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살아날 때 한국GM 가라앉았다 관계사와 거래 늘수록 수익성 악화..원가구조 불투명
문병선 기자공개 2012-08-13 18:03:49
이 기사는 2012년 08월 13일 18: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05년부터 5년간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매출원가율(Sales Cost Ratio)'은 평균 96.9%~98.9%를 보이고 있었다. 적자가 누적이 되던 때다. 금융위기와 구조조정을 겪으면서 이 비율은 90%대(2010년)로 떨어지더니 지난해 90%를 하회하는 수준을 유지했다. 비슷한 시기에 영업이익률은 2009년 적자에서 2010년 3.76%로 호전됐고 지난해는 3.79%로 개선됐다. 원가는 떨어지고 마진은 개선된 것을 두고 세계 자동차 업계에서는 '구조조정의 효과'라며 GM이 살아나고 있다고 평가한다.#GM과 한배를 탄 것으로 알았던 한국GM은 GM이 구조조정을 거쳐 수익성을 회복해 가는 동안 수익성이 거꾸로 떨어졌다. 매출원가율은 86.56%(2009년), 87.17%(2010년), 87.84%(2011년) 등이다. GM과 정반대로 악화된 것. 2009년 2.61%였던 한국GM의 영업이익률은 1.97%(2010년)로, 그리고 1.43%(2011년)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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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GM은 턴어라운드하고 있고 한국GM은 가라앉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위기 이후 그 경향이 짙어 보인다. 대주주의 수익성이 좋아지는 동안 해외 자회사 경영실적은 악화되는 현상으로, 외국계로 넘어간 국내 자동차 회사 대부분이 비슷한 현상 때문에 직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최근엔 르노삼성자동차가 대주주와의 거래 때문에 대규모 영업적자를 보여 문제가 된 적이 있다.
여러 원인이 꼽히고 있으나 한국GM의 수익성을 악화시킨 주된 이유도 아이러니하게도 미국GM과의 수출거래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10여년간 미국GM 관계사로의 수출은 급증했으나 한국GM의 영업실적은 제자리 걸음, 또는 악화됐기 때문이다. GM과 한국GM이 어떤 구조의 수출 거래를 하는지는 확실치 않다. 하지만 대주주와의 거래가 늘면 늘어날수록 한국GM의 수익성이 좋아지기는 커녕 악화됐다는 점은 그 원인이 대주주에 있음을 미뤄 짐작케 한다.
글로벌 생산기지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려는 다국적기업의 경영 전략은 세계 자동차 산업계의 추세이긴 하다. 현대·기아차 역시 해외로 나가 현지 생산 체제를 구축하는데 박차를 가한다. 피아트나 포드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한국GM의 로컬 생산기지화는 시간이 갈수록 강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한국GM에 공정하지 않은 거래 관행이 있다면 비판대에 오르기에 충분하다.
◇수출 늘어날수록 손해?, 금융위기 이후 한국GM 수익성 악화
미국GM은 한국GM으로부터 싼 가격에 자동차 및 부품을 매입해 외부로 드러나지 않는 이득을 취하는 반면 한국GM은 그 악영향을 받아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게 양측의 거래 관행을 바라보는 측의 시각이다.
한국GM의 총수출량은 지난해 12조9817억원 어치에 달했다. GM이 대우차(현 한국GM)를 인수해서 본격 영업했던 2003년 2조9765억원 어치와 비교하면 10년간 대략 4배 이상 늘었다. 제조원가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자동차 산업은 대규모 장치산업이므로 생산량이 이렇게 늘수록 마진폭이 커지는 '규모의 경제' 법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한국GM은 금융위기 이후부터 매출과 영업손익이 따로 노는 매우 불안한 마진 구조를 보이고 있다는 게 회사 내부 직원들의 관측이다. 일례로 지난해 총매출은 16조5708억원으로 직전해(13조9618억원)보다 19%(2조6090억원) 급증했으나 영업이익은 2755억원으로 직전해(2960억원)보다 7%(205억원) 감소했다. 금융위기 이후 매출 증가폭은 폭발적이지만 이상하리만큼 영업실적은 내리막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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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 한 관계자는 "매출이 늘어나는데 왜 영업실적이 안좋아 지는지 그 원인을 알 수가 없었다"며 "원가가 달라졌을 것으로 보고 회사측에 자료를 요구했으나 '보안'이라는 이유로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마케팅 비용이 더 늘어난 때문이라는 이야기만 들었다"고 했다.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한 이유로 미국GM과의 거래가 지목된다. 총 매출(16조5708억원)에서 수출(12조9817억원)은 78%를 차지한다. 수출에서 미국GM 관계사로의 거래액(8조6006억원)은 66%의 비중이다. 미국GM 관계사로의 이 수출 거래액이 수익성 악화의 주범이라는 것이다. 한국GM에 따르면 미국 GM 관계사들과 거래는 인수합병(M&A) 초기(2003년) 총 수출에서 48.86%를 차지했다. 그러다 꾸준히 늘었고 2008년 61.39%로, 이듬해 73.42%(2009년)로, 그 다음해 73.43%로 급증한 바 있다. 금융위기 이후 거래가 유독 급증한 점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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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 다른 관계자는 "상당히 많은 물량이 수출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정확히 얼마에 나가는지 직원들은 알 수 없다"며 "주요 의사결정을 하는 경영진은 외국인이고 직원과의 커뮤니케이션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몇년간 원가 구조의 불투명한 점에 대해 자료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불투명한 마진구조, 미국GM의 수익성만 강화
업계에서는 미국GM의 관계사들이 한국GM으로부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을 매입하고, 여기에 마진을 10~15% 가량 더 붙여 판매하는 것으로 분석한다. 이러한 관측이 사실이라면 한국GM에서 더 싸게 조달하면 할 수록 미국GM 관계사의 이익이 늘어나는 구조다. 아울러 한국GM이 취해야 할 생산마진은 되도록 최소화해 원가를 낮춰 미국 관계사들이 매입해 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금융위기로 미국GM이 위기에 몰리자 이런 거래는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물론 세계 각국에서 값싼 부품과 완성차를 조달하려는 다국적 기업의 시스템을 비난할 수만은 없다. 국제 경영학에서는 '초국가적 전략(Transnational Strategy)'이라고 해서 추천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세계화의 덫'이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이는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떨어뜨리는 한 요인이 되기도 한다. 자동차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비교 우위 전략, 즉 싼 곳에서 비싸게 파는 곳으로 재료가 움직이다보면 한국 생산기지는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며 "규모의 경제로 얻는 대부분의 이익이 본사로 들어가고 한국에 재투자가 전혀 안되는 상황에서 최근 GM의 영업관행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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