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존 이사회 점검]미창석유 이사회 키워드는 '부산 동래고 52회 동문'유재순 대표 이사회 장악…자사 임원 출신 상근감사 기용도 논란거리
이돈섭 기자공개 2025-10-13 08:18:17
[편집자주]
상장법인은 주식시장에 기업을 공개하면서 불특정 다수 투자자의 자금을 끌어온다. 그 대가로 상장사 이사회는 건전한 경영과 투자자 보호를 위한 여러 가지 의무를 부여받는다. 사외이사 선임과 감사위원회 설치 의무, 각종 공시 의무 등이다. 다만 별도기준 총자산 2조원 미만 기업은 의무강도가 약하며 당국의 감시망에서도 멀리 떨어져 있다. '회색지대(Gray Zone)'에 존재하는 이들 기업의 이사회를 면밀히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10월 10일 07: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스피 상장사 미창석유공업 이사회 키워드는 '부산 동래고'다. 동래고 출신 유재순 대표는 최대주주이면서 이사회 의장을 맡아 소유와 경영을 동시에 틀어쥐고 고등학교 동문들을 속속 사외이사로 등용하고 있다. 상근감사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미창석유는 유 대표 동문뿐 아니라 기존 자사 임원 출신을 감사로 기용하고 있는 점도 논란 거리다. 유 대표 장악력이 상당해 이사회 독립성은 상실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미창석유 이사회는 사내이사 3명과 기타비상무이사 1명, 사외이사 2명 등 총 6명의 이사로 구성돼 있다. 사내이사진은 유재순 대표이사를 비롯해 유 대표의 장녀 유지유 씨와 장남 유승수 씨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유승수 씨는 올초 정기주총에서 등기이사로 선임돼 이사회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기타비상무이사에는 수년 간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는 일본 정유사 에네오스 홀딩스(ENEOS Holdings) 측 인사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사외이사로는 추경수 유진실업 대표와 이석모 부경대 교수 등이 활동하고 있다. 추경수 이석모 등 두 사외이사는 유재순 대표와 같은 1957년생이며 부산 동래고 동문(52회 졸업) 사이다. 미창석유 관계자는 "이사회 안에서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있어 외부에서 알길은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별도 기준 자산 4889억원의 미창석유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지 않고 이사회 지원 전담 부서도 두고 있지 않다.
이사회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사내이사는 유 대표 일가가 채우고 있는 데다 기술 제휴를 맺고 있는 일본 파트너사 임원이 기타비상무이사, 유 대표 고등학교 동문이 나란히 사외이사로 선임된 점을 감안하면 미창석유 이사회는 독립성을 상실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사회가 경영진을 견제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는지 분별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잣대로 이해관계 여부를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미창석유가 동래고 출신들을 기용한 사례는 여럿 있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사외이사로 활동한 정연근 전 토원건축사사무소 대표와 2012년부터 2019년까지 이사회에 적을 둔 조영복 부산대 명예교수 역시 유 대표와 같은 52회 동래고 졸업생이다. 자산 2조원 미만의 미창석유는 감사위 설치 없이 상근감사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데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상근감사로 재직한 김정택 감사 역시 52회 동래고 동문 사이다.
동문 사이가 아니라도 전임 임원을 상근감사로 선임하고 있는 점도 논란 거리다. 현재 상근감사로 재직하고 있는 공창률 감사의 경우 미창석유 전무로 근무한 바 있고 2001년부터 2011년까지 감사직을 맡은 김정택 전 감사의 경우 등기이사로까지 활동한 바 있다. 유 대표 측근이 요직 곳곳에 포진돼 있는 만큼 유 대표의 장악력이 상당한 셈. 기업 거버넌스 평가 기관 관계자는 "감사 활동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문제는 미창석유가 상장사라는 점이다. 지난 6월 말 미창석유 일반주주는 1644명으로 지분 20.9%를 나눠 보유하고 있다. 피델리티 자산운용 펀드도 1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미창석유 주가는 1일 종가 10만6500원으로 올해 코스피 훈풍 힘에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 전에는 수년간 답보상태를 이어왔다. 지분이 오른 지금도 PBR(주가순자산비율)은 0.4배 이하 수준으로 여전히 저평가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미창석유 거버넌스의 현안 중 하나는 승계다. 내년 일흔을 맞는 유 대표는 지분 25.8%를 갖고 여전히 최대주주 자리에 올라있다. 유 대표의 배우자 최명희 씨가 10.5%를 보유하고 있고 유 대표 자녀 유지유 상무가 1.8% 유승수 상무가 2.1%를 갖고 있다. 지난 6월 말 현재 자사주로 보유한 지분은 13.0% 수준이다. 현재 국회에선 자사주 소각 의무화 논의가 이어지면서 실제 입법화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모습이다.
상법 개정으로 상장사 이사회 사외이사 비중이 최소 4분의 1에서 3분의 1로 확대되면서 대부분 기업들이 사외이사를 추가 기용해야 하지만 미창석유의 경우 현재 사외이사가 이사회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어 사외이사 추가 확보 의무는 없어 보인다. 추경수 사외이사의 임기가 내년 4월 도래하고 그 다음해 이석모 사외이사 임기가 종료되지만 기존 사외이사 임기 등을 고려하면 해당 인원들이 재선임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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