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12월 10일 08: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 인류는 노년을 경험해 본 역사가 짧다. 100여년 전만 해도 인간의 평균 수명은 단 40세에 불과했다. 조선시대 왕들의 평균 수명이 50세가 채 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민초들의 삶이 얼마나 어려웠을지 짐작이 간다.인류가 노년을 경험하며 축적한 데이터가 적으니 나이들어간다는 것에 대한 낯섦, 두려움은 당연한 일이다. 얼마 전 종영한 JTBC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가 중장년층에 깊은 여운을 남긴 것도 같은 맥락이지 않을까 싶다. 단순히 직장생활에 대한 비애만이 아니다. 준비되지 않은 노화에 대한 두려움을 직격한데 따른 깊은 공감이다.
평균수명이 100세에 다다른, 이토록 오래 사는 건 처음 경험하는 인류가 노화 정복을 꿈꾼다. 바이러스를 막는데서 시작해 암 치료에 다다르자 만성질환 그리고 노화까지 겨눈다. 놀라울 정도로 빠른 제약 바이오와 의학의 발전이 '병으로서의 노화'를 치료영역으로 바라본다.
미용의 영역이던 비만을 치료 시장에 끌고 들어오며 위고비, 마운자로 등 블록버스터 약이 만들어진걸 보면 노화 역시 기대하게 된다. 최근 '저속노화'라는 말이 유행어처럼 번지는 것도 성과라면 성과다.
노화를 지연시켜야 할 당위성도 마땅하다. 단순히 천천히 늙고 싶다는 욕망 때문만은 아니다. 노화 속도를 늦추면 암도, 치매도, 심혈관질환도 줄어든다는 가설, 수명을 늘리는 것이 아닌 건강수명을 늘려야 한다는 방향은 인류의 진화와 연결된 의미있는 도전이다. 노화를 조절할 수 있다면 질병을 대하는 매커니즘을 바꿀 수 있다.
그래서 노화 연구는 야심찬 과학이자 현실적인 산업으로 봐야 한다. 학계도 길을 만들고 있다. 과학저널 'Cell'에 따르면 늙은 원숭이에게 'FOXO3'라는 항노화 유전자가 강화된 사람 줄기세포를 주입했더니 몸과 뇌의 노화 신호가 줄었다는 데이터를 확인했다. 당뇨약 메트포르민과 같이 기존 약을 노화 약으로 다시 해석하는 흐름도 생겨나고 있다.
산업계도 발빠르게 움직인다. 대웅제약그룹은 노년층의 건강증진에 초점을 맞춘 연구소를 설립했고 차그룹은 보험과 연계한 시니어 맞춤 헬스케어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건강 말고도 삶을 살아가는 태도와 방식, 철학, 심리까지도 아우르며 노화를 관리할 수 있는 대안도 마련되고 있다. 노인, 노화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오래살 리스크가 아닌 오래사는 행복이라는 관점으로 분위기가 바뀐다.
기술은 인류의 행복을 위해 발전했다. 제대로 경험해보지 않은 노화에 맞서 이제 막 인류가 기술을 축적하기 시작했고 곧 의미있는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한번도 경험해보지 않았던 완벽하게 준비된 진짜 '노화'는 우리 인류에게 어떤 진화를 안겨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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