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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업계 긴급점검]상용화 목전 ‘저탄소 시멘트’, 비용·규제에 발목④실증·인허가 등 공백 지속…기술 있어도 시장 못 들어가는 구조

임효진 기자공개 2025-12-01 07:06:56

[편집자주]

국내 시멘트 산업은 30년간 유지해 온 내수 5000만톤 체제가 붕괴됐다. 건설 경기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출하량은 3600만톤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주요 5개사 수익성은 흔들리고 있다. 수요 위축과 비용 구조 변화, 규제 강화가 얽힌 결과다. 더벨은 시멘트 업계 구조적 취약성을 짚어보고 산업 재편 논의의 흐름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11월 27일 07: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시멘트업계는 탄소중립 이행을 위해 비교적 발빠르게 움직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제조업 중 가장 먼저 대체연료 전환을 시도했고 탄소 규제를 오히려 선제적으로 의제화했다. 또 정부가 주도하는 연구개발(R&D) 프로젝트에 모든 시멘트사가 참여하고 있다. 최근 몇년간 R&D 관련 지출이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기도 했다.

기업들이 우려하는 부분은 R&D 이후 기술 상용화다. 이를 위해서는 공정 전환·설비 투자 등 막대한 비용이 필요한데 정부는 아직까지 이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재정적·제도적 지원 없이는 기업들이 독자적으로 탄소중립을 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업계의 일관된 입장이다. 공정을 한 번 바꾸면 수십년간 사용해야 하는 시멘트 산업 특성상 제도적 뒷받침이 확실치 않으면 계속 투자가 미뤄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R&D 이후가 진짜 비용…상용화 단계에 최대 수천억원

국내 시멘트업계는 현재 정부 주도의 대규모 R&D 사업에 적극 참여 중이다. 혼합시멘트 기술, 비탄산염 원료 대체, 소성 공정 연료전환, 저온소성, 탄소포집·활용(CCUS) 기술까지 국책과제만 10개가 넘는다. 기술개발에서 업계와 정부가 발맞춰 시멘트 탈탄소 시대를 준비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R&D 이후다. 실제 공장에서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기술개발보다 훨씬 큰 규모의 투자가 필요하다. 혼합시멘트를 대량으로 생산하기 위해서는 저장설비·혼합설비·품질제어 시스템을 새로 구축해야 한다. 또 폐합성수지·바이오매스 등 대체연료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파쇄·건조·선별 등 전처리장치뿐 아니라 소성로 버너 개조, 배출가스 처리설비까지 전면 교체해야 한다.

공장 한 곳에서 친환경 공정을 전면 적용하려면 최소 수백억원, CCUS까지 포함하면 수천억원대의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미 2021년부터 업계에서 대대적인 친환경 설비투자가 진행됐는데 갈수록 투자비용이 늘어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핵심 기술은 정부가 지원하고 있지만 상용화 단계에 필요한 돈은 기업이 모두 부담해야 하는 구조”라며 “R&D 단계에서의 지원만으로는 기업들이 실질적 감축을 이뤄나가는 데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출처=아세아시멘트
◇공공조달부터 OPC 중심…EU·미국은 상용화까지 지원

제도적 기반 역시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시멘트업계가 저탄소 시멘트를 상용화할 기술을 갖고 있어도 판매할 수 없는 구조다. 저탄소 시멘트는 혼합재 비율 확대와 폐자원 활용이 필수인데 현행 KS는 혼합재 비율을 낮게 설정하거나 염화물·불순물 기준을 엄격하게 유지하고 있어 머물러 있어 새로운 시멘트는 규정상 제품 인증을 받기 어렵다.

대체연료를 사용하려 해도 제도 장벽을 넘어야 한다. 폐합성수지·SRF·바이오매스 등 대체연료 사용이 확대되면 염소·황 등 배출가스 성분이 달라지기 때문에 환경규제 기준을 새로 충족해야 한다. 문제는 환경부와 지자체별 승인 요건이 일치하지 않아 공장마다 별도의 협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승인 절차가 길어지면서 기업의 투자결정이 지연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공공조달 체계도 기존에 포클랜드시멘트로 불리던 OPC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혼합시멘트와 같은 신기술 제품이 발주 단계에서 불리하다. 대체연료 사용 확대 시 발생하는 환경규제·인허가 절차 역시 기업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 결국 기술은 있어도 제도가 받쳐주지 않아 현장 적용이 멈추는 구조다.


해외 사례를 보면 이 같은 공백은 더욱 두드러진다. 유럽연합(EU)은 상용화 단계를 별도로 지원하는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우선 대체연료·혼합시멘트 설비 투자에 대해 공공보조금을 지급하고, CCUS 초기 투자비용의 상당 부분도 정부가 직접 부담한다. 무엇보다 저탄소 시멘트 시장을 정부가 활성화시키기 위해 적극 나선다는 점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EU는 2030년까지 정부가 건물을 지을 시 절반 이상을 저탄소 자재로 채우는 방안을 추진했다.

미국 역시 연방정부를 중심으로 상용화 단계 지원이 보다 직접적이다. 마찬가지로 저탄소 건설자재를 선제적으로 구매하고 나섰다. 저탄소 시멘트인 PLC의 점유율이 단기간에 확대된 것도 이러한 정부조달 정책과 연계된 결과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이나 미국은 정부 지원 규모부터 다르다”며 “수백억에서 수천억까지 드는 설비투자 비용을 기업이 혼자 감당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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