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12월 12일 08: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굴지의 운용사 대표가 목표전환형 열풍을 바라보며 꺼낸 말이다. "대학생 시절 당구 내기에 빠져 살던 때가 있습니다. 소액이었지만 승부의 재미 때문에 한동안 당구장에서 살다시피 했죠. 몇 년이 지나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돈을 번 건 저도 친구도 아닌 결국 당구장이었습니다."목표전환형(목표달성형) 펀드의 열기가 식을 줄 모른다. 리테일에서 팔린 공모펀드의 운용 규모는 3조3000억원 수준이다. 올해 순증 규모만 2조원이 넘는다. 사모펀드까지 더하면 수조원의 뭉칫돈이 오가는 시장으로 커졌다.
주식 호황이 겹치면서 몇 달만에 목표를 채운 펀드가 쏟아졌다. 그러다보니 여기저기서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했다. 200억원 펀드가 3개월 만에 청산하는 실적을 내면 다음번에 400억원이 모였다. 다시 한번 성공하면 800억원이 모이는 식이었다. 코스피 상승률이 70%에 달하는 이례적 장세 덕에 아직까지는 운용사와 판매사, 고객 모두 '윈윈'을 거두고 있다.
하지만 이러나저러나 돈을 버는 곳은 당구장이다. 어디까지나 판매사인 은행과 증권사다. 통상적으로 1~1.3%인 총보수에 선취 수수료가 붙은 상품도 있다. 목표 달성시 몇 달만에 수수료를 다시 받는데 재판매 규모는 2배에 달한다. 파는 입장에서 이보다 매력적인 상품을 찾는 건 쉽지 않다. 고객 역시 수익을 거두니 한층 더 공격적으로 팔아치우고 있다.
그렇다면 고객은 왜 목표전환형 상품을 선택할까. 과연 페이오프(payoff) 구조를 정확하게 숙지한 후 내린 판단으로 볼 수 있을까. 그보다 '몇 개월 내 몇 %'라는 슬로건과 '중위험·중수익'이라는 애매한 표현, 신뢰를 강조하던 PB의 강권이 복합적으로 버무려진 결과라는 게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목표전환형 펀드의 페이오프 곡선은 상장지수펀드(ETF)에서 논란을 일으킨 커버드콜 상품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수익의 상방은 막힌 반면 하방은 열려 있다. 수개월 만에 6~10%의 수익률을 달성해 기뻤을 수 있다. 그러나 차라리 같은 비중으로 설계된 혼합형 내지 주식형이나 시장 지수를 패시브로 사는 게 훨씬 이득이었다. 상방이 제한된 대신 하방에 안전장치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손실 리스크에 노출된 건 모두 똑같다. 당국이 커버드콜 ETF 광풍을 우려했던 이유를 대입할 수 있는 셈이다.
여기에 시간 가치까지 고려하면 목표전환형은 커버드콜보다도 불리해진다. 커버드콜은 시간이 흐를수록 옵션 가치가 0에 수렴해 매도 프리미엄이 확정된다. 반면 목표전환형은 조기 청산 실패의 위험 탓에 시간에 대한 압박을 받는다. 목표전환형의 장점은 '올랐으니 더 기다리자'는 개인 투자자의 욕심과 편향을 제어한다는 점 정도일 것이다.
자본시장에서 상품은 옳고 나쁨의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고객 선택지를 넓히는 다양성은 긍정적 요소다. 하지만 목표전환형이 묻지마 투자 식으로 팔리고 있다면 한번쯤 환기가 필요하다. 이 시점에서 경종을 울리고 있는 하우스는 어디이고 PB는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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