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슈퍼사이클의 시작]세계 곳곳 세워지는 AIDC, 삼성·SK 찾아오는 빅테크①공급과잉 우려 딛고 투자 확산, 핵심 제품 연이어 '솔드아웃'
김도현 기자공개 2025-11-17 07:37:24
[편집자주]
진정한 AI 시대를 맞아 주요국과 빅테크의 관련 투자에 불이 붙었다. 이는 폭발적인 메모리 수요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앞선 메모리 호황기를 뛰어넘는 초호황기에 진입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최근 AI 반도체 병목 현상이 HBM 등에서 비롯되면서 메모리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지는 분위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끄는 국내 반도체 업계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배경이다. 더벨은 변곡점을 맞이한 메모리 시장의 업황과 전망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11월 12일 16: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메모리 시장은 당초 예상과 다르게 전 제품군에서 수요가 급증하면서 초호황기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한다.""설비투자 확대 계획을 감안하더라도 내년 고객 수요는 당사 공급을 넘어설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언급한 내용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메모리 양대산맥이 공식석상에서 기대감을 불어넣은 것을 두고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그만큼 고객의 의지가 분명하고 시장 상황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는 의미다. 이번 상승세가 2017년 데이터센터 붐, 2021년 코로나 특수 등과 비견되는 것을 넘어 전례 없는 '슈퍼사이클'로 확장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너도나도 메모리 구매, '선주문 후생산' 방식 확산
12일 ASML 코리아는 경기 화성캠퍼스 개관식을 진행했다.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ASML은 첨단 반도체 제작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기를 독점하는 곳이다. 관련 분야에서 압도적인 위상을 갖춘 ASML이 한국에 추가 투자를 단행한 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존재가 컸다. 이날 행사에는 양사 경영진이 참석하기도 했다.
지난달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연이어 방한했다. 두 사람은 이재명 대통령 및 대기업 총수들과 회동했다. 다양한 협업 논의가 이뤄진 가운데 핵심은 인공지능(AI) 메모리 조달이었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위상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단순히 수요가 늘어나는 데 그치지 않고 AI 반도체 생태계가 로직에서 메모리 중심으로 재편되는 점도 한몫했다.
이전까지 메모리는 시스템반도체의 보조 역할에 그쳤다면 AI 시대에서 데이터 사용량이 급격하게 불어나면서 주연으로 거듭나고 있다. 고대역폭 메모리(HBM)에 몰렸던 주문이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를 거쳐 일반 D램과 낸드플래시로 퍼진 이유다. 연일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오르는 부분도 이같은 추세가 반영된 결과다.
이달 초 열린 'SK AI 서밋'에서 구글, 메타, TSMC,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기업의 전문가들이 참여한 패널토론에서도 "AI 병목은 연산이 아닌 메모리에 벌어지고 있다"며 "대역폭과 용량 등을 늘려야 하는 시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메모리의 양과 질 모두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산업 구조가 전환되는 흐름이다. 과거 메모리 제조사가 찍어낸 제품을 고객들이 사가는 구도였다면 이제는 '선주문 후생산' 방식이 안착하고 있다. 커스텀 HBM 등이 부각 받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렇게 되면 주도권은 메모리 제조사로 옮겨가게 된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 "지금까지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적기에 공급했다면 앞으로는 고객이 기대하는 것이 이상의 가치를 제공할 것"이라고 언급한 부분도 그 일환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지난 1~2년 동안 지겹도록 HBM 이야기가 나왔지만 여전히 HBM의 가치는 떨어지지 않았다"며 "올해 들어서는 HBM 외에 다양한 제품, 기술 등까지 퍼지고 있다. 메모리 분야의 성장은 이제 시작으로 무궁무진할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빨라진 투자 속도, '캐파 경쟁' 본격화
세계 각지에서는 AI 데이터센터(AIDC)가 설립되고 있다. 이로 인해 AIDC의 필수품인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메모리를 입도선매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한 상태다.
이에 맞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공격적인 투자를 공식화했다. 기존 일정보다 신공장 가동 시점을 앞당기는 동시에 제조라인 전환을 통해 주문 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다.
마이크론과 일본 및 중국 업체까지 생산능력(캐파) 확대에 나서면서 한때 공급과잉 우려가 나오기도 했으나 현재는 잠잠해졌다. 예측 가능한 수요가 지속 등장하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여전히 AI 거품론 등 부정적인 의견도 존재하지만 당분간 AI 성장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진영에 무게가 쏠린다. 유수의 기업들이 투자 속도를 올리는 명분이다. 특히 AI 기반으로 자율주행, 로보틱스 등으로 수요가 확산되는 점에 주목한다. 호황과 불황을 반복해온 메모리 업계의 평소와 다른 행보에 이목이 쏠리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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