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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8일 무슨 일이 공모가 확정 직전 IPO 철회…신뢰관계 회복 주목

이윤정 기자공개 2012-07-06 15:55:52

이 기사는 2012년 07월 06일 15: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08년 5월8일, 해외 투자가들과의 마지막 대면 장소였던 미국에서 이랜드와 주관사들은 기업공개(IPO) 공모가격을 놓고 팽팽히 맞섰다. 주관사였던 씨티글로벌마켓증권과 골드만삭스, UBS는 난감했다. 기관 청약까지 받은 상황에서 철회할 경우 감수해야 하는 위험이 너무 컸다. 하지만 결정권자인 박성수 이랜드 회장은 강경했다. 자신의 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이랜드 차이나'에 대한 시장의 가격을 수용할 수가 없었다. 결국 박 회장은 고심 끝에 딜 철회를 결정했다.

4년이 지난 지금, 이랜드가 다시 홍콩 상장을 위한 출사표를 던졌다. 이랜드패션 차이나홀딩스의 홍콩 증시 IPO 추진을 공식적으로 밝히고 본격적인 상장 준비에 착수했다. 하지만 한 차례의 상장 철회로 '양치기 소년'이라는 별명까지 얻은 이랜드가 과연 홍콩 상장 실패에 대한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을까.

◇공모가 확정일 딜 철회

2008년 이랜드그룹은 중국법인 이랜드패션 차이나홀딩스의 IPO를 추진했다. 이랜드그룹 계열사 중 한곳도 국내 증시에 상장하지 않은 시점에 첫 IPO로 홍콩 시장을 두드린 것이다. 여기에는 중국 사업에 대한 자신감이 컸다. 1994년 중국에 진출한 이랜드는 초고속 성장세를 보였다. 2007년 여성 의류복 판매 규모에서 중국 5대 기업에 포함됐고 중국 판매망은 2008년 1분기 1160개로 증가하는 등 확장 국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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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본토 상장은 법률이나 당국 규제 등으로 인한 변수가 많아 안전한 홍콩을 선택했다. 당시 이랜드 차이나는 4억9630만주를 공모할 계획이었다. 예상 공모가격은 주당 3.8~5.8 홍콩 달러. IPO를 통해 28억7000만 홍콩 달러(3억6000만 달러 상당) 규모의 자금 조달을 예상했다.

해외투자자들이 중국 사업에 대해 높은 평가를 해 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홍콩과 싱가포르를 거쳐 런던, 미국까지 이어진 수요예측에서 기관투자자들이 제시하는 가격은 이랜드의 희망가격을 크게 밑돌았다.

당시 이랜드패션 차이나의 유사기업은 홍콩 패션 기업 포츠(Ports)와 글로리어스 선(Glorious Sun)이었다. 이들 기업의 2007년 주가수익비율(PER)은 각각 30.9배, 15.2배였다. 이랜드패션 차이나는 이를 감안해 밸류에이션에 적용할 PER를 20~30.6배로 책정했다.

하지만 이랜드패션 차이나의 향후 수익 전망을 감안할 때 투자 매력이 높지 않다는 의견을 내며 투자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미래 수익성에 대해 이랜드와 정반대의 전망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수요예측 과정에서 결정된 공모가는 이랜드의 기대에 크게 못미쳤다. 이같은 예상치 못한 저평가에 이랜드는 크게 당황했다.

주관사들은 기관 청약까지 받은 상황에서 철회할 경우 감수해야 하는 레퓨테이션 리스크, 해외투자자들과의 신뢰 문제 등을 강하게 지적하며 이랜드를 설득했다. 상장 철회는 그 동안 쏟아 부은 돈과 시간은 물론 해외 투자자들과의 관계까지 포기하는 결정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랜드는 모든 불이익을 감수하기로 하고 가격을 확정하기로 한 날 아이러니하게 상장을 철회하는 결정을 내렸다.

◇ 해외투자자 신뢰 회복 관건

홍콩 증시 상장이 무산된 후 프리 IPO(상장전 투자)를 통한 자금 유치 가능성이 계속 언급됐다. 꾸준히 진행했던 인수·합병(M&A) 시도 과정에서 이랜드는 해외투자자들과의 관계를 쌓았고 이를 바탕으로 별도 주관사 없이 단독으로 지분 일부 매각을 타진하는 정황이 계속 포착된 것이다.

이랜드 핵심 관계자는 "활발한 사업 확장으로 사모펀드와 재무적 투자자 등 다양한 잠재 투자자들을 확보하고 있다"라며 "제3자 도움 없이 프리 IPO 형식의 지분 매각은 직접할 수 있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프리 IPO도 소문만 무성할 뿐 실질적으로 성사된 것은 없었다. 이 과정에서 이랜드는 해외 금융시장에서 여러 별명을 얻게 됐다. 홍콩 금융시장 관계자는 "해외투자자들 사이에서 이랜드는 '도깨비'로 불린다"라며 "지속적으로 협의하기 보다는 자금 소요가 예상될 때 갑자기 나타나 투자를 타진했다가 필요없게 되면 소리소문 없이 사라져 이같은 별명을 갖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다른 해외 금융시장 관계자는 "이랜드가 투자자들과의 신뢰를 어떻게 회복하고, 만회하느냐가 이번 상장 성공의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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