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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 4년만의 배당은 회계의 마술? 회계기준 바꾸니 배당가능이익 1조원 '뚝딱'

문병선 기자공개 2012-05-25 12:09:22

이 기사는 2012년 05월 25일 12: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GM이 회계기준을 바꾼 덕분에 4년 만에 2000억원에 육박하는 거액의 배당금을 지급할 수 있었다. 실적은 여전히 불안한데도 불구하고 단지 회계기준을 바꾼 것 만으로 1조원 가량의 배당가능이익이 생겼다.

24일 한국GM 및 채권단에 따르면,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파생상품 손실과 실적 둔화 탓에 현금배당을 못하던 한국GM이 최근 지난해 실적 기준으로 채권단에 배당을 실시했는데, 그 뒷 배경에는 실적 호전 이유보다 회계기준 변경 이유가 더 컸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GM은 한국기업회계기준(K-GAAP)에 따라 회계 처리를 하다가 지난해부터 새로 '일반기업회계기준'을 채택했다. 새로운 기준에 맞춰 회계처리를 하다 보니 이익잉여금이 크게 늘게 된 게 배당 여력을 높이는 배경이었다. 일반기업회계기준은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을 적용하지 않는 기업(비상장일반기업)의 부담을 완화해 주기 위해 제정된 별도의 간략한 회계기준으로, 2011년 1월부터 최초로 개시하는 회계연도부터 적용됐다.

구체적으로 한국GM은 새로운 회계기준에 따라 '부의 영업권(-1조2314억원)'으로 인식하던 유형자산 항목을 '이익잉여금(법인세효과 조정 후 9596억원)'이라는 자본 항목으로 인식했다. 새로운 일반기업회계기준에서는 '부의 영업권'이라는 항목이 존재하지 않아 이 항목을 다른 항목으로 조정해야 했는데, '경과규정'이 있어 이를 이익잉여금으로 인식할 수 있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한국GM 관계자는 "미국 본사 역시 IFRS를 도입하지 않은 상태였고 과도기적 상황으로 일반기업회계기준을 채택했다"며 "바뀐 회계기준이 적용된 결과"라고 말했다. 미국 GM 본사는 약 2~3년 후에 IFRS를 도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GM 이익잉여금추이

이렇게 조정한 결과는 한국GM에게 재무적으로 큰 혜택을 주게 됐다. 한국GM은 그 직전해 이익잉여금이 불과 300억원대에 불과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이익잉여금은 줄곧 마이너스 상태였다. 매년 지불해야 하는 배당금을 채권단에 지급하지 못했다.

하지만 새로운 회계기준을 채택하면서 한국GM은 9596억원이라는 자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자본화했다. 자본총액은 실적호전에 따른 이익잉여금을 더해 총 3조9000억원이 넘게 됐다. 부채도 약 1조4000억원 가까이 늘었으나 이렇게 자본이 늘어난 덕에 부채비율을 183%에서 161%대로 낮췄다.

한국GM은 이에 따라 지난해 실적 기준 올해 약 4년 만에 채권단을 상대로 배당금(1706억원)을 지급했다.

또 올해 10월 이후 채권단에 지급해야 할 배당금 역시 이번에 지급여력을 확충하면서 다소 여유있게 배당을 할 수 있게 됐다. 한국GM은 이를 위해 미처분 이익잉여금 중 5051억원을 우선주상환적립금으로, 2172억원을 기타임의적립금으로 배정했다.

미국 GM은 지난 2002년 대우자동차를 인수할 당시 매각 대금으로 채권단을 상대로 우선주 12억달러어치를 발행해 지급했다. 미국GM은 우선주 발행 후 6년이 되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주당 100달러, 매년 3250만달러의 현금을 채권단에 배당해야 한다. 그동안 파생상품 손실 등으로 4년치 배당금 약 1억6250만달러를 지급하지 못했다가 이번에 처음 배당을 했다.

앞으로 추가 배당해야 할 금액은 올해 약 17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이 금액은 2017년까지 상환해야 하는 우선주 상환 대금까지 모두 더할 경우 약 2조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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