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2년 01월 18일 10: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A기업이 3년만기 회사채 1000억원을 발행한다고 가정해 보자. 대표주관사와 인수사를 선정한 이 기업은 수요예측(Book Building) 단계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수요예측 과정에서 투자자들은 '국고3년에 0.50%~0.56%포인트를 더한 수준'으로 금리를 써냈다. 가산금리 0.50%포인트에 200억원, 0.51%포인트에 300억원, 0.52%포인트에 400억원, 0.53%포인트에 300억원, 0.54%포인트에 200억원의 수요가 들어왔다.

이 경우 발행사와 대표주관사는 상의 하에 발행금리와 규모를 확정하게 된다. 일반적으로는 누적으로 1200억원의 수요가 쌓인 0.53%포인트에 가산금리를 결정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발행금액을 900억원에 만족한다면 0.52%포인트의 가산금리를, 정성적 요인을 감안한다면 0.54%포인트의 금리를 결정하게 될 수도 있다.

< A기업이 3년만기 회사채 1000억원을 발행할 경우 수요예측 예시 (자료: 삼성증권) >

'수요예측'단계 추가는 이번 회사채발행 제도개선의 핵심내용 중 하나다. 발행사에 휘둘려 채권 발행가격과 규모가 결정되는 것이 아닌, 시장에서 정말로 평가하고 있는 가격으로 채권이 발행되게 유도하기 위한 대안이기 때문이다.

기존 회사채 발행 관행대로라면 대표주관계약 체결 전부터 발행금리와 규모를 발행사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새 제도 하에서 위와같은 수요예측 절차는 회사채 발행시 꼭 필요한 의무사항이 된다.

이한구 금융투자협회 채권부 ATS지원팀장은 "그동안 증권신고서 제출 전 사전매출로 발행금리와 수량 등 발행조건이 미리 결정되어 왔다"며 "발행금리가 시장수급이 아닌 발행회사에 의해 미리 결정돼 발행금리와 유통금리간 괴리가 발생해 시장금리가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관행은 금리괴리를 인수회사가 떠안게 되는 수수료 녹이기가 성할 수밖에 없었던 원인이기도 했다.

모범규준(안)에 따르면 수요예측은 비공개경쟁입찰방식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수요예측기간 중 경쟁률은 공개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수요예측 결과 유효수요가 발행예정금액을 초과할 경우, 인수회사가 자체북을 이용해 인수할 수는 없다. 유효수요는 과도하게 높거나 낮은 금리로 참여한 물량을 제외한 투자수요다. 만약 수요예측 결과 미매각이 발생하게 된다면 인수단이 총액을 인수하게 된다.

이같은 수요예측 과정은 금융투자협회의 수요예측 프로그램을 이용해 진행할 수 있다.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사용자 편의를 위해 일단 사용량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수요예측 프로그램(업무흐름): 협회 수요예측 프로그램 사용시 예시 >

무보증사채 발행시 의무적으로 적용되는 수요예측이지만 △공모예정금액이 100억원 미만이거나 △전환사채·교환사채·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하는 경우, △일괄신고서 방식으로 무보증사채를 발행하는 경우, △자산유동화증권을 발행하는 경우, △공모예정금액의 100%를 일반청약자에게 배정하는 경우 등은 의무가 제외된다.

불성실 수요예측 참여자들을 걸러내고 관리하는 것도 수요예측시 중요한 쟁점중 하나로 부각될 전망이다. 수요예측에 참여해 무보증사채를 배정받았지만 청약을 하지 않거나 청약후 납입금을 내지 않는 경우, 수요예측에 참여해 관련 정보를 허위로 작성하는 경우 등의 행위가 불성실 행위로 규정됐다.

불성실 수요예측 참여자로 협회에 신고당하면 자율규제위원회를 거쳐 불성실 수요예측 참여자로 지정되며, 이는 홈페이지에 게시된다. 불성실 수요예측 참여자는 한달간 무보증사채 공모절차에 참여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