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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desk]김남기 미래에셋 ETF 대표의 결자해지

양정우 자산관리부장공개 2025-10-13 10:22:23

이 기사는 2025년 10월 02일 07시2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광화문 교보문고의 경제 코너를 살펴보면 투자 트렌드의 변화가 느껴진다. 평생 월급 완성, 연금 부자 수업…. 단순히 주식, 부동산 투자가 아니라 매달 현금을 쥐는 투자법이 인기다. 평범한 샐러리맨은 유동성의 시대에 살아도 각박한 삶 속에 또 다른 월급 통장을 찾느라 분주하다.

이런 시대적 기류를 타고 불티나게 팔린 상품이 바로 커버드콜 상장지수펀드(ETF)다. 일반 ETF처럼 환금성 매력은 갖고 있지만 콜옵션 매도 프리미엄 덕에 분배금이 더 많다. 구조적으로 상승 폭에 한계치가 정해져 있으나 현재 개인 투자자의 입맛에 딱 맞는 장점을 고루 갖췄다. 이 상품을 국내 최초로 내놓은 게 김남기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부문 대표다.

커버드콜 ETF에 뭉칫돈이 몰리기 시작하자 운용업계는 치열한 경쟁 모드에 들어갔다. 이 상품이 낯선 투자자 입장에서는 결국 누가 더 많은 돈을 주느냐가 관건이다. 분배율은 그 자체로 마케팅 포인트로 여겨졌고 숫자 경합이 벌어지자 20%에 육박하는 수치도 등장했다.

하지만 커버드콜 ETF의 구조를 따져보면 분배율이 높은 게 수익성이 더 높다는 뜻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분배는 펀드자산의 일부를 지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분배금 지급시 기준가가 낮아지는 분배락이 생긴다. 그만큼 투자 재원이 사라진다.

기업의 높은 배당률과 ETF의 높은 분배율은 얼핏 비슷하지만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주식 배당은 기업이 번 돈의 일부를 주주에게 지급하는 것이다. 물론 배당도 기업의 보유 현금으로 주지만 반드시 내재 가치의 훼손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긍정적 혹은 부정적 시그널로 해석될 수 있고 높은 배당률은 오히려 주가 상승을 견인하기도 한다. 기초자산(원지수)에 따라 기준가가 움직이는 ETF에서 분배가 절대적 마이너스인 것과 다르다.

만일 커버드콜 ETF로 받은 분배금을 더 탁월한 투자처에 투입한다면 나쁠 게 없다. 하지만 40~50대는 물론 20~30대까지 월 분배에 꽂힌 이유는 또 하나의 월급처럼 매달 쓸 돈이 생기기 때문일 것이다. 명심해야 하는 건 커버드콜 ETF는 장기적으로 원지수의 성과를 결코 넘어설 수 없다. 분배율이 비정상적일수록 원금 훼손이 극단적인 것도 분명하다.

최근 김남기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직접 마이크를 잡았다. 그러면서 커버드콜 ETF 시장의 과도한 분배율 경쟁을 놓고 작심 발언을 이어갔다. 마치 원자폭탄의 아버지인 오펜하이머가 된 것 같다는 과격한 발언까지 내놨다. 삼성자산운용 천하였던 ETF 시장에 미래에셋운용을 강력한 라이벌로 끌어올린 인물이다. 순간 격한 감정에 내놓은 실언이 아니라 반드시 남겨야 할 쓴소리로 판단했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커버드콜 ETF가 문제시될 조짐이 있자 선긋기에 나섰다고 한다. 스스로를 부정하는 코멘트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쇼맨십이 아니라 진심 어린 직언으로 느껴지는 건 그의 저서에 담긴 메시지가 기억에 남기 때문이다. 커버드콜 ETF은 어디까지나 모은 돈을 남은 여생 동안 써야 하는 사람, 은퇴자에게 추천한다고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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