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실사 업계 표준, 대우·우리·삼성·동양證에 달렸다 2월 중순 이후 회사채 발행 공백 가능성도 제기
조화진 기자공개 2012-01-30 18:07:05
이 기사는 2012년 01월 30일 18: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회사채 시장이 2월 중순 이후 발행 공백 상태에 돌입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월부터 대표주관사의 기업실사가 의무화되면서 기업들 사이에 '일단 피하고 보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증권사들 역시 실사에 나설 준비가 되지 않은 곳들이 많은데다, 대형사들은 나중에 문제가 생길 우려가 있는 업종이나 기업은 초기 실사 대상에서 제외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일부 기업들은 강화된 기업실사를 피할 수 있는 2월 초순까지 발행을 끝낸다는 입장이다. 이런 기업의 대부분은 1월 중 현행 규정대로 실사를 하고 대부분 발행절차를 완료한 채 2월 초순으로 발행일자를 잡아놓고 있다. 증권사들 또한 한 두달 이자 비용을 치르더라도 대표주관사 수수료인셈 치고 연초에 발행을 서두르는게 유리하다고 기업들을 설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기업들은 다른 회사채 발행 절차를 지켜본 후에 검토하겠다며 시기를 늦추고 있다. 1월이면 자금 조달 계획이 나오고, 대부분 상반기 자금 조달이 1,2월에 몰리던 예년과 분위기가 사뭇 다른 분위기다.
첫 기업실사 대상 기업이 어디가 될 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어 섣불리 발행 추진도 못하고 있다. A 증권사 DCM 관계자는 "첫 기업실사는 시장의 집중적인 관심 대상이 되기 때문에 눈치를 많이 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건설사, 해운, 조선과 같은 리스크 높은 산업 중 발행사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 기업들 회사채 발행 '서두르거나 연기하거나'
업종과 신용 수준에 따라 기업들의 대응이 차이를 보이고 있다. 건설업종의 경우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이 높은 금리를 감수하고서라도 발행을 서둘렀다.
CJ건설(BBB+,안정적)은 두 번째 회사채 발행에 나서면서 속전속결로 발행을 마무리 했다. 동부건설(BBB,안정적)도 지난 26일 본평가 발표와 동시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했고 2월3일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이 건설사들은 기존 발행 금리 보다 높은 금리를 제시했다. CJ건설의 발행 금리는 7.50%로 3년물 개별 민평이 7.37%인 것에 비해 13bp를 더한 수준에서 결정됐다. 동부건설 발행 금리는 8.90%로 기존에 발행해 왔던 금리에 비해 10~60bp, 전일 종가 기준 회사의 1년물 개별 민평이 8.35%인 것에 비해 55bp나 높다.
신용등급이 오른 대우건설의 경우 2월 초 발행을 목표로 시장 태핑(수요 조사)를 했지만 한 달이나 연기했다. 예전 같으면 등급 상향이 조달 금리를 낮출 수 있는 호재였지만, 지금은 오히려 투자자를 제한하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만기도래하는 P-CBO와 공모 사채 등이 있어서 차환 발행을 준비 중이지만, 발행 규모와 시기 등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결정된 게 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회사는 3월 24일 1000억원의 회사채가 만기 도래하기 때문에 발행을 아예 안 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한신공영(BBB+,안정적) 또한 마찬가지다. 차환 발행을 앞두고 발행 시기를 앞당길 것인가를 두고 고민이 많았지만 결국 발행을 미뤘다. 3월과 4월에 만기도래하는 회사채는 사모사채라 연기할 수 있다지만 당장 급한 것은 2월19일 만기가 돌아오는 1000억원의 회사채다.
건설사 외 리스크 산업으로 꼽히는 해운사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SK해운도 발행 추진하다가 미룬 케이스다. 조달 자금은 내달 2일 만기도래하는 1100억원의 회사채와 오는 3월17일 만기인 1000억원의 채권 차환에 쓸 계획이었다. SK해운의 3년·5년 민평 금리는 각각 4.99%, 5.59%지만 그 보다 10~20bp 높게 제시했다. 하지만 첫 기업실사 대상 기업이 되기는 부담스럽다는 분위기여서 수요조사가 어려워 발행이 미뤄졌다.
반면 일반 기업들은 세부일정을 세우지 않은 채 수요조사에 나서는 등 최대한 발행을 앞당기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현대위아 등이 대표적인 예다. 투자자들은 당장 몇 bp 높은 금리 보다 안정성 있는 회사채에 투자하고 싶어하는 심리도 있다. B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기업실사가 발행사에 대한 정보 제공이라는 점에서 같은 조건이라면 실사를 한 기업의 채권을 살 것 같다"며 "또한 그런 투자 위험에 대해 주관사의 책임도 있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발행을 미룬 C 기업 금융팀 관계자는 "실사 자체에 대한 부담은 없지만 시장 분위기 파악을 위해서라도 시간을 두고 발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 대우·우리·삼성·동양 실사 규정이 기준될 것
증권사들은 첫 기업실사를 앞두고 기준 마련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몇몇 대형 증권사의 내부 기준을 중심으로 기업실사 내용은 큰 차이가 없겠지만 세부 방안은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D 증권사 DCM 담당자는 "실사 모범 기준을 보면 각 증권사마다 실사를 강화하거나 완화할 수 있다"며 "증권사들 간에 어느 정도 협의를 하는 이유는 실사의 차이를 줄이고 리스크를 분담하는 차원이다"고 설명했다.
일단 완화된 기준을 만들어 놓으면 다시 바꾸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당사자들의 고민이 깊다. 기준 변화를 위해서는 내부에서 위원회를 열어야 하는데, 매번 기업실사 때마다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최대한 중립적이면서도 각 증권사들이 대표주관사로서 기업실사를 하는 의미를 갖도록 하는 게 관건이다. E 증권사 관계자는 "AA 등급 기업들은 문제가 되지 않을테지만 기업실사와 관련해서는 감독 당국과 기업의 눈치를 많이 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야심차게 규제가 시행되는만큼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은 기업별로 실사해야 할 체크리스트를 만들었다. 체크리스트는 총 180~200개 정도의 항목으로 이뤄져 있다. 대우증권의 경우 회계법인과 법무법인 등 외부 인력을 이용할 계획이다. 또한 DCM 본부 내부 크레디트 분석 인력을 충원했다. 반면 동양증권은 내부 기준을 강화하기 위해 해당 부서 간 협의를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 인력은 실사 기준 책정에서 배제됐다.
이처럼 실사 방법이나 세부 기준이 다른 이유는 증권사별로 주요 공략 기업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 중·소형 증권사 DCM 담당자는 "사실상 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 삼성증권, 동양증권 등 4개 증권사를 따라갈 수 밖에 없다"며 "실사 인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소위 주류 증권사도 아닌 상황에서 독자적인 규정을 만들 이유도 없는 것 같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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