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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당가치 100만원, 적정 밸류 논란 PEG 적용 통해 '성장성' 부각...투자자들 오버밸류 우려

한형주 기자공개 2012-08-22 17:18:09

이 기사는 2012년 08월 22일 17: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랜드패션차이나홀딩스(EFCH)가 홍콩 증시 상장에 재시동을 건 가운데 최대 50억 달러에 달하는 기업가치의 적정성 여부가 주목된다. 해외 투자은행(IB)들이 발행사 의지에 지나치게 휘둘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회사 성장성을 고려하면 그 정도는 돼야 한다는 회사 측 주장이 상존하고 있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이랜드패션차이나의 기업공개(IPO) 주관사 경쟁에 뛰어든 다수의 IB들은 회사 시가총액을 40억~50억 달러로 제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초 50억 달러 수준을 적정 밸류에이션으로 추산한 이랜드 측의 기대에 부응한 것이다.

이같은 기업가치는 한화로 약 5조6800억 원(22일 매매기준율 원화 1135.9원 적용)에 달한다. 이랜드패션차이나의 IPO가 구주매각 방식으로 이뤄지고 현 발행주식 수가 562만여 주라는 점을 감안하면 주당 101만 원 꼴이다. 100만 원 넘는 주당 가치가 과연 적정한지가 관건이다.

2008년 상장 추진 당시 이랜드패션차이나는 홍콩 패션기업 포츠(Ports)와 글로리어스 선(Glorious Sun)을 유사 기업으로 선정하고 밸류에이션에 적용할 PER를 20~30.6배로 책정했다. 하지만 회사의 성장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로 결국 상장을 철회했다.

이랜드는 이같은 점을 감안한 듯 지난 2008년과 달리 이번 가치 산정 방식엔 주가이익증가비율(PEG)을 적용했다. PEG은 주가수익비율(PER)을 주당순이익(EPS) 증가율로 나눈 값이다. 흔히 PEG이 낮으면 이익률이 높은 기업으로 인식돼 유사기업 대비 고(高)PER라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따라서 PEG은 PER가 높아 투자기피 대상인 기업에 대해 투자자들이 성장성을 따져 볼 수 있는 지표로 활용된다.

업계에선 이랜드 측과 해외 IB들이 추산한 시총 규모를 올해 예상치를 포함한 연간 순이익 규모(1400억 원+α)로 나눠 PER를 역산해 볼 때 30배 이상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홍콩 패션업계 평균(10~15배)은 물론 홍콩 상장사 중 PER가 가장 높은 프라다(약 26배)보다도 고평가된 것이다.

반면 해외 IB들은 PEG 적용시 이랜드패션차이나의 가치를 1배 이하로 추산했다. 현재 홍콩에 상장된 의류업종 PEG은 0.7~1.3배 수준. PEG을 활용할 때 이랜드는 저평가 기업에 속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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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랜드패션차이나의 PER 30배와 PEG 1배 이하가 성립되려면 주당 이익 규모 성장률이 최소 30%는 돼야 한다는 데 있다. 하지만 현재 이랜드 중국법인의 연간 순이익 성장세는 20%대로 기대치에 못미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이랜드 측이 주장하는 적정 밸류에 대해 엇갈린 의견을 내놓고 있다.

IB 관계자는 "회사 성장성이 양호한 것을 감안해도 현 시장 상황에서 PER 30배 이상, 시총 50억달러는 '오버 밸류'된 감이 있다"며 "4년 전 딜클로징 직전에 상장 계획 철회를 목격한 IB들이 주관사 낙점을 위해 발행사 의지를 최대한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기관투자자는 "홍콩의 고급 남성복업체인 트리니티그룹의 경우 지난해 매출이 35% 늘었고 순이익은 50%나 증가했지만 PER는 20배에도 못미친다"며 "브랜드 이미지가 떨어지는 이랜드가 더 높은 가치를 받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홍콩 시장에 마땅한 비교대상 기업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또 다른 관계자는 "프라다, 트리니티와 같은 고급 브랜드 일부를 제외하면 주로 저(低) PER인 운동화 업체들 뿐이어서 정확한 가치 비교가 어렵다"며 "IPO 시점까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공모 규모 등 상장 요건은 매우 가변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작년 프라다 IPO는 매우 성공적인 딜이었고 이랜드도 같은 성과를 내기 위해 최근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다양한 성장성 제고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막상 성공 사례는 많지 않다"며 "50억달러라는 가격이 현실화될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반론도 있다. 이랜드패션차이나의 중국 내 이익 성장률이 해마다 오르는 추세인 만큼 유사기업 대비 높은 밸류를 적용하는 게 타당하다는 분석이다. 또다른 IB 관계자는 "기업가치가 회사 이익 규모의 몇 배수인지에 따라 고평가와 저평가 여부가 갈리는데, 이랜드패션차이나의 경우 회사 성장성이 좋아 어느 정도 높은 배수를 받을 만하다"고 전했다.

이랜드그룹 측에선 적어도 프라다 수준의 PER는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우리도 26배 정도의 밸류는 충분히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2008년 당시 미래 수익성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평가절하됐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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