 저수익 자산으로 분류돼 온 만큼 이를 우선 활용하는 것이 합리적 게 라이프자산운용의 논리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라이프운용은 KCC 이사회와 경영진에 공개 주주서한을 보내 삼성물산 지분 활용 계획을 요구했다. KCC가 삼성물산 지분 보유 목적을 ‘경영참여’로 명시한 만큼 이에 부합하는 구체적인 주주활동 계획도 병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서한은 전날 KCC가 공시한 자사주 활용 계획에 대한 반대급부로 발송됐다.


KCC는 지난 24일 보유 자사주 17.24% 중 약 9.9%를 EB로 발행하고, 3.4%는 사내근로복지기금에 출연, 3.9%는 소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B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차입금 상환에 활용할 예정이다. 실제 KCC는 과거 모멘티브(Momentive) 인수 이후 누적된 차입금 규모가 5조2000억원에 달하는 상황이다. 연간 이자비용은 3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평균 조달금리는 6.7%정도다. 일부 트렌치의 경우 최대 8% 정도 금리가 책정된 대주도 있다.

라이프운용은 이 같은 재무적 상황을 고려할 때 EB 발행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전제했다. 다만 기초자산으로 자사주를 선택한 것은 시장과의 정합성이 부족하다고 봤다.

핵심 쟁점은 삼성물산 지분의 수익 기여도다. KCC는 삼성물산 지분 1700만9518주(지분율 10.01%)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24일 종가 기준 3조2947억원에 해당한다. KCC의 시가총액이 3조2702억원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단일 투자자산으로는 상당히 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삼성물산의 시가 배당수익률은 1.4%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는 단순 수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보유 자산의 배당 수익이 연간 1% 초반에 머무른다는 것은 수천억 원대 평가가치를 지닌 지분임에도 현금흐름에는 사실상 거의 기여하지 않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물산은 지주사 프리미엄이 크지 않고 사업 포트폴리오가 건설·상사·바이오 등으로 분산돼 있어 뚜렷한 성장동력에 대한 기대감도 제한적인 편이다. 지분 매각이나 유동화 외에는 뚜렷한 회수 구조를 만들기 어렵다는 점에서 시장에서는 이 자산을 '저수익·비핵심' 자산으로 평가해 왔다.

라이프운용이 주목하는 지점도 바로 여기에 있다. KCC가 고금리 차입 부담에 직면해 있고, 자산 유동화를 통해 재무 여력을 확보해야 하는 시점이라면 가장 먼저 정리해야 할 자산은 수익성이 낮은 보유지분이라는 판단이다. 삼성물산 지분은 지난 10여 년간 배당 수익만으로는 보유 리스크를 정당화하기 어려운 수준이었고, 최근 자본시장 기조가 '저효율 자산 정리→주주환원 확대'로 움직이고 있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KCC가 삼성물산 지분을 그대로 둔 채 자사주를 EB 기초자산으로 활용한 것은, 기관투자자들 입장에선 시장 흐름에 역행하는 시그널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라이프운용의 판단이다.

실제 시장 반응도 이 같은 인식을 반영했다. KCC는 지난 7월 HD한국조선해양 지분을 기초로 8828억원 규모 EB 발행 계획을 공시했다. 당시엔 열흘 간 주가가 23.2% 상승했다. 그러나 이번 자사주 EB 발행 공시 당일에는 장중 17% 급락했고, 종가는 11.8% 하락으로 마감됐다.

동일한 EB 구조임에도 기초자산의 성격에 따라 시장 반응이 극명히 갈렸다. 일부 기관투자자들은 이번 결정이 단순한 자금조달 목적을 넘어 상법 개정안에서 논의되는 자사주 의무소각 조항을 피하기 위한 방어적 판단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내놓는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3조원이 넘는 삼성물산 지분을 방치한 채 자사주 EB를 발행한 점은 이례적"이라며 "이는 정부와 자본시장이 추진 중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흐름과도 반대 방향"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라이프운용은 장기간 보유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수익 창출 성과가 없었다면 그에 대한 평가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KCC는 삼성물산 지분 보유 목적을 경영참여로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수동적인 보유를 넘어서는 구체적인 주주활동 계획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 라이프운용의 주장이다.

라이프운용은 KCC의 본업 기반만으로도 5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삼성물산 지분까지 정리된다면, 기업가치는 8조원 수준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 계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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