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의 현금 곳간이 두둑해지고 있는 가운데 올해 투자 방향성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작년 영업현금흐름(NCF) 호조세에 힘입어 대거 유입된 현금을 올해 반도체 기판 사업 확장에 활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기판사업 영업이익률은 25%로 카메라모듈(8%대) 보다도 높아 신성장 동력으로 여겨진다.
◇'FC-BGA' 사업 키운다…담당조직 신설해 이광택 상무 배치
6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LG이노텍은 올해 기판 생산 설비 구축을 위해 8000억~1조원 규모로 투자금액을 책정해둔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는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 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투자금이다. FC-BGA는 반도체에 사용되는 기판의 한 종류로,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반도체 패키지에 주로 쓰인다.
LG이노텍의 기판 사업은 그간 모바일 반도체용 플립칩-칩스케일패키징(FC-CSP) 중심으로 진행돼왔다. 2020년 7월 통신용 반도체기판 수요 대응을 위한 시설투자금으로 1274억원을 책정했으며, 작년 9월 이사회에서는 기판소재사업 생산시설에 1000억원 미만을 투자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업계에선 LG이노텍이 향후 '전장' 반도체 부품인 FC-BGA 역량 강화에 집중할 것으로 보고 있다. FC-BGA는 LG이노텍이 생산해오던 FC-CSP 보다도 '고부가' 제품으로 분류된다. 생산기술 난이도가 높아 경쟁자도 많지 않다. FC-BGA 주요 양산 업체는 일본 2~3개 업체와 삼성전기 정도다.
하지만 최근 전기차,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용 반도체 수요가 늘면서 각광받고 있다. FC-BGA 시장도 전망도 좋다. 반도체 패키지 기판 시장이 2020년 122억달러(약 14조5400억원)로 전년 대비 19% 성장했는데 이 중 FC-BGA는 47%가량을 차지했다. 업계는 FC-BGA 수요가 2025년까지 연평균 11%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LG이노텍 내에서도 FC-BGA시장 진출을 위한 움직임들이 감지되고 있다. 작년 11월 전담조직이 신설됐다. 기존 태스크포스(TF)인 FC-BGA팀이 FC-BGA담당으로 격상됐다. 담당 임원도 이광태 상무로 배치됐다. 일각에선 LG이노텍이 FC-BGA 생산시설을 마련하기 위해 LG전자의 구미 A3를 공장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LG이노텍이 시스템인패키지(SiP)와 안테나인패키지(AiP) 등에서 독보적인 글로벌 시장 지위를 갖고 있어 FC-BGA 시장에 진출할 경우 기판 사업부 실적을 극대화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고객사로는 인텔, 삼성전자 등이 꼽힌다.
◇영업현금흐름(NCF) 2배 증가, 투자여력 확대
LG이노텍의 FC-BGA 시장진출이 유력하게 여겨지는 건 최근 투자여력 확대와도 연관된다. 지난해 9월 말 현금및현금성자산은 7574억원으로 전년동기(6639억원) 대비 14% 증가했다.
영업활동현금흐름(NCF)이 개선된 덕분이다. 해당기간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은 2953억원에서 6454억원으로 두배 넘게 급증했다. 유·무형자산 취득 등 투자활동을 위해 전년동기(5169억원)보다 훨씬 많은 7001억원이란 현금이 유출됐는데, 본업의 수익성이 더 큰 폭으로 증가해 이를 상쇄시켰다.
NCF개선은 기판소재 사업부의 공이 크다. LG이노텍은 사업부문은 총 3개(광학솔루션·기판소재·전장부품)로 분류된다. 이 중 영업이익률이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곳은 기판소재사업부 뿐이다. 2020년부터 영업이익률이 20%를 넘어서며 작년 9월 말에는 25%를 기록했다.
기판소재는 향후 LG이노텍의 수익성에 가장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되는 사업부다. 매출액 규모 자체는 광학솔루션 부문이 73% 비중을 차지해 가장 크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영업이익률 탓에 중장기적으로 높은 수익성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업계 관계자는 "LG이노텍이 이달 중으로 이사회를 열고 FC-BGA 시설투자를 위한 최종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생산설비와 장비 발부 등도 진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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