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돌 에쓰오일의 변신]아람코 '핵심 자산' 부상, 달라진 한국사업 위상③정유·석화 일체형 밸류체인 강점, 10년간 200조 원유 소화
정명섭 기자공개 2025-12-12 10:10:56
[편집자주]
기업의 방향은 기술과 자본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어떤 지배구조 아래에서 누구와 손잡고 성장해 왔는지가 기업의 체질과 전략을 바꾸는 경우가 흔하다. 내년에 창립 50주년을 맞는 에쓰오일의 궤적은 이를 보여준다. 한국-이란 합작 정유사로 출발해 모그룹 쌍용의 해체를 거치는 과정에서도 에쓰오일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기업 아람코를 최대주주로 맞이하며 독자적인 지배구조와 사업모델을 구축했다. 정유 중심 구조에서 석유화학·다운스트림으로 확장해 온 에쓰오일의 50년 변화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12월 08일 14: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기업 아람코에게 에쓰오일은 단순한 해외 자회사가 아니다. 글로벌 다운스트림 포트폴리오 중 지분율(63.4%)과 원유 소비규모, 아시아 시장 접근성, 화학 밸류체인 통합 측면에서 전략적 비중이 큰 거점으로 손꼽힌다.에쓰오일은 최근 10년간 200조원 규모의 원유를 아람코로부터 사들인 최대 구매처이자 아시아 공급망을 연결하는 정제·석유화학 허브다. 아람코가 역대 최대 규모의 해외 투자 프로젝트인 샤힌을 한국에서 진행하는 배경에도 이같은 위상이 있었다는 평이다.
◇재무 기여도 1% 미만에도 '전략 자산'으로 거론 이유
2019년 말 사우디 증권거래소 타다울에 상장한 아람코는 시가총액이 1조5746억 달러(약 2300조원, 8일 기준)에 달한다. 글로벌 상장사 중 여덟째로 큰 규모다. 아람코의 지난해 순이익은 1062억 달러(약 156조원)였다. 국제유가 하락 등의 리스크에도 매년 1000억 달러 이상의 이익을 거두고 있다.
반면 에쓰오일의 시가총액은 8조8600억원 규모다. 업황 호조기에 영업이익은 2조~3조원대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4606억원이었고 163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단순 계산으로 에쓰오일의 아람코 순이익 기여도는 1%에도 미치지 않는다. 에쓰오일이 아람코에 보내는 배당금 역시 연간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 수준으로 아람코의 재무제표상 비중이 제한적이다.
그러나 아람코가 매년 발표하는 연례보고서에서 에쓰오일은 주요 전략 자산이자 아시아 시장의 핵심 다운스트림 허브로 거론된다. 에쓰오일의 가치가 당장의 재무적인 기여도보다 아람코의 장기 전략을 실현하는 사업적 기여도에 있음을 보여준다.

아람코가 보유한 주요 해외 자산은 에쓰오일 외에 △미국 정유사 모티바(지분 100%) △중국 시노펙 푸젠석유화학 JV(지분 25%)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 JV(지분 50%) 등이 있으나 정제 중심의 사업 구조에 치우쳐 있거나 합작 파트너와의 지분율 문제로 아람코의 독자적인 전략 수행에 한계가 있다.
반면 에쓰오일은 △아람코가 단일 최대주주(지분 63.4%) △글로벌 상위권 정제능력(일 66만9000배럴) △정제-석유화학 통합 밸류체인 등의 세 가지 요건을 다 갖춘 회사다. 에쓰오일은 아람코가 주도권을 쥐고 고부가가치 다운스트림 전략을 실현할 수 있는 회사인 셈이다.
◇10년간 200조 규모 아람코 원유 수입...아시아 시장 '전진기지'
안정적인 수요처 확보면에서도 에쓰오일은 아람코에게 의미가 남다르다. 에쓰오일은 연간 원유의 90% 이상을 아람코에서 들여온다. 2013~2022년 누적 구매액은 약 162조원이다. 2023~2024년 유가 상승분을 반영하면 2025년까지 누적 구매액은 190조~200조원 수준일 것으로 추정된다. 단일 해외 고객 기준 아람코 원유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회사가 바로 에쓰오일이다.
에쓰오일은 한국 내수시장에 머무르지 않는다. 2024년 수출 비중은 50% 이상(약 25조원)이다. 아람코 원유가 한국에서 정제·고도화·제품화돼 아시아 각국으로 판매되는 구조다. 글로벌 에너지 수요 증가분의 70%가 아시아에 쏠려 있다. 아람코 입장에서 에쓰오일은 아시아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효율적인 유통 파이프라인인 셈이다.
아람코가 역대 최대 해외 투자인 샤힌 프로젝트를 한국에서 추진하는 건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르면 2026년 상업 가동을 목표로 하는 샤힌 프로젝트가 완공되면 에쓰오일은 연간 320만 톤에 달하는 석유화학 제품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실제로 역대 아람모 출신 에쓰오일 CEO는 모두 다운스트림 분야 전문가들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샤힌 프로젝트에 아람코의 신기술인 'TC2C(Thermal Crude to Chemical)'가 적용된다. TC2C는 정유공정의 비중을 줄이고 원유에서 올레핀 제품으로 전환하는 비중을 비약적으로 확대하는 기술이다. 대규모 석유화학 설비가 가동됨에 따라 아람코의 원유 판매량 역시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아람코는 샤힌 프로젝트를 "원유를 연료가 아닌 고부가가치 화학 제품으로 전환하려는 장기적인 비전"이라고 설명한다. 이를 통해 아시아 시장 내 입지와 경쟁력을 크게 강화한다는 게 궁극적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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