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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가벼운 혁신

임효진 기자공개 2025-11-07 07:10:02

이 기사는 2025년 11월 04일 07: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주항공 초창기를 함께한 오래된 임원이 아쉬워 하는 점 중 하나는 사내 문화다. 그는 제주항공이 국내에 처음 LCC를 도입한 점을 상기시키며 과거의 유연하거나 혁신적이었던 조직을 요즘은 찾아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게 창립 멤버 5명으로 시작한 초창기와 비교하면 지금은 회사 덩치가 너무 커졌다.

당시 제주항공은 필요하면 방향을 틀고 새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다음날 시행하던 조직이었다. 그는 그 시절의 가벼움이야말로 LCC의 본질이라고 했다. 결과적으로 혁신을 두려워하지 않던 태도는 한국식 LCC가 자리잡을 수 있는 토양이 됐다. 가볍게 제주에 다녀오는 일은 그렇게 가능해졌다.

LCC를 항공사 종류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LCC는 비즈니스 모델의 하나다. 소비자가 아닌 사업자 관점의 용어인 것이다. 핵심은 불필요한 비용을 제거해 이동 그 자체만을 상품으로 제공하는 데 있다. 원칙적으로 기종은 하나, 노선은 단거리, 수익은 좌석 판매에서만 나온다. 복잡성에서 비롯된 관리 비용을 최소화함으로써 가격 경쟁력이라는 하나의 가치에 집중한다.

대형항공사(FSC)의 복잡성을 걷어낸 것이 LCC다. 실제 LCC 모델의 핵심 경쟁력 중 하나로 유동적인 노선과 시간표가 꼽힌다. 수요와 계절, 환율, 유가 등에 따라 언제든 바뀔 수 있다. 유가가 오르면 단거리 중심으로 노선을 재편하고 환율이 오르면 국내선 비중을 늘리는 식이다. 변화무쌍한 하늘길 위에서 스스로 형태를 바꾸도록 설계된 것이 LCC라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등도 이러한 전략을 통해 성장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회사가 커질수록 시스템은 복잡해졌고 이를 효율적으로 다루기 위해 표준화를 추구할 수밖에 없었다. 변화에 적응하던 과거와 달리 변화를 관리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 LCC 간 경쟁은 치열해지면서 이제 LCC들은 다음 선택지를 골라야만 하는 상황에 처했다.

눈에 띄는 곳은 티웨이항공이다. LCC로는 이례적으로 장거리 노선 운항을 택했다. 현재 상황은 별로 좋지 못하다. 승객은 몇푼 덜 내고 티웨이항공을 타려고 하지 않는다. 왜 싸게 멀리 가야하는지 설득시키지 못한 것이다. 오래된 임원은 주머니 가벼운 청년들을 대상으로 왜 멀리 가야하는지 설득하면 어떻겠냐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과거 제주항공이 그랬듯 기존 LCC보다 더 넓은 하늘을 경험할 수 있는 선택권을 제공하는 회사라면서 말이다. 가볍게 유럽을 다녀오는 일은 그렇게 시작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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