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상장' 정의부터 다시, 영점조정 나선다대기업 '상장 러시' 전 불확실성 해소 기대
김위수 기자공개 2025-12-15 08:01:40
이 기사는 2025년 12월 12일 08: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거래소가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을 제정할 예정이어서 투자은행(IB) 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간 중복상장 구조로 기업공개(IPO)를 추진했던 기업들은 모호한 기준으로 상장 절차에 어려움을 겪어왔다.중복상장의 정의부터 재정립하며 기준을 확실히 세우는 데 중점을 둘 예정이다. 가이드라인만 있어도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되는 만큼 대기업 계열사들의 상장길이 열릴지 관심이 모인다.
◇케이스별 심사, 형평성 논란 소지
한국거래소는 그간 꾸준히 중복상장 가이드라인 수립에 대한 의지를 보여왔다. 이미 지난해부터 중복상장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케이스를 정리하는 작업을 진행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올해들어서는 SK엔무브, 제노스코 등 중복상장 논란을 극복하지 못하고 상장 절차를 철회하는 기업들이 잇따르자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IB업계 관계자들에게 꾸준히 전달했다.
마땅한 가이드라인이 없었던 최근까지는 케이스별로 심사를 진행했다. 기업의 지배구조와 사업현황, 주주들의 이해관계가 모두 다르므로 각 IPO건에 맞춰 심사를 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중복상장의 정의 자체가 모호하고 예비심사를 통과한 기업들의 사례 역시 뚜렷한 공통점을 찾기 힘들었던 만큼 형평성 논란이 발생할 여지가 크다고 IB업계에서는 봤다.

내년 대형 기업들의 상장이 이어질 예정이라는 점이 한국거래소의 중복상장 가이드라인 제정 움직임을 빠르게 만든 요인으로 보인다. 한화에너지가 상장 주관사단을 꾸린 뒤 시장을 관망하고 있으며 HD현대로보틱스, SK에코플랜트가 내년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 청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LS의 자회사인 에식스솔루션에 대한 한국거래소 예비심사는 진행 중이다.
기업들은 적기 상장을 통해 성장동력을 확충해야 하며 한국거래소는 양질의 기업을 상장시켜 자본시장의 활성화에 앞장서야 하는 입장이다. 중복상장이 막히면 지주사 체제의 대기업 대부분이 IPO를 하기 어려워지는 만큼 한국거래소 입장에서도 강경한 입장만 고수하기는 어려운 셈이다.
그런 만큼 가이드라인을 확립은 대기업 계열사들의 상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IB업계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는 것 자체로 긍정적인 시그널로 받아들일 수 있다"며 "예상과 달리 가이드라인이 규제로 작용하더라도 최소한 불확실성이 적어진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중복상장, 어떤 사례가 해당될까
한국거래소는 우선적으로 중복상장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하는 것을 가이드라인 마련의 시작점으로 삼을 전망이다. 중복상장이 올해 IPO업계의 주요한 키워드이기는 했으나 어떤 사례가 중복상장인지에 대한 명확한 범위 자체가 없었다.
사실 중복상장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된 계기는 '쪼개기 상장'이다. 기존 상장사가 일부 사업부를 물적분할한 뒤 이를 증시에 상장시키는 것을 뜻한다. LG화학에서 분사된 LG에너지솔루션의 IPO, 카카오에서 분할된 자회사의 IPO가 사회적으로 지탄받은 대표적인 중복상장 사례다. 핵심 자회사의 상장이 모회사 밸류에이션에 악영향을 미치며 중복상장이 주주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졌다.
때문에 2022년 당시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주주보호 방안에는 물적분할된 자회사의 상장에 대한 내용만 포함돼 있다. 당시 금융위원회는 물적분할 후 5년 내 자회사를 상장할 경우에는 한국거래소의 심사가 보다 엄격하게 진행되도록 했다. 모회사 일반주주에 대한 보호 노력을 심사해 미흡할 경우 상장을 제한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이런 이유로 IPO업계 일부 관계자들도 중복상장으로 인한 논란의 여지가 있는 IPO건은 최근 물적분할된 자회사에 국한된다고 보기도 했다.
하지만 올들어 SK이노베이션으로 물적분할된 지 17년이 넘은 기업인 SK엔무브(SK온으로 합병)가 중복상장 이슈에 상장 도전을 포기했다. 여기에 더해 상장사 ㈜LS의 증손회사인 에식스솔루션 역시 중복상장 논란을 겪고 있다. 예비심사를 청구하기는 했으나 한국거래소 측에서는 에식스솔루션 역시 중복상장 사례인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IB업계 다른 관계자는 "최근 한국거래소의 기조는 지배구조상 상장사가 있으면 모두 중복상장으로 판단하는 분위기"라며 "이런 기조를 보면 중복상장에 범위를 폭넓게 설정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다만 한국거래소가 중복상장이라고 보는 기업 중 상장에 성공한 사례가 분명히 존재한다. 중복상장에 대한 정의가 광범위하게 설정되더라도 이들의 상장을 전면적으로 막는 방향으로 가이드라인이 수립되지는 않을 것으로 IB업계에서는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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