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칸티에리, 칼라일 없이 STX OSV 단독 인수 결렬위기 딛고 주당 1.5 SGD 합의
박준식 기자공개 2012-08-13 14:17:53
이 기사는 2012년 08월 13일 14: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탈리아 국영 조선사인 핀칸티에리(Fincantieri)가 단독으로 STX OSV 경영권 지분 50.75%를 주당 1달러50센트(싱가포르 달러) 수준에서 인수하기로 했다.당초 컨소시엄 멤버로 자금력을 뒷받침할 것으로 예상됐던 사모펀드 칼라일(Carlyle) 밀란오피스는 조선시황의 불안정성을 이유로 거래를 포기하기로 했다.
13일 인수합병(M&A) 업계에 따르면 STX그룹은 최근 핀칸티에리와 STX OSV 매각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9월 초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기로 합의했다. 현재는 대금납입 및 공개매수 관련 문제로 계약에 필요한 진술과 보증(R&W) 문제를 마무리 짓고 있는 단계다.
STX가 핀칸티에리와 맺은 STX OSV 경영권 지분 매매가격은 주당 1.5 싱가포르 달러로 50.75%의 매각 지분을 고려하면 총액은 우리 돈으로 약 9700억 원 수준이다. 당초 STX 측은 50.75%에 대한 가치로 1조 원 이상을 주장해왔지만 협상 과정에서 이 지분의 가치는 미화 8억 달러(약 9000억 원) 이하로 감축됐다. 여기에 협상 도중 핀칸티에리 컨소시엄 파트너였던 칼라일이 거래를 포기하면서 딜은 하마터면 깨질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칼라일의 포기를 이유로 인수 가격을 좀 더 깎으려던 핀칸티에리와 잠정 협상 가격 이하의 할인을 용납하지 못하겠다고 선언한 STX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거래는 석 달 넘게 지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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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는 사이 STX OSV 매각 협상은 지난 7월부터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STX의 파이어세일을 유도했던 핀칸티에리가 자국의 지원을 등에 업고 협상에 다시 적극적인 의지를 보인 것이다. 이탈리아는 유럽 경기침체로 자국의 패션 등 주력산업이 불황에 허덕이자 고용효과가 큰 제조업인 조선 등에 다시금 투자를 확대하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3대 조선사인 핀칸티에리가 나머지 둘 중 하나인 OSV(옛 노르웨이 아커야즈의 특수선 사업부)를 인수해 관련 시장의 최대 기업이 된다는 상징적인 의미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STX와 핀칸티에리는 재개된 협상에서 주당 1달러50센트의 가격으로 모든 거래절차를 9월 이내에 끝내고 잔금까지 납입한다는 조건으로 거래를 진행하고 있다. STX 입장에서는 반년 넘게 협의한 거래가격보다는 빠른 현금유입에 신경쓰는 모양새다. 시장에 적극적인 자구노력의 결과를 과시할 명분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실무적으로는 지난 5~6월 사이 달러당 930원에 육박했던 싱가포르 화폐의 환율이 최근 900원대로 떨어져 거래를 빠르게 진행할 수록 STX가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9000억 원 이하로 예상됐던 STX의 수취액은 환율에 따라 1조 원에 근접할 가능성이 크다.
STX는 유동성 문제를 일부 해결하기 위해 스탠다드차터드(SC)에서 2억 달러(약 2300억 원)를 융통해 썼다. STX에 자금을 지원한 SC는 OSV 매각을 JP모간과 함께 주관하고 있고, 핀칸티에리에 일부 인수 금융을 스테이플 파이낸싱 방식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때문에 이번 거래에서 가장 큰 수혜자는 SC라는 말도 흘러나온다. SC의 기업금융 부서는 과거 UBS에서 한화그룹의 푸르덴셜증권 인수 등을 전담했던 이광희 부행장이 이끌고 있다. STX는 OSV 매각을 통해 차입금과 이자비용 등을 제외하면 7000억 원 가량의 자금유입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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