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10월 13일 07시5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불꽃축제를 앞둔 여의도였지만 금융권 공기는 무거웠다. 우리금융 관계자의 한숨은 깊었다. "요즘 금융사는 온통 150조원 국민성장펀드 얘기 뿐"이라고 했다.그 무렵 당국은 비교적 한숨을 돌렸다. 조직해체 위기를 가까스로 넘긴 직후 금융위원회 한 고위 관계자는 공직 23년차를 돌아보며 말했다. "관(官) 출신 금융지주 회장의 생각이 이쯤 되니 읽히는 듯하다." 정부가 생산금융을 앞세운 이상 관망보다는 선제 대응에 나서리라는 관측이었다.
단서들이 맞물린 건 며칠 뒤였다. 불꽃축제 직전인 지난달 25일 임종룡 회장은 계열사 대표단을 긴급 소집해 회의를 열었다. 회의는 짧았지만 결론은 명확했다. 우리금융이 스타트를 끊는 것.
주말이 지나자 우리금융은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먼저 민간 참여를 선언했다. 향후 5년간 매년 2조원씩 총 10조원을 투자하기로 하면서다. 재원 조달 방안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5조원은 자체 자금으로, 나머지는 외부 매칭 형태로 조성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4대 금융 중 유일한 관 출신인 임 회장이 승부수를 던졌다는 평가다. 우리금융은 자산과 순이익 모두 막내 위치다. 민영화 이후 쌓은 업력이나 덩치로 보나 선제 참여는 부담스러운 결정이었다. 결단 이후 우리금융은 분주하다.
우리은행 내 벤처투자 조직은 확대 작업에 착수했다. 그간 매년 1000억원 안팎이던 벤처투자 규모를 조 단위로 키워야 하는 상황이다. 하루에만 약 2000억원씩 들어오는 개인대출 이자수익도 펀드 활용처를 확정하기 전까지는 스탠바이 중이라고 한다.
생산금융으로의 전환에는 민과 관을 막론하고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그간 은행이 투자다운 투자를 안 한 건 사실"이라는 자성도 적지 않다. 사실상 리스크 없는 개인대출이 영업자산의 절반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덩치에 걸맞은 역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개인대출은 저축은행이 전담하고 은행은 커머셜 뱅크에서 인베스트먼트 뱅크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2금융권이 다루던 브릿지론까지 은행이 검토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한국 금융시장과 기업, 은행이 그만큼 성숙했다는 신호일 터다.
좋든 싫든 150조원 펀드 출범은 은행권 자금의 흐름을 바꿔 놓을 것이다. 임종룡 회장은 금융위원장 시절 정책금융의 궁극적 목표는 민간금융의 역량 강화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제 임 회장은 민간의 최전선에서 그 말을 직접 증명해야 한다. 우리금융의 선제가 정책 순응이 될 지 새로운 금융투자 모델로 이어질지는 이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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