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묵은 회사채발행 정상화, 실험이 시작됐다 (1)증권사, 기업실사·수요예측 주도···'관행' 깨질 것으로 예상
조화진 기자공개 2012-01-18 10:01:46
[편집자주]
2012년, 회사채 발행시장에 큰 변화가 예고됐다. 금융당국과 증권업계가 고민 끝에 만들어 낸 제도개선이 본격 시행된다. 사실상 무늬에 그쳤던 대표주관사의 수요예측과 기업실사가 의무화된다. 이로 인해 관행으로 굳어졌던 수수료녹이기나 바터(barter) 등도 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새로 도입되는 발행절차의 내용은 무엇이고 그로 인해 어떤 변화가 생길 것인지 머니투데이 더벨이 기획시리즈를 마련했다.
이 기사는 2012년 01월 18일 10: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회사채 발행시장이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 자본시장법이 제정되고 나서도 기형화 돼 있던 발행절차를 바로잡으려는 정책당국과 업계의 실험이 시작된다.채권을 발행하는 주체는 기업이지만 발행절차를 진행하는 주역은 당연히 증권사여야 했지만 그동안 그렇지 못했다. 증권사가 해야 할 수요예측은 사실상 기업에 의해 주도됐다. 대표주관사로 선정돼도 증권사는 허수아비에 불과했다.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인 기업실사는 생략됐다.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으니 대표주관사로 이름만 걸었을 뿐 주관수수료 한 푼 받지 못했다.
수요예측을 기업이 직접 함으로써 시장의 가격결정 기능은 무시되고 실종됐다. 기업은 채권 발행 물량은 물론이고 금리도 스스로 결정할 수 있었다. 심지어 투자자를 모아 놓고도 금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발행을 취소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했다. 그래도 증권사는 아무 말 하지 못했고 투자자의 불만은 기업에 전달되지 못했다.
기업실사가 생략되고 증권신고서는 형식적인 절차로 여겨지다 보니 채권자들은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받을 기회를 잃었다. 투명한 정보공개를 통해 채권자를 보호해야 할 대표주관사의 임무는 해태됐다.
이러한 관행들은 국내 채권시장의 선진화를 뒤쳐지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증권사는 증권사대로 글로벌 IB들과 경쟁할 무기를 마련할 수 없었고 회사채 발행 주선업무를 통해 수익을 낼 수 없었다. 기업은 회사채를 발행하기가 간소하고 편하기는 했겠지만, 그 외 주관사에서 받았어야 할 각종 서비스(이를테면 재무정책에 대한 컨설팅 등)를 받지 못했다. 외국 투자자들은 한국 기업이 해외에서 발행하는 외화표시 채권에는 열광하면서도 원화로 발행되는 국내 채권에는 좀처럼 손을 대지 않았다. 발행절차가 불투명하고 투자자 보호절차가 갖추어져 있지 않아 믿고 투자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오는 2월1일부터 금융위원회는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대한 규정을 개정해 시행한다. 금융감독원은 대표주관 계약 체결을 의무화하고 실사 관련 모범 규준을 마련해 3월 초부터 실시할 계획이다. 수요예측 관련한 방안은 금융투자협회에서 주관한다. 협회는 인수업무규정 개정을 통해 불성실 수요예측 참여자에 대한 제재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
이번 회사채 제도 개선의 핵심은 기업실사와 수요예측 의무화다. 지금까지 기업실사나 수요예측 없이 발행사의 요구에 따라 금리와 발행 규모가 결정되는 관행이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대표주관사는 기업실사의무에 따라 발행사의 경영실적·재무현황, 증권신고서 기재사항 점검 관련 내용 등을 상세하게 밝혀야 한다.
대표주관사들은 실질적인 기업실사 기간을 확보하기 위해 증권신고서 제출 10영업일 전에 대표주관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 체결일로부터 5영업일 이내에 금융투자협회에 신고해야 한다. 기업과 증권사 간에 대표주관계약 체결이 의무화되면서 채권발행 주관사를 맡은 증권사는 향후 다른 건의 주관계약을 조건으로 타 금융투자회사에 당해 주관계약을 양보하는 바터(Barter)행위를 할 수 없게 됐다.
수요예측은 표준절차를 마련해 증권신고서에 공모가 결정 관련사항을 기재하도록 한다. 지금까지 증권사들은 과도한 인수 경쟁 때문에 무조건 낮은 금리를 제시하고, 매출 할 때 인수수수료를 포기하는 '수수료 녹이기'를 해 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공모 희망금리와 발행 규모를 제시할 때 최저 금리가 최고 금리의 일정 범위를 벗어나지 않도록 금리 밴드(Band)를 제시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과도하게 낮은 금리로 입찰에 응하는 게 제한된다.
관행 개선 외에도 우량기업 중심인 회사채 시장에 중소기업들이 진입할 여지도 생겼다. 금융위원회는 QIB제도(적격기관투자자제도)를 도입해 국내 비상장기업 및 외국 기업 등이 발행한 증권을 거래하는 시스템을 개설하려 한다. 게다가 금융감독 당국은 기존의 감독 체계 미흡도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이번 회사채 시장 개선을 통해 수요예측 도입으로 가격결정의 투명성이 확보될 것이고 기업정보가 다양해 지고 신뢰도가 높아지면서 회사채 시장은 자금 중개 기능이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