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12월 02일 08: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LG그룹의 인사 키워드는 '새로운 리더십'이다. LG전자와 LG화학 수장을 세대교체 하며 안정보다는 혁신에 방점을 찍었다. 그러나 이는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와는 거리가 먼 얘기처럼 느껴진다. 리더십 교체도, 승진자도 없는 조용한 인사였다.생명과학사업본부는 LG화학 내 하나의 본부에 불과하지만 이곳엔 유구한 신약개발의 역사가 담겨있다. 1970년대부터 투자를 시작해 럭키 유전공학사업부, LG생명과학으로 이어진 50여 년의 세월이다. 단지 역사만 긴 것이 아니다. 국내 최초 민간 바이오연구소 설립, 자체 기술로 개발한 항생제 신약 '팩티브'의 미국 FDA 승인 등은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사에서 중요한 이정표였다.
모두가 제네릭에 집중하던 시절 LG생명과학은 유트로핀·유박스·제미글로 등 굵직한 신약 개발로 업계를 선도했다. 업계에서 'LG 출신이라면 믿고 맡긴다'는 신뢰가 있을 정도로 인력 경쟁력도 뛰어났다. 명실상부한 신약 명가였다.
그런 역사를 지닌 생명과학사업본부가 어느 순간 힘이 빠졌고 이제는 존재감마저 희미하다. 변화는 특히 올해 두드러졌다. LG화학은 유동성 확보와 포트폴리오 재편을 이유로 생명과학사업본부 내 에스테틱 사업부를 떼어냈다. 추가 매각설까지 심심치 않게 거론된다. 매출 1조원이 넘고 제품군도 다양한 본부임에도 '키워야 할 축'이 아니라 '정리 후보군'으로 분류되는 모습이다.
3년 전 인수한 미국 항암제 개발사 아베오는 생명과학본부가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카드였다. 8000억원을 들여 항암 파이프라인과 글로벌 상업화 기반을 한번에 확보한다는 승부수였다. 그러나 인수 이후 자본잠식이 심화했다. 대표 제품 '포티브다' 적응증 확장을 위한 병용 임상도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번 조용한 인사에서 감지되는 메시지가 현 생명과학본부의 상황을 잘 드러내는 듯하다. 현 체제를 유지하되 추가로 힘을 싣지는 않겠다는 것. 물론 생명과학사업본부는 여전히 LG화학에서 가장 많은 R&D 비용을 쓰고 있고 항암 쪽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속도가 더디고 혁신을 기대할 만한 사이즈는 아니다. 그룹 내에서 신약의 위상 역시 예전과는 현저히 다르다.
'신약 명가' 간판이 저물어가는 지금 LG는 어떤 선택을 할까. 그 선택의 향방을 알 순 없으나 한 시대를 이끌었던 신약 명가의 무게는 더 이상 예전같지 않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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