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회사채 발행 열기, 웬만해선 식지 않는다 '발행만기 장기화·기업 재무정책 변화' 발판삼아 스스로 성장동력 찾아야

한희연 기자공개 2012-01-25 14:23:57

이 기사는 2012년 01월 25일 14: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회사채 시장의 양적 팽창이 지나가는 바람이 아니라 앞으로도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금융위기 직후만 해도 은행의 디레버리징에 따른 수혜를 누리며 회사채 발행규모가 늘었지만 이 과정에서 채권 만기가 장기화되는 등 기업의 재무정책 자체가 바뀌고 있고, 발행제도와 신용평가 선진화가 병행되면서 국내 회사채 시장이 역사적으로 새로운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회사채 발행 규모는 사실 리먼 사태 이후 은행들이 대출을 통한 외형 경쟁을 자제하면서 크게 늘었다. 2008~2009년의 경우 은행 대출의 대안으로 채권 발행에 나섰던 기업들이 적지 않다. 이로 인해 일부에서는 은행들이 다시 대출 확대에 나서게 되면 회사채 발행이 다시 예전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회사채 시장의 확장의 경우, 지난 몇번의 시행착오와는 다르게 태평성대를 이어갈 가능성이 부쩍 커졌다. 그렇게 예상할 만한 조짐으로 발행만기의 장기화와 기업 재무정책의 변화가 있다. 양적 성장 뿐 아니라 질적 성장도 이끌어낼 정책적 변화들도 회사채 시장의 도약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 금융위기 이후, 은행 신용공급 부진 틈타 회사채 시장 팽창

2007년중 67조1000억원을 기록했던 은행 부문의 신용공급은 2011년중 34조2000억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반면 같은기간 공모 회사채는 -2000억원과 15조8000억원으로 비약적으로 규모가 커졌다. 은행대출이 줄고 회사채 시장이 커졌던 현상은 지난 2005~2006년에도 있었다.

윤영환 신한금융투자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회사채시장의 골디락스' 보고서에서 "위기 이전의 신용흐름은 2005년 기업자금수요의 재개, 은행의 확장과 거품 그리고 위기의 과정으로 설명된다"며 "회사채시장은 소외되어 성장의 기회도 놓쳤고 변변한 제도개선도 없었으며, 특히 2006년의 은행사모사채 확대는 은행의 공격적 확장과 당국의 규제실패로 회사채시장이 무기력하게 무너진 전형적 사례"라고 설명했다.

2008년 이후 상황은 반전된다. 금융위기는 회사채 시장에 새로운 도약 기회를 마련해 줬다. 2008년 위기 이후 은행이 위축된 틈을 타 회사채 발행수요가 확대되고 스프레드도 안정됐다. 금융위기에 따라 기업자금수요가 위축됐지만, 예비적 자금수요가 확대되고 은행의 기업자금공급이 둔화된 데 따른 결과다.

clip20120125093851

◇ 발행만기 장기화, 회사채 시장 위축 막을까

위기시 움츠려들었던 은행의 기업자금공급 기능이 최근 재개되고 있다. 은행이 위축된 틈을 타 양적 성장을 일궈오던 회사채 시장이 다시 쪼그라들 차례인지 관심이 모이는 시점이다.

하지만 최근 회사채 시장의 성장에는 이전과는 다른 무기가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바로 발행만기의 장기화다.

윤 애널리스트는 "2005~2008년 기업자금수요의 확대과정에서 은행이 성장할 때 왜 회사채시장은 소외된 것은 장기자금조달 기능을 제대로 부각시키지 못한 탓이 가장 크다"며 "공급측면에서는 기업자금조달의 장기화 필요성(달리 표현하면 유동성 리스크의 위험성)을 제대로 인식시키지 못했고, 수요측면에서는 장기회사채가 발행되고 유통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채권시가평가 도입 이후 꾸준히 장기화되던 회사채 평균발행만기 추이는 2005~2006년 돌연 멈췄다. 2007~2008년 다시 단기화된 평균만기는,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다시 장기화되기 시작했다. 2011년4분기중에는 발행 회사채의 평균만기가 무려 5년에 근접한 수준으로 길어졌다.

◇ "안정적 장기조달" 기업 재무정책도 변화, 회사채시장 선진화 발판 삼아야

금융위기를 거치며 기업들은 스스로 회사채 시장을 통한 안정적 자금 조달을 선호하게 됐다. 회사채 발행만기의 장기화는 기업 재무정책 변화와도 일맥상통한 셈이다.

단순히 은행의 위축 때문에 덩달아 커진 시장이라면 최근 은행의 기업신용 증가는 큰 위협이 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기업 재무정책 변화나 제도적 여건에 뒷받침됐다면 한번 크게 겨뤄볼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윤 애널리스트는 "발행만기 장기화의 가파른 추세를 보면 회사채시장의 봄이 단순히 은행의 퇴조 때문만이 아니라, 어느덧 기업자금의 안정적 조달이 주요기업 재무정책의 핵심과제가 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며 "이제는 회사채시장 스스로가 차별화된 존재이유와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기업의 장기자금 수요를 위기국면의 임시변통이 아니라 리스크 관리의 선진화로 구조화해야 하고, 장기회사채가 충분히 발행되고 유통될 수 있는 안정적 시장기반을 만들어야 한다"며 "2012년 상반기에 예정되어 있는 2가지 회사채시장 제도 변화(회사채 발행절차 정상화와 독자신용평가 도입)는 회사채시장의 근간을 바꿀 큰 변화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clip20120125085151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