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연체율 점검]부실채권 매각 늘렸지만…털어도 안심 못해②상각보다 매각 상승세 더 가팔라…경기둔화·배드뱅크 설립 등 영향
김보겸 기자공개 2025-10-17 12:54:57
[편집자주]
카드업계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구조적 흐름으로 해석되지만 관리 역량의 문제만은 아니다. 정책 리스크에 따른 상각과 매각, 중저신용자 포용금융 확대 등 다양한 요인이 맞물려 있다. 은행계와 기업계 카드사의 관리 전략에도 차이도 드러난다. 기업계가 연체율을 상대적으로 안정되게 관리하는 흐름은 몇가지 시사점을 남긴다. 주요 카드사 연체율 증가 배경과 자산 포트폴리오 상 관리 방법의 차별점 등을 들여다 봤다.
이 기사는 2025년 10월 15일 15시14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카드사들이 부실채권을 빠르게 시장에 매각하고 있다. 상반기 매각규모만 2조3000억원을 넘어서며 상각규모 증가폭을 크게 웃돌았다. 연체율을 낮추고 단기 실적을 방어하는 효과가 있지만 회수할 수 있는 자산을 할인된 가격에 처분하는 만큼 미래 수익을 포기하는 셈이기도 하다.부실채권 매각 확대 배경에는 경기 둔화와 정책 변수, 실적 방어 등이 맞물려 있다. 중저신용자 대출 증가로 연체가 오르는 가운데 정부의 배드뱅크 설립 추진도 채권회수 불확실성을 키웠다. 카드사들이 서둘러 부실채권 매각에 나선 이유다. 매각 의존이 늘수록 수익구조 불안정성도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부실처리 주류 된 매각…3년 연속 두자릿수 증가율
금융감독원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카드사들의 부실채권 매각 규모는 2조3342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7009억원)보다 37.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상각 규모는 3.1% 늘어난 1조9757억원에 그쳤다. 장부상 0원으로 처리하는 상각보다 시장에 넘기는 매각이 더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것이다.


추세는 2~3년 전부터 시작됐다. 2020년 1231억원이던 카드사 부실채권 매각액은 2021년 7927억원으로 544% 급증했다. 2023년에는 2조2960억원으로 세 배 넘게 늘었다. 올해는 상반기만 해도 이미 2조원을 넘어섰다.
반면 상각 규모는 2020년 2조5128억원에서 2024년 3조8832억원으로 증가하는 데 그쳤다. 5년간 추이를 보면 상각은 비교적 일정한 수준을 유지한 반면 매각은 두자릿수 증가율을 이어가며 카드사들의 부실 처리 방식을 바꿔놨다.
◇실적방어, 정책변수 맞물리며 매각 급증
카드사들이 매각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먼저 경기 둔화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저축은행과 대부업체들이 고금리 부담에 대출을 줄이자 중저신용자 수요가 카드론으로 이동했다. 가맹점수수료 인하와 고정비 부담으로 수익성이 낮아진 카드사들이 카드대출 상품 확대에 나섰지만 경기 부진이 길어지며 상환 능력이 떨어지고 연체율이 오르자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부실채권 매각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정책적 요인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정부가 추진 중인 배드뱅크 설립이 대표적이다. 7년 이상 연체된 5000만원 이하 무담보 빚을 진 개인을 대상으로 한 빚 탕감 프로그램이 시행되면 기존에 채무를 갚던 일부 차주가 상환을 미루거나 중단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카드사들이 부실채권 회수가 더 어려워질 것을 우려해 회수가 지연되기 전에 할인 매각으로 조기 정리하는 쪽을 택한 것이다.
단기 실적 방어 측면도 있다. 부실채권 매각은 연체율을 즉시 낮추고 충당금 부담을 줄이며 손익을 당겨 잡는 효과가 있다. 실질적 손실은 감수하더라도 회수 불확실성이 높은 자산을 시장에 넘겨 건전성 지표를 개선할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미래 수익을 포기하는 선택이기도 하다. 부실채권이 통상 원금대비 5~20% 수준의 낮은 가격으로 거래되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일부라도 회수할 가능성이 있는 채권을 할인된 가격으로 넘기는 것이다. 특히 금리 하락기에는 일부 채권이 나중에 회수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어 매각이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매각이 늘면서 매각수익이 전체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카드사 매각손익 비중은 2020년 1.9%에서 2021년 2.8%, 2022년 2.9%로 늘었다. 이후 2023년에는 5.8%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작년 말에는 6.4%, 올 상반기 기준 6.8%를 기록하며 전체 순이익의 6%에 근접했다.
부실채권 매각규모가 계속 늘어나면 카드사의 자산구조가 점차 단기수익 중심으로 기울 우려도 있다. 부실채권 매각수익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회수 기반이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카드사별로 향후 부실채권 매각을 얼마나 유지할지도 관건이다. 경기 회복세가 미약하고 대출규제가 병행되는 상황에서 매각수익 의존도가 높아지면 수익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카드사 관계자는 "지금은 매각으로 연체율을 낮추는 것이 불가피하지만 근본적 해법은 아니다"라며 "내년 이후 경기반등이 더딜 경우 매각 여력도 줄어들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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