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 ETF를 움직이는 사람들]테크와 금융을 아우르는 융복합 리더 류지해 본부장IT엔지니어에서 금융전략가로, 플랫폼 중심 마케팅 구상
박상현 기자공개 2025-10-15 16:07:17
[편집자주]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200조원을 넘어섰다. 포트폴리오 구조를 갖췄으면서도 강력한 환금성을 지닌 덕에 투자자의 시선은 ETF로 향하고 있다. 패시브라는 본질을 감안하면 단순하게 매니저 자리를 시스템이 차지한 상품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ETF 시장의 중심엔 사람이 있다. 거시경제 예측과 트렌드 흐름 간파, 흥행 테마 선점, 여기에 세일즈와 마케팅 전략 수립까지 여느 펀드보다 맨파워가 중시된다. 더벨은 ETF 시장의 고속 성장을 이끈 주역들을 조명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5년 10월 13일 10시1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올해 6월 대규모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배재규 대표 직속으로 디지털전략본부가 신설된 점이 눈에 띈다. 흥미로운 점은 디지털전략본부에 대고객 마케팅 부서와 IT 부서가 함께 있다는 점이다.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 역량을 확충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디지털전략본부의 신임 수장은 류지해 전 미래에셋증권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 이사가 맡았다. 시스템통합(SI) 기업에서 IT 업무를, HSBC와 미래에셋증권에서 금융업에 대한 전문성을 키웠다는 평가다. 융·복합적 역량을 바탕으로 한투운용의 디지털전략을 새롭게 수립할 것으로 전망된다.

◇엔지니어에서 금융전문가로, 커리어 폭 넓혔다
류 본부장은 서울대에서 기계설계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동대학원에서도 같은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세부 전공으로 소프트웨어를 공부했다. 2000년 석사 학위를 취득한 뒤 삼성SDS에 입사했다. 그는 “사실 막연하게 금융업에 종사하고 싶었지만 배경이 공과대학이어서, 자연스레 IT 쪽으로 들어가게 됐다”고 했다.
당시는 IT 기술이 발전하면서 여러 산업의 구조적 변화가 일던 때다. 인터넷 시대가 태동하면서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금융업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키움증권과 같은 온라인 증권사가 생겨났고 홈트레이딩서비스(HTS) 거래량이 폭증했다. 뮤츄얼펀드와 랩어카운트, 24시간 입출금 서비스 등도 새롭게 나왔다.
자연스레 류 본부장이 금융업을 경험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삼성SDS에서 삼성증권 IT엔지니어로 3년간 근무한 뒤 푸르덴셜생명과 삼성전자로 2년간 파견돼 경험을 쌓았다. 그는 “증권뿐 아니라 전 산업적으로 IT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던 시기였다”며 “지금의 전사적자원관리(ERP)와 공급망관리(SCM), 고객관계관리(CRM) 개념이 이때 생겨났다”고 했다.
류 본부장은 2005년 HSBC로 이직했다. HSBC가 국내 비즈니스를 확장하던 때다. IT 인프라를 구축할 필요성이 컸다. 푸르덴셜생명의 CRM·SCM를 구축, 컨설팅했던 경험이 HSBC로의 이직에 발판이 됐다. 그는 “HSBC은행이 자산관리업을 하기 위해 펀드나 방카슈랑스를 판매하려고 했다”며 “삼성증권에서의 IT 구축 경험, 푸르덴셜생명에서의 컨설팅 경험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HSBC에서 방카슈랑스 사업의 시스템을 설계하고 영미권과 이질적인 국내 규제·세제 구조에 맞춰 업무 체계를 구축했다”고 했다.
금융권 IT 업무를 담당하면서 금융업에 대한 갈망이 더욱 커졌다. 류 본부장은 직접 자본시장에 들어와 금융상품과 관련된 업무를 제대로 해보고 싶었다며 당시를 회고했다. 2008년 미래에셋증권으로 이직하면서 금융업에 직접적으로 몸담기 시작했다. 그가 맡은 첫 업무는 컴플라이언스였다. 그는 “금융위기 직후 사회적으로 컴플라이언스가 중요하게 여겨지기 시작했다”며 “자본시장법이 2009년 초 발표됐는데 새로운 규제에 맞춰 금융업을 많이 배웠다”고 했다.
이후 류 본부장은 10년간 파생상품세일즈팀에서 근무했다.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주가연계증권(ELS)와 상장지수증권(ETN) 등 파생상품 구조를 설계·유통하는 업무를 맡았다. 그토록 바랐던 금융권 업무를 더욱 밀접하게 수행하게 됐다. 그는 “파생상품은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고객이 원하는 형태의 구조를 만들어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며 “ETN 시장을 개설할 때도 참여하는 등 더 자유롭게 여러 상품을 개발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플랫폼 중심 마케팅으로 투자자 접점 확대
파생상품세일즈팀장으로 근무하던 류 본부장은 2021년 디지털자산 신사업을 총괄하는 자리로 이동했다. IT 인프라 구축, 컴플라이언스, 금융상품 설계 등 다방면에서 노하우를 갖췄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그는 “디지털자산과 관련된 규제가 도입될 시 필요한 인프라 구축과 상품 구조화 등을 총괄했다”며 “테크와 금융 분야를 고루 경험한 게 도움이 됐다”고 했다.
다만 기대와 달리 규제안 도입이 지연되면서 사업 추진에 제약이 따랐다. 류 본부장이 한투운용으로 오게 된 배경이다. 그는 “4년 동안 준비를 했지만 규제와 같은 여러 문제로 신사업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외부 변수에 대한 기다림보다는 전통 금융에서 다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싶었다”고 했다.
류 본부장은 IT 조직과 디지털 마케팅 조직을 총괄한다. 운용업계 화두인 ETF뿐 아니라 공모펀드, 로보어드바이저 등 한투운용 상품에 관한 전반적인 대중 마케팅을 지휘한다. 한투운용은 연성적인 마케팅보다는 정보 중심 마케팅에 주력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류 본부장은 여기에 플랫폼 중심의 마케팅을 더 강화하겠다고 제시했다.
그는 “마케팅 조직과 디지털 조직도 함께 본부에 편제돼 있다”며 “플랫폼 관점에서의 마케팅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한투운용이 투자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 돼, 고객과 접점을 늘리겠다는 의미다. 그는 “운용사는 아무래도 판매사를 통해 상품을 공급하다 보니 단순히 상품 정보를 제공하는 수준에 머무르는 측면이 있다”며 “채널 활성화가 잘 안 돼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짚었다.
한투운용은 류 본부장이 합류하기 전부터 플랫폼 중심의 마케팅에 주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2월 업계 최초로 AI ETF고객센터를 출시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IT에 노하우를 갖춘 류 본부장을 신임 디지털전략 수장으로 영입한 것도 이 점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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